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느낀 평등과 자유

金演光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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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5일부터 5월20일까지 모스크바를 다녀왔습니다. 1991년 1995년에 이어 세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첫 방문 때는 70여년에 걸친 사회주의의 실험이 완전 실패로 끝나고, 러시아가 대추락을 시작하는 시점이었습니다. 묵고 있던 인투어리스트 호텔의 로비에는 [인터걸]이라고 불리던 러시아 아가씨들이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외교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던 고교동창과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밥을 먹고 있는데 열서너살쯤 된 소녀 둘이 다가왔습니다.
  이 소녀들이 [하룻밤에 100달러]를 얘기하는데 아찔했습니다.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여자와 어린이들이 비참해진다고 하더니 말 그대로 였습니다. 95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붉은 광장 바로 앞에 있는 인투어리스트에 묵었습니다. 러시아의 비참한 생활은 별로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7년만에 다시 찾은 모스크바는 무척 밝아져 있었습니다.
  경제는 추락을 멈추고 정돈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입니다. 러시아 수출의 70%이상이 천연자원이라고 합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3%를 기록했습니다.
  5월17일에는 LG그룹이 후원하는 구소련 지역 4개국 축구대회에 갔습니다. 난생 처음 VIP 석에서 축구를 구경했습니다. 러시아 스팔타쿠스 팀의 홈 구장에는 찬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2만명쯤의 관중이 가득 찼습니다.
  경기장에는 러시아 국기를 몸에 두르고, 머리를 빡빡 깍은 [스킨 헤드 족] 청소년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이들이 난동을 부리고 상대 팀 응원단과 싸움을 벌여 골치라고 합니다. 이날은 내무부 소속 보안군이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열서너살쯤 된 스킨헤드족 청소년들이 보안군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러시아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이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들 또래의 앳된 청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10년동안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한없이 도입했고, 그 부작용으로 빈부격차, 사회보장의 급격한 감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묵었던 호텔의 이름은 [올로뇩]으로, 작은 독수리 새끼라는 뜻입니다. 구 소련시절 각 지역에서 올라온 소년소녀들이 이 호텔에서 묶으면서 호텔 뒷편에 있는 소년 궁전에서 체육 미술 여가활동을 즐겼던 곳입니다.
   소련시절에 관한 다큐멘터리 필름에 자주 등장하는, 붉은 스카프를 목에 맨 청소년들이 활기차게 뛰어놀던 모습이 이 호텔 주변에서 찍힌 것이라고 합니다.
  스킨헤드족 청소년들을 보면서 문득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버려지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구소련 시절 모든 어린이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던 그 시절이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역사의 진로는 참 아이러니 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이념으로 시작한 소련 사회는 공산당의 일부 특권층만 부유한 불평등 사회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체제는 70여년만에 무너졌고, 지난 10여년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러시아인들에게 강요했습니다.
   제가 1995년 스탈린그라드에서 만난 한 퇴역 군인은 1960년대에 쿠바에서 무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나와 아내를 위해 옷 하나 신발 하나를 산 적이 없다. 매달 받는 연금으로는 당신이 묵고 있는 이 호텔에서 한끼 식사를 사 먹을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평등과 자유는 조화가 어려운 인류의 두 가지 갈망입니다. 경제적인 용어로 전환하자면 평등과 자유는 분배와 성장이 되지 않을까요. 성장을 강조하면 분배가 일그러지고, 분배를 강조하면 성장이 숨을 쉬지 못합니다.
  평등은 명분이고 이상입니다. 분명 자연상태는 아닙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평등을 위해 혁명에 기꺼이 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등이 자유를 질식시킬 때 한 사회가 겪는 고통을 모스크바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출처 :
[ 2002-06-04, 17:4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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