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다운 이름들
이 세상에 꽃 같이 좋은 것이 또 있을까?

張良守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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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참 좋은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도 그렇고, 거기에 무엇보다 갖가지 꽃이 피어서 그렇다. 몇 차례 마땅찮은 세상일에 대해 쓴 소리를 했으니, ‘입가심’ 삼아 꽃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 세상에 꽃 같이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두꺼운 눈을 뚫고 초록 잎과 함께 노란 꽃봉오리를 내미는 복수초, 매서운 겨울바람 앞에 작고 단정한 봉오리를 터뜨리며 짙은 향기를 내뿜는 매화 - 등 어느 것이나 꽃이 피는 모습은 다 좋다. 꽃은 지는 모습도 좋다. 서정주 시인이 읊었듯,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 그 슬픈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꽃 이름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叡智(예지)에 찬 분들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꽃 이름은 그 생김새를 보고 지은 것이 제일 많다. 錦囊花(금낭화)는 비단주머니 꽃이라는 뜻인데, 긴 꽃대에 횡으로 조롱조롱 달린 꽃을 보면 마치 비단 주머니가 달린 것 같다. 玉簪花(옥잠화)는 옥비녀꽃이라는 뜻인데, 자세히 보면 피기 직전의 그 봉오리가 옥으로 만든 비녀하고 꼭 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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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주머니를 닮은 錦囊花(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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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簪花(옥잠화). 그 봉오리가 옥으로 만든 비녀를 닮았다. 



또 붓꽃은 활짝 피기 직전의 봉오리가 먹물을 듬뿍 찍은 붓 모양 그대로다. 복주머니란은 꽃의 둥그런 모양이 옛날 어린이들 허리에 달아 주던 복주머니하고 많이 닮았다. 4월이면 산과 들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피는 제비꽃은 제비가 돌아올 때에 피는데다 그 날렵한 자태가 제비를 닮아 그렇게 부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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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활짝 피기 직전의 봉오리가 먹물을 듬뿍 찍은 붓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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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란. 꽃송이가 복주머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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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날렵한 자태가 제비를 닮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紫雲英(자운영)은 그 한자가 자주색 구름꽃이라는 뜻인데 4월, 논밭에 무리 지어 핀 그 꽃을 보면 그 이름 그대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봄에 피는 홀아비꽃대는 꽃대가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올라오는 것이 혼자 사는 사내를 연상하게 하는 데가 있어 그런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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紫雲英(자운영). 그 무리가 자주색 구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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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꽃대. 꽃대가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올라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10년 무렵 우리나라에 들어와 6~7월에 피는 국화과의 꽃에 妓生草(기생초)라는 것이 있다. 이 꽃은 노란 꽃잎 한가운데에 짙은 밤색 무늬가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짙은 화장을 한 기생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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妓生草(기생초). 짙은 화장을 한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외국종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는 歸化植物(귀화식물) 꽃도 많은데 우리 선인들은 그런 꽃을 외국 이름 그대로 부르지 않고, 이왕 우리 식구가 된 것을 어쩌겠느냐는 듯, 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고 있다. 브라질 원산 부레옥잠이 그런 경우다. 물 위에 떠서 사는, 왕성한 생명력의 이 식물은 잎이 옥잠화의 그것을 닮아 있는데 잎 사이에 물고기 내장의 공기주머니, 부레(浮囊·부낭) 같은 것이 있다 하여 그런 이름을 붙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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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



멕시코가 고향인 코스모스는 예외로, 우리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나 했는데, 그것은 내가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그 꽃에는 살살이꽃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가을에 피는 그 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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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가 고향인 코스모스. 살살이꽃이라는 이름도 있다.



꽃 이름 중에는 그 피는 시기를 보고 거기에 맞게 지은 것도 있다. 한여름에 피는 꽃으로 ‘바람나비’라는 뜻의 風蝶草(풍접초)라는 있는데 그 俗名(속명)은 기생꽃이다. 꽃의 모습이 화려하기도 하고 거기다 밤에 피기 때문에 그런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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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蝶草(풍접초)


칠레 原産(원산)의 달맞이꽃은 밤에 피기는 하지만 노란 꽃이 화장이 야단스럽지 않아 그런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 같다. 국화과의 九節草(구절초)는 9월9일이면 아홉 마디로 자라는데 그래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 꽃은 그날 꺾어 베개 속에 넣고 잠을 청하면 은은한 향기 속에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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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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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節草(구절초).  9월9일이면 아홉 마디로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떤 꽃은 그 성격이나 한방·민간요법의 약효 때문에 그에 맞는 이름을 가진 것도 있다. 만리향·천리향·백리향 하는 꽃은 모두 향기가 짙어 그렇게 불리고, 엉겅퀴는 피가 엉기게 하는 止血(지혈) 효과가 있어 붙은 이름이란다. 요즘 노랫말에 ‘일편단심 민들레야, 떠나지 않으리-’ 하는 것이 있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 꽃은 보기에는 연약한 것 같아도 그 뿌리가 곧고 깊게 내려 옮겨심기가 아주 어려운데 그래서 그런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꽃 이름 중에는 세상살이의 고달픔, 생의 가파름, 나라의 不運(불운)을 말해주는 것도 있다. 제비꽃에는 오랑캐꽃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그 예쁘고 연약한 들꽃에 왜 그런 민망스런 이름을 붙였는가 했더니 이 꽃은 4월에 피는데 북쪽 오랑캐들이 그때가 되면 양식이 떨어져 우리 민가를 침범하는 일이 잦았단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저 꽃이 피거든 오랑캐의 내습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단다.

아메리카 원산의 皆亡草(개망초)는 구한말 우리나라의 비운을 말해 주는 이름의 꽃이다. 당시 일본은 대륙 침략의 作戰路(작전로)로 우리나라에 철도를 놓고, 신작로를 닦느라고 곳곳에서 땅을 파헤쳤다. 그러고 나면 거기에 못 보던 꽃이 피곤 했는데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보고 나라가 망할 징조를 보여 주는 꽃이라고, 亡國草(망국초)라고 부른 것이 그런 이름이 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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皆亡草(개망초)



위의 꽃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복주머니란' 출처- 네이버블로그: 야생초사랑(
http://cafe.naver.com/emfrhctkfkd/37704)
'자운영' 출처 - 네이버 포토갤러리(http://photo.naver.com/view/2009051016405050641)

그외의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블로그: 아름다운 우리나라, 아름다운 우리 꽃(http://blog.naver.com/handemin?Redirect=Log&logNo=40108679806&from=postView) 입니다.

[ 2012-04-19, 15: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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