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그림
맡은 일을 잘하는 게 나라를 바로 서게 하는 것 아닐까?

張良守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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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 전 이야긴데, 일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조치훈 棋士(기사)가 고국에 돌아와 조훈현 기사와 대국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棋戰(기전)의 해설을 맡았던 김인씨가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대국실에서 주위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조치훈 기사가 대국시간 5분 쯤 전이 되자 갑자기 꼿꼿이 바로 앉더란다. 그때 김인씨가 무언가 물어볼 말이 있어 “조 명인 - ” 하고 불렀는데 아무 대답이 없더란다. 그래, 못 들었나보다 해서 꽤 큰 소리로 다시 한 번 불렀는데 그는 여전히 들은 척도 않고 돌미륵처럼 미동도 안하고 앉았더란다.

뒤에 알고 보니 그때 그는 대국을 앞두고 정신통일에 들어가 있었더란다. 그럴 때의 그에게는 이미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것이 소위 入神(입신)의 경지에 있는 전문인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흔히 피카소의 그림을 난해하다고 한다. 눈이 뒤통수에 가 붙어 있는 인물화도 있고 손발이 기형인 것 같은 사람의 그림도 있다. 저런 거라면 잘하면 나도 그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만한 그림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천만 부당한 망상이다. 피카소는 처음부터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한다. 어느 화가의 말을 들으니, 그는 열한 살 때 이미 미켈란젤로 수준의 뎃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그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이 완전히 마스트 된 다음, 피나는 자기정진을 한 끝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繪畵世界(회화세계)를 구축한 것이 그런 추상화인 것이다. 그러니, 나 같은 범속한 사람의 눈으로 그런 그림을 보니 알 수 없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간혹 공사 현장 같은 데서도 전문가란 사람들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1970년대 말, 부산대교 공사하는 것을 볼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의 일은 도색과 같은 자질구레한 마무리 작업을 빼고는 사실상 다리를 완공하는 것이었다. 작업은 마지막 한 토막 철판 제품을 비어 있는 사이에 끼워 넣어 다리의 아치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우리가 탄 작업선에 실린 대형 크레인은 강철판으로 만든 기다란 직육면체의 물체를 하늘 저만큼 까마득하게 높이 쳐들고는 양쪽에서 와 있는 아치의 비어있는 공간에 끼워 넣으려 하고 있었다. 배는 꽤 크고 무거워 보였지만 파도에 쉬잖고 요동을 하고 있었고 크레인에 매단 강철로프는 굉장히 길어서 물체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좁디좁은 틈에 이중으로 흔들리고 있는 그 무거운 물체를 한 치, 반 치의 오차도 없이 끼워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은 아치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에게 깃발을 흔들고, 호루라기를 불고, 하더니 어느 한 순간 그것을 내려 놓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배의 흔들림, 로프의 요동, 그리고 그 물체의 움직임을 헤아려 어느 한 시점을 잡아 그렇게 지시를 내리는 모양인데, 그 순간 그 무거운 쇳덩이는 소리 없이 그 좁은 공간에 끼어들어 마침내 무지개 모양의 아치가 완성되었다. 내게는 그러는 그가 귀신같은 사람으로 보였다.

교육심리학 전공하는 사람 말을 들으니 진정한 천재는 모든 면에서 특출한 재능을 타고 나기 때문에 적성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현대의 사람으로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그 예로 꼽힌다. 젊은 시절에는 뛰어난 취재기자, 발군의 폴로 선수였던 그는 뒤에 무기 제작 부문에 손을 대 세계 최초의 현대적 戰車(전차)의 설계자가 되었고, 군사 면에서는 해군장관이라는 전략가요, 정치인으로는 대영제국의 수상이었다. 그림을 그리니까 세계의 畵壇(화단)이 인정하는 유화 화가가 되었으며 글을 써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그런 천재는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서 참으로 간혹 나오는 예외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해야 개인은 물론 세상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사람에게는 오랜 경륜 끝에 얻는 그 사람만의 전문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큰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까짓 것 전문가가 별 거냐 하고 나서는 일 그르치고 남에게까지 피해를 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문성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선생은 학생 가르치고 기업인은 기업하고 군인은 국방하고 - 

이렇게 제 맡은 일을 잘 하면 그것이 나라를 바로 서게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요새 돈이 된다든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든가, 권력을 잡을 수 있다 싶으면 너도 나도 마구 나서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 2012-04-30, 12: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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