5월4일 全軍지휘관회의에서 한 李대통령의 약속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찾고 나면 나는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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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오전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해병대 사병 출신으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보도하는 방송 기자들에 대하여 “바다를 모르는 사람들이 웃기지도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수심 40m의 바다는 4000m의 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寸鐵殺人(촌철살인)의 논평을 덧붙였다.
   “李 대통령은 무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권투선수가 링 위에서 얻어맞고 뻗었는데, 심판이 때렸겠습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때렸겠습니까?”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海域(해역)은 이미 3라운드의 권투가 진행된 링이다. 남북한 선수들이 서로 펀치를 주고받아 피가 낭자한 곳이다. 그곳에서 한밤중에 해군 초계함이 폭음과 함께 두 동강이가 나면서 침몰하였다. 함장은 즉시 “뭔가에 맞았다”고 보고하였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에 특이 동향 없다” “북한 개입 증거 없다” “豫斷(예단) 말라”고 했다. 링 위에 올라간 권투선수가 KO 되었는데 코치는 자꾸만 “상대가 때렸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었다.
   李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외국 사람들 눈에도 이상하게 비친 모양이다.
   <지금 한국은 이마에 총알구멍이 난 屍身을 바라보면서 死因이 심장마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려는 CSI(현장감식반) 수사관과 같다. 그 방안에서 총을 가진 유일한 용의자가 잔인한 암흑가 보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성향 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의 선임 연구원 브루스 클리그너씨가 쓴 칼럼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을 인용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誌는 ‘한국 영해에서 어뢰로 한국 군함을 격침시킨 것은 북한군이 한국 국회의사당에 대포를 쏘는 것과 같은데도 한국 정부는 武力보복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도발이란 증거를 발견하더라도 숨기려 할지 모른다'는 요지의 전문가 견해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현재까지 분명한 사실은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힐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최고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국제합동조사단은 조만간 원인을 밝혀낼 것입니다.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우리는 그 결과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리게 될 것입니다. 원인을 찾고 나면 나는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5월4일 李明博 대통령이 全軍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연설의 핵심이다. 그가 말한 대로 그 海域(해역)에서 단순 사고로 침몰한 게 아니라면 북한군의 공격에 의한 침몰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하였다고 한다. 북한군의 소행이 아니라면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 문제'일 수가 없다. 그는 二重으로 북한정권의 도발임을 함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북한 소행임을 直感하였으나 그 사실에 대한 국제적 公認을 얻기 위하여 말을 아끼면서 국제합동조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셈이다.
   문제는 이날도 軍 통수권자의 입에서 北韓의 北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북한 도발임이 분명해졌습니다. 머지않아 民軍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가 있을 것입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確證을 찾지 못하면 '단호한 조치'는 없는 것인가? 침략당한 나라가 침략자를 응징할 때 국제적 公認을 받은 후에 하는가? 북한의 군사 동맹국인 중국의 양해를 받고 응징하는가? 대통령의 결단이란 것은 이 경우 필요 없고 오로지 증거가 나오면 수동적으로, 자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처음부터 북한도발이라고 直感했다는 대통령이 왜 지난 3월29일 해군참모총장에게 "탄약고 폭발 가능성'을 물었던가? 총장은 대통령이 묻지도 않았는데, "어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고, 대통령은 즉시 "예단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북한소행으로 직감했다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국방장관이 '어뢰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니까 비서관을 시켜 쪽지를 넣게 하여 '너무 나가지 말라'고 견제하였다.
   처음부터 북한 도발이라고 직감한 대통령이 왜 '북한에 특이동향 없다' '북한 개입 증거 없다' '예단 말라'는 말을 하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던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北韓의 北자도 나오지 않은 이날 全軍지휘관 회의는 누구를 향한 회의였던가? 군사작전은 敵과 표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軍 정신력의 핵심인 적개심이 생긴다. 敵이 특정되지 않는 가운데서 무슨 논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왜 대통령이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가? 2008년 광우병 난동 사태 때 李明博 대통령은 한 번도 이 사태의 주범인 MBC를 擧名하여 비판한 적이 없다. 이런 습관이 이번에도 再演되는 것인가?
   "원인을 찾고 나면 나는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라도 우리가 즉각 착수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좌파정권이 만들어놓은 안보상의 위해요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나는 오늘 자정부터 제주해협의 북한 선박 통항을 금지시키고, 휴전선상의 對北방송을 재개하도록 명령하는 바입니다."
   李明博 대통령은, 그날 全軍 지휘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하였어야 했다. 이런 최저선의 응징도 못하는 사람이 '단호한 조치'를 할 수 있을까?
  
  
  
   지난 1월29일,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이던 李明博 대통령은 영국의 B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 평화와 北核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의 김정일을 올해 안에라도 만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성환 외교안보 수석은 지난 2월 유럽연합 商議(EUCCK)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1 국가로 가는 정치적 통일은 언제 될지 알 수 없다"며 "남북이 2 국가를 유지하면서도 언제든 상호왕래가 자유롭게 된다면 `사실상(de facto) 통일'이 되는 효과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反국가단체로 규정한 북한정권을 ‘국가’로 호칭한 것이다.
  
   지난 2월말 李明博 대통령은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선거법 개혁, 행정구역 개편, 제한적인 改憲(개헌) 등 정치를 선진화하는 기본적 과제가 남아 있다'며 협조를 당부하였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3월4일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학살자 김정일에 대하여 ‘께서’, 서른 살도 안 되는 그의 아들 김정은에 대해선 ‘후계자로 내정되신 분’이라고 극존칭을 썼다. 그는 이 자리에서 또 북한을 국가로 호칭하였다.
  
   지난 3월19일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 특보는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기본합의서와 (1, 2차 정상회담 합의인) 6·15, 10·4 선언을 포용하면서도, 그것을 뛰어 넘어 남북이 미래를 향해 손잡고 나가는 모습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 특보는 이날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이렇게 준비하자´를 주제로 개최하는 전문가 초청 대토론회 기조 연설문(사전배포)에서 그렇게 말하였다.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에, 그것도 천안함 실종자 屍身(시신)의 수습이 이뤄지고 있던 날, 청와대의 영향권 안에 있는 세종연구소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서울에서 열었다.
  
   지난 4월21일 李明博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는 북한을 힘으로, 경제적으로 통합할 생각이 없다. 당장의 통일보다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급한 일이고, 兩國間(양국간) 평화를 유지하고 오순도순 그렇게 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통일은) 따라올 것이다"고 말하였다.
   여기서도 李 대통령은 북한정권을 국가로 인정하는 용어(‘兩國間’)를 선택하였다.
  
  
  
   천안함 폭침 사건 前後하여 있었던 일들을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어떤 흐름이 感知된다. 李明博-김정일의 회담을 추진하는 측근들이 있었고, 李 대통령도 이 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외교, 안보, 통일문제에 대하여 李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안보 수석이 두 번, 대통령이 한 번 북한정권을 '국가'로 부르면서 '남북한이 국가 對 국가의 관계로 공존하는 게 통일로 가는 길이다'는 생각을 드러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남북대결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란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合法-정통국가라는 헌법정신을 떠난, ‘통일포기=분단고착적’ 생각이 대통령의 뇌리에 찍혀 있었다는 암시이다. 외교안보 수석과 대통령이 그런 문제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李明博-김정일 회담을 위한 막후 접촉이 상당히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하는 방향의 논의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 통일안은 제2단계에서 ‘남북연합’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정권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연합이 아니다. 남북한이 최종통일, 즉 1민족1국가로 가기 위한 잠정적인 중간 협의 단계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안보수석은 '남북연합'을 '국가연합'으로 해석, 反국가단체인 북한정권을 대한민국과 같은 수준으로 格上시켜주고는 이 바탕에서 南北경제공동체를 건설한다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정부가,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이고, 민족사의 정통국가라는 '독점적 위치'를 포기하는 순간 남북대결에서 주도권을 놓친다. 타산이 빠른 李 대통령은 원칙과 신념의 대결인 남북관계를 편의적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외교 안보 수석이 김정일과 그 아들에게 극존칭을 쓴 것은, 李-金 회담을 위한 막후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자연스런 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類(유)의 막후 접촉엔 국가정보원이 핵심적으로 간여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26일 밤 북한 잠수함정이 쏜 어뢰에 의하여 천안함이 爆沈(폭침)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李明博 대통령과 외교안보 수석, 그리고 막후의 회담 준비 팀이 가장 당황하였을 것이다.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李-金 회담을 위하여 깊숙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설마 북한이 그렇게 하였을까? 한국군의 실수, 예컨대 탄약고 폭발 같은 내부요인으로 침몰한 게 아닐까?'
   북한소행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이건 김정일이 시킨 게 아니고 군부에서 독자적으로 한 것이 아닐까?”라고 自慰(자위)하고 싶었을 것이다.
  
   객관적 정황은 누가 봐도 자동적으로 "이건 김정일의 소행이다"라고 단정하게 되어 있었지만 청와대 안보라인에 있는 이들은 주관적 느낌에다가 희망사항을 보태어 판단한 끝에 "북한에 특이동향 없다" "북한 개입 증거 없다"는 이상한 발표를 내어놓게 되었고, 그들은 한번 뱉은 말의 인질이 되어 그 뒤 20여 일간 그 방향으로 말하고 바라다가(그 과정에서 군이 너무 나간다는 불평을 하다가) 드러나는 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자신들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소스라쳐 놀라면서 궤도 수정을 시도한 흔적이 도처에 많다.
  
   李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회담을 성사시켜 G20 頂上회담과 연결시킴으로써 자신의 인기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 頂上외교에 자신감을 갖게 된 李 대통령은 한 해에 남북수뇌회담과 세계頂上회의를 동시에 개최한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남을 인물이 되고자 하였을지도 모른다. 그 여세를 몰아 改憲을 추진하고 후계자 선정에 영향력도 행사하는 한편, 헌법 제3조 영토조항까지 고쳐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천안함 침몰 사태는 李 대통령이 그리던 '큰 그림'을 망쳤을 것이나 그를 구하였을지도 모른다. 천안함 침몰 사태가 없었더라면 李-金 회담이 북한지역에서 이뤄지고 李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처럼 이용당하여 國益과 국가정체성에 심대한 손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일과 거래하여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북한과 장사하여 이익을 기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爆沈당함으로써 회담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李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구한 일이 되지 않을까? 李 대통령이 믿는 종교의 해석법에 따른다면, 46명의 천안함 戰死者들, 그리고 한주호 준위의 거룩한 희생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려는 李 대통령을 붙들어 흔들고, 깨운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의 희생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문제는 李 대통령이 이들의 희생을 어떻게 해석하고 응징하는가이다.
  
   군대는 핵무장한 적을 보고도 主敵(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언론은 국방파괴자를 국방위원장이라 호칭하고, 정부는 민족반역자를 민족공조의 파트너로 간주, 적화통일 세력과 함께 통일방안에 합의하고, 대통령은 敵의 핵・미사일 개발로 冷戰(냉전)이 더욱 깊어가는 한반도에서 ‘(냉전은 끝났으니)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고 외치면서 백일몽을 꾸고 있었다. 천안함 폭침은 이들이 한반도의 진실을 直視(직시)하도록 깨운 역사의 轟音(굉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對南(대남)도발의 한 사례로 끝날 것인가? 이는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中道(중도)노선을 포기할 것인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월간조선 2010년 6월호에서>
[ 2010-12-03, 10:0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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