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명언

배진영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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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범죄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분유를 훔치다가 들킨 젊은 어머니, 고기를 구워 먹을 곳도 없으면서 무조건 고기를 훔쳐 달아나다 잡힌 노숙자의 얘기가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그들과 시궁참에서 국수가락을 주워 먹던 북한 곷제비들간에는 백지 한 장만큼의 차이도 없을 것이다.
  IMF 이전 한국이 OECD에 가입하고 한참 기세를 올리던 무렵, 인터넷 박정희 대통령기념관(www.516.co.kr)에서는 박대통령을 비난하면서 곧잘 이런 소리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그들에게 아무리 '사람은 빵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해도 우이독경이었다. 그런 소리를 하면 오히려 정신적 가치의 고귀함을 알지 못하는 저급한 物神主義者로 몰리기 일쑤였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정말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길을 선택할 사람은 몇이나 될지....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孟子에 나오는 '恒産이면 恒心'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안정된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안정된 마음(恒心)을 품는 것은 오직 선비에게만 가능한 일이고, 백성으로 말하자면 안정된 생업이 없으면 안정된 마음도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안정된 마음이 없으면 방탕하고(放), 편벽되고(僻), 사악하고(邪), 사치한(侈) 짓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이 마침내 죄를 저지르게 한 다음 좇아서 처벌한다면 이것은 백성을 그물로 긁어서 투옥시키는 짓[罔(=網)民]입니다. 어찌 어진 사람이 군주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을 그물질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까닭으로, 밝은 군주는 백성의 생업을 제정해 주되, 반드시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족하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를 건사하기에 족하게 하여, 풍년에는 1년 내내 배부르게 하고 흉년에는 사망을 면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 백성들을 선하게 만들엇으니, 그런 까닭에 백성들이 따르기 쉬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백성의 생업을 제정해 줘도,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고 아래로는 처자를 건사하기에 부족하여 풍년에도 1년 내내 고생만 하고 흉년에는 사망을 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것도 부족하여 걱정하니 어느 겨를에 예의를 차리겠습니까
  ...늙은이가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젊은이가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을 수 있는 정치, 이렇게 하고서도 왕도를 펴지 못하는 자는 아직 없었습니다.' [孟子, 梁惠王 (上)]-책세상 문고 '맹자' 안외순 옮김>
  
  맹자의 말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우리의 오랜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아울러 어느 시대나 위정자의 첫째가는 과제는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케 해 준다.
  
  맹자는 '안정된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안정된 마음(恒心)을 품는 것은 오직 선비에게만 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선비들도 '恒産이라야 恒心'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만 해도 최소한 중소지주들이 아니었던가?
  또 지난날 경제적 유혹에 자신의 뜻을 꺾은 정치인, 지식인, 관료들도 없지 않다.
  정말 '君子'라고 칭할 수 있는 고결한 인격자가 아닌 한에는 백성이건, 선비이건, '恒産이 있어야 恒心'일 것이다.
  
  흔히 YS-DJ로 이어지는 민주화 세력, 재야세력들과 비판적 지식인들을 탁상공론을 일삼던 조선조 유학자들의 후예라고 비판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맹자의 '恒産이면 恒心'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조선조 유학자들도, 오늘날 한국의 민주화 세력, 재야세력, 비판적 지식인들도 결코 孔孟을 바로 이해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 가운데 경제를 일으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노인들에게 안락한 여생을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한 이들이 몇이나 되는가?
  더욱이 경제가 어려워지고 정치사회적인 혼란이 가중되면서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하고,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독재의 기미마저 보이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물질적 기반이 없이는 孟子가 강조했던 王道정치건, 현대 민주주의건 불가능한 법이다.
  '恒産이면 恒心'- 동서고금을 통틀어 위정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 2004-07-25, 07: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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