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문으로 여섯 골이 들어가는 것을 구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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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월드컵 日記/6월11일 세네갈-우루과이戰
  
  나는 6월11일 오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세네갈-우루과이 對戰을
  구경했다. 비온 뒤의 개인 날씨로 화창했다. 월드컵 주변 풍경은 울긋불긋
  하고 밝았다.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울리는 것을 본 이후 두번째로
  세네갈 팀과 만났다. 전반전에 세네갈은 찼다면 들어가는 식으로 세 골을
  넣었다. 공은 거의 세네갈 진영에서 노는데도.
  관중들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우루과이 응원단의
  사람이 호르라기와 북을 동원하여 대~한민국의 박자에 맞춰 치고 불자
  관중들은 어느 새 우~루과이라고 외쳤댔다.
  게임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순간 2층 관람석에서부터 파도타기가 시작되었다.
  한 두 바퀴를 돌았을까 1층 관람석에서도 파도타기가 시작되어 1, 2층이
  누가 빠른지 경쟁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재미가 없으면 재미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인의 민족성이 발휘된 것이다. 이
  날 아침에 읽은 한 과학자와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났다. 과학을 발전시킨
  것은 이해관계가 아닌 인간의 호기심이란 것이 그분의 말이었다. 한국사람
  처럼 호기심이 많아 구경다니기 좋아하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올해 한국인
  들중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650만명으로 예상된다. 이 숫자는 우리보
  다 1인당 GNP가 네 배나 되는 일본과 인구비례로 따져서 비슷하다. 경제
  적으로 보면 과분하다싶을 정도로 재미를 찾아 세계를 싸돌아다니는 것이다.
  방초원을 달리던 조상들의 피가 유전인자로 전해지고 있는 것인지, 순진한
  心性 때문인지.
  이날 나는 運이 좋아 그늘진 1층 남서쪽 관람석에 앉아 골쏘나기를 코앞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전반전에 세네갈이 일방적으로 우루과이에게 밀리면서
  도 세 골을 남쪽 골문으로 연거푸 넣었다. 내 뒷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는
  차범근만큼 해설을 잘하는 것이었다.
  『에게게, 저 골 키퍼는 놀다가 먹고 놀다가 먹고 하네』
  이 우루과이쪽으로 넘어오면 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이르는 말
  었다.
  『야, 야, 빨리 와, 빨리 와』
  『야~, 꺾어져야 하는데 안 꺾어지네』
  『저 사람은 뭐든지 옐로카드야, 잘~하네』
  『이 아저씨 아무래도 오늘밤 몸살 나겠네』
  『쟤네들 정말로 우릴 심심하지 않게 해주네』
  『니네가 잘 하긴 잘 하는데 골이 안들어가. 어제 설기현도 그랬다구』
  『아-, 아-, 들어갔는데, 어-, 어-, 걷어차버렸네』
  후반전에 우루과이는 뒤늦게 분발하여 세네갈 골문으로 세 골을 차넣었다.
  나는 한 골문으로 여섯 골이 들어가는 것을 目前에서 구경한 것이다. 어느 팀
  을 밀어야 할 의무도 없으니 자연히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마음
  을 비우고 터지는 골만 감상하면 되었다. 열광은 약해도 재미는 최고였다.
  同行한 한 대기업체의 임원이 경기장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환위기다, 부패다, 정치다 해서 그 동안 속 상했던
  을 이번 월드컵 기간중 다 해소하려는 것 같아요』
  다른 同行者가 말을 받았다.
  『그래서 요사이 신문에서 弘三이 없어져버렸잖아요』
  
출처 :
[ 2002-06-11, 17: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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