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가 김정일을 만날 때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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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3월 소련을 방문하여 당시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과 개혁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던 마가래트 대처 당시 영국 수상은 歸路에 19세기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스 토크빌의 名言이 떠올랐다고 한다.
  <무능한 정부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개혁을 시작할 때이다>
  대처 수상은 고르바초프가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그 돈으로써 교육이나 의료비를 지불하도록 하는 방향의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수백만의 주민이 굶어죽게 할 정도로 무능한 金正日 정권이 몇 달 전부터 바로 그런 개혁이란 것을 시작했다. 주민들의 월급을 수십 배 올리고, 정부 상점에서 파는 물건값도 올리고, 그리하여 오른 월급으로 오른 물건값을 지불하도록 한다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다. 金正日式 개혁은 출발부터 실패하고 있다. 돈은 많아졌으나 물자는 늘지 않아 물가는 오르고 암시장도 여전하다.
  고르바초프식 개혁이 실패한 한 요인은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것이다. 鄧小平이 성공한 것은 물가를 잘 잡은 바탕에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金正日은 이제 물가 폭등이 민심의 동요를 부르고 체제에 위협이 되는 상황과 직면하게 되었다. 그가 최근 金大中 정부 및 고이즈미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펴게 된 것도 벌여놓은 소위 개혁조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 물가를 안정시킬 물자와 물자를 수입할 현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그것들을 공급해줄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金正日 정권에 대해서 유리한 협상 위치에 서 있어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평화정착 문제와 인권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金正日 정권에게 굴종적인 자세를 보여온 金大中 정부는 찾아온 이 好機를 이용하여 납북자 및 在北국군포로의 송환 같은 인권문제를 提起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쌀과 비료를 또 일방적으로 제공해주기로 했다.
  곧 金正日을 만나게 될 고이즈미 일본수상은 2000년 6월의 남북 정상회담 직후 金大中 정부가 북송해준, 일본인 하라타다아키 납치범 辛光洙 문제부터 꺼내야 할 것이다. 金大中 정부는 辛光洙를 보내면서 피납자의 生死 확인 요구도 하지 않음으로써 납치범과 피납자가 확인된 이 사건의 유일한 물증을 金正日에게 넘겨주었던 것이다. 辛光洙가 安企部에 붙들려 자백한 납치사실은 일본에서의 조사로 확인되었다. 金正日이 납치된 주방장 하라타다아키씨의 生死 확인 요청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와 하는 어떤 약속도 믿을 수 없게 될 것이다.
  金正日이 내부 개혁을 시도했다는 것은 그가 피하려고 했던 對內 문제, 즉 인민을 먹여살리는 과제에 얽매이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의력이 분산되어 대외적으로는 공격적 자세가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토크빌의 말대로 무능한 金正日 정권의 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1995년 大饑饉 이후 7년째 진행중인 체제붕괴를 加速시킬 것이다. 대기근 이후 金正日 정권은 평양시민과 군인 및 체제유지 세력 약500만 명에게만 배급을 유지하고 그 이외의 인구에 대해서는 배급을 끊음으로써 수백만의 餓死者가 발생했다. 민중이 먹고살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전국에 생겨난 것이 암시장이었다. 이 암시장이 배급기능을 代替하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는 시장기능의 영향권 안에 들어 가면서 체제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변화되었다. 金正日이 개혁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한 것도 이런 변화가 상부로 확산되고 정권의 심장부에까지 침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金正日은 개혁의 시간을 예전에 이미 놓쳤다. 지금은 개혁에 필요한 자원과 수단이 거의 없다. 개혁을 지휘할 수 있는 시장 경제 전문가도 없고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낼 만한 공장도 농장도 電力도 없다.
  金正日에게 남은 마지막 수단은 약40억 달러로 추정되는 비자금이다. 金正日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해놓고도 식량 구입에 쓰지 않고 있는 이 비자금을 쓰지 않을 수 없도록 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현금 지원을 하지 않아야 한다.
  金正日의 개혁 시도가 실패한다는 것은 북한주민과 이웃나라들에게는 축복일 것이다. 金正日 개혁의 실패는 병영국가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것이고 시장기능을 강화시킬 것이다. 관련 국가들이 처지가 어렵게 된 金正日을 잘 다루면 핵무기, 화학무기, 미사일, 재래식 군사력의 위협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악마적인 金正日 정권의 健在는 한반도의 고통, 일본의 불안, 중국의 곤혹이다. 이 뇌관을 돈의 힘으로, 시장의 힘으로, 인권의 힘으로 평화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고이즈미 수상은 어떤 경우에도 金正日 정권의 생존력을 강화시켜주는 합의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이 협조하면 金正日 정권의 힘을 약화시키는 대신 북한 주민들과 시장경제의 힘을 북돋우어 북한체제를 내부로부터 변화시킬 수 있다. 金正日 정권의 군사력과 탄압력을 약화시키는 길만이 동북아에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金大中 대통령에게 레이건과 같은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면 고이즈미 수상이라도 대처와 같은 역할을 해주어 東北亞의 냉전을 끝내주어었으면 한다. 동북아의 냉전 종식에는 金正日 정권이 결정적 걸림돌이다. 金正日의 불행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람들의 행복이란 점을 直視하자. 우리가 바라는 것은 金正日 정권의 성공이 아니라 북한주민의 성공과 그곳 市場의 확대이다.
  
출처 :
[ 2002-09-08, 18:0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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