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과 北核 위기의 유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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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14015 IP 번호 211.253.14.20
  글쓴이 1 (펌, 조갑제) 날 짜 2004/04/29 (16:46)
  나이/성별/직업 1,남,1 조 회 28
  
  2003년 1월 20일 월요일
  
  
  조선조의 역사를 연구할 때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부분, 철저히 반성하여 어처구니 없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대목이 있다.
  
  1592년 왜병에게 기습을 허용했던 조선은 그 35년 뒤 후금에게 다시 침략을 허용하였다. 丁卯胡亂이 그것이다(인조 5년). 인조는 그 9년 뒤 다시 병자호란을 막지 못하고 치욕의 삼전도 항복을 하고말았다. 어떻게 된 것이 40여년 사이 세 번이나 똑 같이 외부세력에게 선제공격을 당하고 말았느냐 말이다.
  
  6.25 기습 남침 허용까지 치면 우리는 네 번이나 기습을 당한 셈이다. 김정일에게 다섯번째의 기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이런 바보짓의 책임자들은 당시 정치를 담당했던 선비-양반 지배층이었다.
  
  더욱 웃기는 것은 인조 조정이 할 필요도 없는 전쟁을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1636년 淸으로 이름을 바꾼 後金은 조선에 대해서 大淸皇帝라고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조선조는 明에게 사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의리상 그렇게 못하겠다고 버티었다.
  
  이때 明은 이미 망해가고 있었고 大淸은 떠오르는 세력이었다. 광해군은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서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여 전쟁을 면했었다. 그런 광해군을 배신자라고 규정하여 쿠데타로 쫒아냈던 인조 조정은 明 황제 이외의 누구도 황제라 부를 수 없다는 명분론을 굽히지 않았다.
  
  인조도 현실외교로써 청과 화친하고싶었으나 명분론을 들고 나온 斥和派 신하들의 반발 때문에 청과 대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 10개월간 계속된 인조 조정의 내부 노선 투쟁을 들여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명분론은 청군의 침입을 부르는 초대장임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명분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전쟁 준비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사간 尹煌이 임금에게 전쟁준비를 건의하면 그 부하들인 사간원에서는 이런 건의를 올린다.
  
  '요사이 병란의 기미가 이미 생겨 화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하늘이 크게 재앙을 내려 수해와 旱災가 거듭 계속되니, 팔도의 생령이 모두 죽게 될 지경입니다. 그런데 전쟁까지 하게 된다면 국가가 반드시 망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청이 요구하는대로 그들 황제를 大淸皇帝라고 불러주면 된다. 그렇게 하자는 주화파 崔鳴吉에 대해선 明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규탄해마지 않던 척화파가 자신들이 부른 전쟁 준비를 하자고 하니 백성들의 고통 운운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대사간 윤황이 또 강화도의 무기와 전투식량을 평양으로 실어보내 평양에서 적을 막자고 건의한다. 비변사는 이 전쟁 준비 건의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가.
  '그렇게 해야겠지만 民力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 억지로 일을 시키면 내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가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人心 때문이다.'
  
  할 필요도 없는 전쟁을, 시대착오적인 명분론을 앞세우다가 초대해놓고는 전쟁 준비를 하겠다니 '그러면 백성이 고생하니 하지 말자. 백성들을 혹사하면 내란을 일으킬지 모르겠다'고 하는 판이니 대책이 없다.
  
  실제로 제대로 된 방어책이 없었던 仁祖 조정은 청군이 서울로 들어왔을 때에야 강화도로 달아나려고 했으나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인조로 하여금 그런 굴욕적 항복을 하도록 했더라면, 그리하여 수십만의 백성들이 청으로 납치되어가는 비극을 불렀다면 신하들 중에 책임지고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인데 아무도 없었다. 현실론을 앞세워 화친을 주장했던 최명길만 욕을 먹게 되었다.
  
  전쟁을 모르는, 전쟁준비도 할 줄 모르는, 책임질 줄도 모르는 구제불능의 이런 타락한 지도층. 지금 김정일의 핵공갈에 직면하여 범죄자인 김정일을 편들고 범죄자를 단속하려는 국제경찰 미국을 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칭 엘리트층은 이런 인조 지배층보다 나은 게 있을까. 의심스럽다.
  
  인조 때의 사대적 명분론과 요사이 한국 좌파의 민족공조론이 똑 같은 위선이다. 이 위선은 민족에게 참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망해가는 명의 정권에 대한 의리를 중하게 여기고 조선조 백성의 안전을 소홀히 여긴 점, 망해가는 북한 김정일 정권을 동족이라 착각하고 그에 대한 의리를 앞세우면서 우방인 미국을 배척함으로써 7천만 민족의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이 같지 않은가.
  
  국제정세를 오판한 명분론으로 병자호란을 불러들인 척화파 선비들은 충신이 되고 현실적 판단에 따라 화친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배신자로 치부 된 것이 조선조의 또 다른 비극이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니 진정한 반성도 책임규명도 불가능해지고 그런 과오의 메카니즘은 그 뒤에도 살아남아 조선조를 망하게 하는 데 일조했으며 지금은 한국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 2004-04-30, 20:3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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