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우습게 보는 세계 유일國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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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月刊朝鮮이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역사문화기행의 안내자로서 유럽을 자주 여행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그 등지를 여행한 뒤 최근에는 일본의 지방을 자주 다닌다. 유럽을 많이 본 뒤 일본을 보면 일본이 작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꾸로였다. 일본이 새삼 크게 보여지는 것이었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통해 보던 일본과 시골이나 지방도시를 통해 보는 일본은 많이 다르다. 일본의 저력은 시골이나 소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시고쿠(四國)의 작은 도시 이마바리(今治)는 인구 10만 명 남짓한 항구이다. 이곳의 호텔은 그 서비스나 음식이 도쿄의 일류 호텔에 못지 않다. 이 도시의 서점도 도쿄의 중심가 수준이다.
  큐슈 미야자키縣의 작은 마을 南鄕村은 인구가 2000명이다. 이 마을이 한국 여성을 국제교류원으로 채용하여 이 마을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 마을에는 百濟 왕족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큐슈의 산골에 난 국도를 달려보면 차량과 인간의 통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길 양쪽에는 널찍하게 인도를 확보해놓았다.
  시골의 음식점이 도쿄 긴자(銀座)의 음식점에 못지 않다는 것, 그래서 하체가 든든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런 일본이 明治維新(1868년)을 통해 갑자기 생겼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일본의 생산력은 그 역사가 오래이다. 16세기 초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서 조총을 수입, 국산화한 일본은 토요토미 시대에 들어가면 총생산 조총수가 유럽 전역의 조총수보다 많았다고 한다. 일본의 제도가 단기간에 외국의 선진문물을 수용,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은 15만 명의 병력을 부산항에 상륙시켰다. 이는 당시까지 세계 역사상 최대규모의 상륙전이었다. 그 전의 기록은 13세기 말 元-고려 연합 14만 병력의 원정함대가 큐슈의 하카다에 상륙한 것이었다. 단기간에 15만 병력을 수송할 수 있는 함선을 만들었다는 것,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해군 건설이 있다.
  
  일본은 1920년대에 이미 미국 영국과 함께 세계 3대 해군국이 되었다. 1940년대엔 세계최대의 전함인 야마토와 무사시를 만들었고 세계최고의 전투기를 생산하였다.
  일본의 근대화 혁명인 명치유신이 1868년이니, 근대화는 유럽보다 수백년이 늦었다. 그럼에도 그 뒤 100년만에 일본은 패전을 딛고 유럽의 쟁쟁한 선배국가들을 젖히고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건설했다. 이 경제력은 국가의지만 있다면 단기간에 제2의 군사력으로 전환된다. 일본의 발전은 인류사의 한 기적이다. 일본 때문에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의 잠재력이 서구 사회에서 높게 평가되었고 한국사람들도 서양인들로부터 없신여김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일본을 우습게 보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경제의 장기침체를 경험했다. 일본의 시대는 이미 갔다라는 희망적 관측이 유행했지만 그 불황의 끝에서도 일본은 不動의 세계2위이다.
  
  2002년 통계를 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약4조 달러이다. 세계경제3위인 독일은 약2조 달러, 4위인 영국은 약1조5천억 달러, 5위인 프랑스는 약1조4천억 달러였다. 즉, 유럽의 3대 경제국인 독일 영국 프랑스를 전부 합친 국내총생산이 일본것과 같다. 한국은 이해 5천2백 달러의 국내총생산을 기록하여 일본의 약8분의 1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잘 팔린다.
  
  많은 한국인은 일본인의 친절함을 허약함으로 오해한다. 일본인의 정교함과 꼼꼼함과 섬세함을 포용력의 부족이니 축소지향으로 오해한다. 일본인의 정직, 친절, 섬세, 꼼꼼함이 조직되면 엄청난 스케일로 나타나고 무서운 생산력을 보인다는 것을 간과하는 한국인들은 오늘도 내일도 일본을 우습게 볼 것이다.
  일본 해군이 내일 독도를 점령하고 주변해역을 봉쇄한다고 치자. 우리 해군 해병대 공군이 총동원되어도 독도 탈환은 불가능하다. 일본 자위대는 제해권과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독도 문제를 일부러 크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와 상대할 만한 戰力을 갖추기 전에는.
  
  일본의 놀라운 생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1. 일본 국민들의 평균 수준이 매우 높다. 교육수준, 도덕수준, 전문지식의 수준, 평균 수명(즉 건강)이 세계최고 수준이다.
  2. 일본 지도층의 수준이 높다. 이들은 명분론보다는 실용적이다.
  3. 일본의 인구가 많고 국토가 넓다. 일본의 국토중 산은 약80%로서 한국보다도 산이 많다. 산림이 울창하고 地力이 좋으며, 강우량이 풍부하다. 면적은 38만 평방킬로미터이지만 다리미질을 하여 산지를 펴놓으면 100만 평방킬로미터, 즉 프랑스의 두 배 정도가 된다. 그만큼 일본의 국토는 넓고 입체적이며 생산성이 높다.
  4. 武士지배를 오래 받아 사람들이 잘 훈련되어 있고 행동에 절도가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기업이든 군대이든 조직에 잘 순응하고 조직을 개인보다 중시한다.
  5. 사회제도와 역사적 전통이 매우 실용적이고 생산적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면 단기간에 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낸 다음 한 차원 더 발전시켜 생산하기 시작한다.
  
  신라의 삼국 통일로써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정리되어 안정되기 전까지 일본열도는 아시아의 신대륙이었다. 신라, 백제, 고구려, 가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일본으로 인구가 유입되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구성이 일본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류역사상 최장기의 정치안정이 생산성을 축적, 온존, 발전시켰다. 미국이 유럽의 문화와 인종들을 다 받아들여 융합시킨 힘으로 굴러가는 것과 비슷한 체질의 나라가 일본인 것이다.
  
  예컨대 이퇴계의 주자학은 한국에서는 선비들의 관념철학으로 끝나고 민중들의 생활을 순화한 생활철학으로는 발전하지 못했지만, 이퇴계의 철학을 뒤늦게 받아들인 일본은 이를 국민교육의 바탕정신으로 활용하였다. 선진문물의 原産地보다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소화력과 생산력을 일본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일본에서 배울 것이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 2004-07-05, 23:4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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