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노무현은 누가 죽였나?
검찰인가, 가족인가, 본인인가?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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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의 최신정보파일] 13억 돈상자 미스터리 추적

대통령 딸과 1000만 달러 날린 두 도박女

 

누가 도박 자금을 대나?

⊙ 《월간조선》 2월호 보도 이후 등장한 노정연 관련 의혹(13억 돈상자 사건)은 2009년 수사 때
나오지 않았던 혐의
⊙ “청와대 직원이 박연차에게 왕임(경연희씨의 도박친구)의 비밀계좌를 알려주어 대통령 딸에게
40만 달러 송금”
⊙ “노무현은 처음부터 알았으나 권양숙에게 책임 轉嫁, 권 여사가 박연차에게 ‘아이들 집’ 마련
운운할 때 노무현도 곁에서 듣고 있었고 나중에 고맙다고 전화”(당시 수사관계자)
노정연씨가 구입한 미국 뉴저지의 고급아파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李仁圭 검사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후인 2009년 6월 12일 박연차(朴淵次)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政官界) 인사 뇌물제공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Ⅴ.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1. 혐의 요지
○ 노무현 前 대통령 : 2006. 9 ~ 2008. 2. 박연차로부터 4회에 걸쳐 미화 합계 640만 달러 등 뇌물수수

‘13억원 돈상자’.
2. 수사 진행 경과
○ 2008. 12. 중순. 홍콩 계좌의 송금지시서 및 박연차 진술에 의해 노건호,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관련 계좌 확인을 위한 형사사법 공조요청
○ 2009. 2. 美貨 환전 자료 및 관련자 진술 등에 의해 1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 2009. 3. 중순 ~ 4. 초순. 형사사법 공조요청 회신 도착 및 분석, 연철호가 500만 달러 수수 계좌의 개설자임을 확인
○ 2009. 4. 7. 노무현 前 대통령, 정상문 체포 직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권양숙 여사의 100만 달러 수수 사실 및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사실 시인
○ 2009. 4. 10 ~ 4. 26. 연철호, 노건호 및 동업자 정○○, 정상문 등 상대로 600만 달러의 수수 주체, 성격, 자금 사용처 등 조사
○ 2009. 4. 11. 권양숙 여사 소환 조사
○ 2009. 4. 30. 노무현 前 대통령 소환 조사
※ 노 前 대통령, 돈의 사용처에 대한 진술서 제출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 내의 통화내역 보관 여부 확인 요청
○ 2009. 5. 7. 권양숙 여사, 100만 달러 사용처 관련 진술서 제출
○ 2009. 5. 9 ~ 5. 11. 국제공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연차가 노정연에게 40만 달러 송금 사실 확인
○ 2009. 5. 12. 청와대 경호처, 보존기간 경과로 노 前 대통령이 요청한 통화내역 확인 불가 회신
○ 2009. 5. 10 ~ 5. 18. 미국 주택 계약내용, 대금 지급 여부 등 조사
○ 2009. 5. 20. 미국 및 홍콩에 미국 주택 계약 관련 형사사법 공조요청

3. 처리결과
○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

검찰 발표문은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이라고 명시했다. 즉 사망한 노무현을 제외한 다른 가족에 대한 수사는 포기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뒤 권양숙, 노건호, 연철호, 노정연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결로 압수되어 국고(國庫)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640만 달러는 유족들 손에 남게 되었다.

《월간조선》 2월호 보도 이후 새로 등장한 노정연 관련 의혹, 이른바 13억 돈상자 사건은 2009년 수사 때 나오지 않았던 혐의이다. 노무현 일가(一家)가 받았다는 640만 달러 중에도 포함되지 않는 돈이다. 검찰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행동본부가 수사의뢰서를 제출함에 따라 대검(大檢) 중앙수사1과에 사건을 배당, 수사에 착수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새 혐의점이 드러났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야말로 직무유기이다.


경연희의 2중 신원 미스터리

경연희씨의 운전면허증. 이름이 YEON H KYEOUNG으로 적혀 있다.
작고(作故)한 전 대통령 노무현의 딸 노정연씨가 보낸 것으로 의심받는 13억 돈상자(100만 달러)의 최종 수령인 경연희씨(在美동포)는 유명한 대기업 경영인의 딸이다. 경(景)씨는 노정연씨에게 뉴욕의 허드슨강(江)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를 판 사람으로 1969년생이다. 그가 단골로 출입한 미국 코네티컷주(州) 폭스우즈 카지노의 전산기록에 따르면, 국적은 한국, 영어 이름은 ‘KYONG, YUNHEE’로 되어 있다. 그런데 뉴저지주가 발행한 경씨의 운전면허증엔 이름이 ‘YEON H KYEOUNG’으로 되어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경씨는 뉴저지와 뉴욕을 가로지르는 허드슨강이 내다보이는 헨리온허드슨 빌라 12호(지상 3층, 지하 1층·총면적 350m²)를 26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0억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인 ‘디드 레코딩(Deed Recording)’에 경씨는 이전 모든 공식 서류에 썼던 사회보장번호인 ‘×××-××-×090’이 아니라 ‘×××-××-×874’를 썼다. 이름도 그동안 공식 서류에서 써왔던 ‘Yun Hee Kyong’과 다른 ‘Yeon-Hee Kyeoung’으로 기재했다.

그는 두 개의 이름, 두 개의 사회보장번호, 두 개의 국적, 두 개의 여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는 미국에서 범죄행위이다. 탈세(脫稅) 등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로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운영자 안치용씨(前 언론인)는 《동아일보》와 한 통화에서 “당시는 경씨가 카지노에서 1000만 달러를 잃었던 시점인데 고급 빌라를 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두 여인이 1000만 달러 이상을 도박으로 날려

폭스우즈 카지노 전산자료에 나타난 경연희(KYONG, YUNHEE)의 도박 기록. ‘WIN(LSS)’ 난에 적힌 8822900은 잃은 돈의 액수이다.
2009년 초의 폭스우즈 카지노 전산자료에 따르면 경연희씨는 2007년에 87일, 2008년에 173일, 2009년에 24일간 카지노에서 도박(주로 바카라)을 했다. 2008년에 753만9939달러 등 이 카지노에서만 882만2900달러를 잃었다. 카지노에서 계산한 예상승률을 적용하면 경씨는 770만7764달러를 잃어야 하는데 그보다 많이 잃은 것이다. 이런 사람을 카지노에선 최고 손님으로 대우한다.

카지노에서는 돈을 많이 잃은 고객들에겐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의 적립금(Earned)을 주어 덤으로 쓰게 하는데, 경씨에겐 총 167만7738달러의 적립금을 주었고, 이 가운데 138만6982달러를 쓴 것으로 되어 있다.

경연희씨는 폭스우즈 이외 다른 카지노도 이용한다는데 이달호씨(폭스우즈의 경씨 담당 한국인)는 그것까지 합치면 도박으로 날린 돈이 100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본다.

경연희씨의 전산자료를 살펴보면 ‘Spouse 00432781’이란 기록이 보인다. 스파우스(Spouse)란 ‘배우자’라는 뜻인데, 도박장에선 모든 계산을 공동으로 하는 특수관계를 뜻한다. 그렇다면 경씨의 ‘스파우스 00432781’은 누구인가? ‘00432781’은 ‘WONG, YIM Y’라는 이름의 단골 노름꾼인데, 그의 스파우스는 번호가 ‘00863646’이다. 이 번호는 경연희씨에게 폭스우즈 카지노가 부여한 것임이 확인된다. 즉 왕임-경연희가 스파우스 관계이다.


“왕임의 도박자금도 경연희가 제공”

왕임은 홍콩계(系) 중국인 여성으로서 1962년생, 경씨보다 일곱 살이 위다. 왕임과 경연희 두 사람은 단짝으로 붙어다닌다. 같은 호텔 방을 쓰면서, 같이 돈을 잃고, 같이 계산한다.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이달호씨는 ‘경연희씨가 왕임 씨의 도박자금을 다 대준다’고 했다. 왕임은 2007년에 119일간 폭스우즈 카지노에 머물면서 53만1160달러를 잃고, 2008년에는 243일간 묵으면서 156만6692달러를 잃는 등 2009년 초까지 총 215만2467달러를 잃었다. 이 돈까지 경연희씨가 지불하였다는 게 이달호씨의 주장이다.

이달호씨는 “경연희씨가 카지노의 자기 계좌로 송금한 돈이 1000만~11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뉴저지에 있는 한국계 은행을 통하여 100만, 200만 달러씩 보냈고 이 돈을 인출, 도박에 썼다는 것이다. 왕임은 경씨를 만나기 전엔 넉넉하지 못했는데, 스파우스 관계가 된 이후 생활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달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연희씨를 만나고부터 왕임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만 100만 달러가 넘어요. 일단 6캐럿짜리 다이아 반지가 있어요. 그것만 해도 70만 달러가 넘어요. 벤츠 600 컨버터블을 타고 다니는데 그것도 10만 달러가 넘는 걸로 알아요. 카지노딜러인 왕임 딸이 4만 달러짜리 벤츠를 타고 다녀요. 그의 아버지도 벤츠 타고 다니고. 그러니까 누가 그 집 살림을 다 페이(pay)하는 거예요.”

이달호씨는 여기서 중요한 증언을 하였다. 왕임이 개설한 홍콩 계좌에서 폭스우즈 카지노의 경연희씨 계좌로 20여만 달러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박연차-왕임-노정연 송금 루트

―수시로 들어와요?

“그건 아니고 제가 한 번 목격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 왕임이 카지노에 60만 달러를 줄 게 있어요. 마커를 오픈했는데 게임을 워낙 많이 하고 해서…”

‘마커’란 카지노에서 단골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인데 45일 안에 갚아야 한다. 이달호씨는 왕임의 홍콩 계좌로 돈을 보내준 사람이 한국인으로 보였다고 했다.

―누가 보내는 걸까요?

“그건 저도 잘….”

―대충 추측을 한번 해보세요.

“제 생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국에서 경연희씨에게 돈이 빠지는 한 루트다 이건 확실한 것 같아요. 외화가 유출되는 한 루트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2009년 대검 중수부에서 이런 요지의 진술을 했다.

<2007년에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 정상문 총무비서관과 식사를 하다가 권양숙 여사가 ‘애들 살 집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말했고, 내가 ‘걱정 마시라. 제가 해드리겠다’고 답한 뒤 100만 달러를 전달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100만 달러를 권 여사 앞으로 전한 것 외에도 홍콩의 왕임(경연희씨의 친구) 계좌를 통하여 40만 달러를 (경연희씨를 경유) 딸 정연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박연차씨가 왕 씨의 홍콩 계좌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가 궁금한데, 당시 수사에 참여하였던 한 인사는 ‘청와대 측에서 박 회장에게 번호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게 아파트를 판 경연희씨가 돈을 받기 위하여 정연씨를 통해 청와대에 왕임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왕임-경연희-노정연-청와대-박연차로 연결되는 송금 라인이다. 대통령 일족(一族)이 불법적인 외환송금을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루트는 13억 돈상자 환치기 루트와 비슷하다. “경연희-노정연-‘마스크 남자’-이균호-은○○-경연희”라는 게 이달호씨의 주장이다. 대통령 딸이 어떻게 두 도박녀(女)와 얽혀 해외 비밀계좌를 경유한 불법송금에 연루되었는지 궁금하다.

이달호씨는 경연희씨로부터 들었다는 권양숙씨 관련 100만 달러 가방 운반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연희씨가 가방 사이즈를 손으로 ‘이따만 한 가방에…’라고 했습니다. 100달러짜리 새 돈이었고 그걸 침대 위에 펼쳐 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재를 털어 비볐고, 아래층에 내려가서 (돈세탁을 위해) 슬롯머신에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침대 위에 100달러짜리 늘어놓고 담뱃재를 그 위에 턴다는 것은 무슨 뜻이에요?

“담뱃재를 털면 돈이 비늘처럼 잘 떨어지잖아요. 손에 묻기도 하고 셀 때에도 손이 아프고 하니까. 미국 카지노 시스템은 1만 달러가 넘어가는 돈을 바꾸면 그 사람 사회보장번호가 당국에 보고돼요.”

―권양숙씨가 국빈(國賓) 자격으로 가지고 간 100만 달러가 경연희씨한테 간 거네요?

“최종적으로 경연희씨가 받은 건 확실해요. 경연희씨도 한국에서 돈을 빼오는 걸 커다란 숙제로 알고 있었어요. 저에게, 상속세 얼마나 돼, 증여세 얼마나 돼, 좋은 변호사 알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거든요.”

이달호씨는, 100만 달러 가방 이야기를 경씨로부터 들은 것은, 노무현이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였다고 기억했다.

“경연희씨가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하고 나서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기자들이 물어보고 그러면 ‘입 다물어라. 입 조심해라’라고 거의 협박조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100만 달러 받아 도박 빚 갚았다”

―경연희씨 도박자금의 소스는 어디인 거 같나요?

“확실한 것은 경연희씨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카지노에 연중 100일, 200일 있으면서 일을 한다는 건 말이 안돼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소득은 한국에서 빠지는 거 외에는 없다고 봐요. 일하는 사람의 라이프는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비자금에서 돈이 나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요?

“노정연한테서 온 100만 달러를 확인했으니까, 13억은 은○○라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동생(이균호)이 픽업을 하게 됐어요.”

―은○○ 루트를 계속 이용한 모양이죠?

“그렇겠죠. 일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사용할 수 없잖아요.”

―2009년 1월 그때 폭스우즈 카지노 호텔 2318호에 모여서 노정연씨에게 전화하기 전에 무슨 대화가 오갔나요?

“경연희씨가 돈이 올 데가 더 있다. 한국에서 올 거다고 했어요.”

―그때 경연희씨가 돈을 많이 날린 직후입니까.

“그렇죠. 시간적으로 볼 때 거의 마지막 100만 달러라고 보면 되죠. 2008년도에 753만 달러를 잃었잖아요. 경연희씨가 잠깐 동안 카지노 출입을 안 했어요. 그때 돈이 나온 거예요. 제2 IMF 위기라고 할 때 돈이 빠진 거예요.”

―환치기한 100만 달러는 현금으로 경연희에게 전달됐죠? 은행으로 들어갔나요?

“폭스우즈 카지노로 들어왔어요. 제가 30만 달러 환치기를 소개해 줬고, 나머지 70만 달러는 미스터 은이 해결했다면서 그 돈이 카지노에 예금되면서 해결이 됐어요. 그때 왕임이 카지노에 60만 달러 정도 마커(빚)가 있었어요. 그걸 갚아야만 예금시킨 돈을 찾을 수가 있어요. 100만 달러를 받아 왕임의 도박 빚을 갚아준 거 같아요.”

경연희씨의 부친은 필자에게 “외동딸인데 국내 재산이 적지 않아 송금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적법(適法)한 송금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2009년 수사팀의 한 간부 출신은 “경연희씨 부친의 재산이 상당하다”고 했다.


부인이 돈 받은 것 알고 격노?

지난 2월20일자 《중앙일보》 김진(金璡) 논설위원의 칼럼 <노무현 시대에 대한 망각>은 노무현 자살의 본질과 친노(親盧) 세력의 재기(再起)가 지닌 위험성과 위선(僞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메이저 언론에서 이 정도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 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노무현 사람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대는 그렇게 떳떳한 시절이었나”라고 반문한다. 김 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주례를 섰던 친노인사끼리의 호화로운 혼사(婚事)에 대해 언급한 다음 이렇게 썼다.

<몇 달 후 비극이 시작됐다. 노무현의 또 다른 후원자 박연차 회장이 등장한 것이다. 박연차라는 야수는 대통령 형을 삼키고, 부인을 해치더니 급기야 대통령을 쓰러뜨렸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1차적인 동기는 부인 권양숙 여사였다. 문재인 전 실장에 따르면, 노무현은 부인이 박연차에게서 거액을 받은 걸 알고 격노했다고 한다.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런 참에 검찰이 자신이 주도한 일이라고 몰아붙이니 노무현은 억울함을 외치려 뛰어내린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노무현 장례식에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노무현을 무엇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다는 것인가. 권양숙 여사인가, 아니면 검찰인가. 물론 검찰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직 국가원수를 사지(死地)로 안내한 것은 무엇보다 부인의 책임이다. 노무현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부부 신뢰관계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보호하려고 권양숙에 轉嫁’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기 위해 2009년 4월 30일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칼럼이 나온 며칠 뒤 김진 위원을 만나 그런 판단을 내린 근거를 물었더니 2009년 6월1일자 《한겨레》의 문재인 인터뷰 기사를 댔다. 문씨의 이야기는 국민장(國民葬) 직후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대통령에게 큰 실수를 하게 된 권 여사님은 우리들에게 너무 면목없어 했습니다. 우리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에야 어쩔 수 없이 동석하셨지만, 그게 아니면 대통령과 같은 공간에 있는 걸 피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다가도 대통령이 오시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 여사에게) 우리 앞에서는 큰소리 한 번 안 치셨습니다. 나는 그게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정 비서관이 받았다는 3억원과 100만 달러의 성격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크셨습니다. 그런데도 홈페이지에는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들이 올라오니까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2009년 봄 수사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 노무현씨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는 전술을 펴다가 검찰의 수사에 의해 코너로 몰려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합뉴스》는 “노 전 대통령이 거듭 ‘몰랐다’고 배수진을 치더라도 박 전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도덕적 타격을 피할 수 없고, 같은 해명이 반복되면 신빙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썼다.


노무현 사위, “사실이라 한들…”

이 통신은 <100만 달러 의혹이 불거진 4월 초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권양숙 여사를 ‘집’이라 지칭하면서 자신 모르게 권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며칠 뒤 다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며 민망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의 한 수사 관계자는, 노무현씨의 ‘나는 몰랐다’는 주장이 검찰 수사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자살한 뒤 친노세력은 그를 희생양으로 윤색하기 시작하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씨처럼 권 여사에게 책임을 전가, 노무현의 무고함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식사 자리에서 권 여사가 박연차씨에게 ‘아이들 집’ 마련 운운할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곁에서 듣고 있었고, 나중에 ‘고맙다’는 전화를 박 회장에게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노무현 자살의 1차적인 책임자는 권양숙씨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씨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 ‘모든 게 내 책임이다’고 나왔어야 하는데 ‘나는 몰랐다. 집사람 책임이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스스로 퇴로(退路)를 끊은 셈이란 주장이었다.

중앙수사부장으로서 노무현 관련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변호사도 작년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나와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바로 그날 오후 5시경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에서 주택을 구입했음을 의심할 만한 미국 당국의 조회 결과가 한국 검찰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진실을 알고 있던 노무현씨는 검찰에서도 다른 진술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13억 돈상자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의 아내인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가 최근 미국 호화아파트 매입 건과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데 대한 항변의 글이었다.

<최근 제 아내가 불쑥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셋째 아이의 출산을 불과 20여 일 앞둔 아내의 모습이 처량합니다.

저로서는 지금까지 보도된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 아내가 이 정도로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부부로서 약 10년의 생활을 함께한 모습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입니다.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진 모습을 목도했고, 지금껏 마음을 삭일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입니다.

이미 자신의 행위 책임을 넘는 충분한 형벌을 받은 것입니다.

남편인 저는, 그 곁을 묵묵히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용렬함 그리고 잔인함을 봅니다.>


‘남상국을 아는가?’

2012년 1월 26일 대검 앞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의 ‘13억 돈상자 사건’ 수사 촉구 기자 회견.
이 글에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반박 글이 화제가 되었다.

<곽상언 변호사는 전혀 변호사답지 않게 출산을 앞둔 임신부의 문제,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의 문제로 치환(置換)시키고 있다. 이런 감성적인 접근은 전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곽 변호사는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입니다’라고 말한다. 근대 형법의 기본원칙은 ‘자기책임(自己責任)의 원칙’이다. 권양숙씨의 잘못은 권양숙씨가, 노정연씨의 잘못은 노정연씨가, 노무현씨의 잘못은 노무현씨가 책임져야 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대신해서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노무현씨는 자살로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졌을지 몰라도, 권양숙씨나 노정연씨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정치적 희생양’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곽상언 변호사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남상국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남상국씨는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방송에서 노무현이 공개적으로 그 이름을 거론하면서 망신을 주는 바람에 수치심을 못 이기고 한강에 투신자살한 전 대우조선 사장이다. 그 유족(遺族)들은 남편을, 아버지를 그렇게 잃고서도 노무현 정권 내내 죄인처럼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다. 노무현은, 권양숙은, 노정연은, 노건평은, 노건호는, 곽상언은, 남상국씨의 유족들에게 단 한번만이라도 사죄의 뜻을 표한 적이 있나? 단 한번만이라도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그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나?

노무현은 생전에 장인 권오석에게 학살당한 이들이나 유족들에게 일언반구(一言半句) 사과한 적이 없다. 곽상언 변호사도 제 아내의 억울함은 절절하게 주장하면서도 남상국 사장 유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서 ‘인간의 용렬함과 잔인함’을 본다.>


13억 돈상자에 얽힌 의문들

검찰이 아버지를 통해 귀국을 압박하고 있는 경연희씨가 귀국, 13억 돈상자의 출처가 노정연이라고 진술한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연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 13억원은 누가 준 것인가?

· 13억원은 보다 큰 비자금의 일부인가?

· 그 비자금은 지금 누가 관리하나?

· 비자금은 친노세력의 정치자금과 관련 있나?

· 도박자금은 누가 보내주었나?

검찰이 선거정국(政局)에서 얼마나 깊게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2012-03-19, 22: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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