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장윤석 의원간의 국보법 개폐 찬반 토론을 시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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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5일 아침 MBC TV 아침 '이슈' 프로그람은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의 임종석 의원과 한나라당의 장윤석 의원간의 찬반토론을 다루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람에서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을 가지고 토론한 임종석 의원의 논거는 많은 부분에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설명하고 이에 대한 임 의원의 반론을 요구할 필요를 느낀다.
  
   우선, 임 의원은 '국가보안법'이 특정하는 범죄들을 '형법'으로 단속,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 입장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하여 부당하다.
  
   그 첫 번째의 이유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임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현행 '형법'상의 '내란'·'외환'죄로 단속·처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의 '내란'죄는 '반국가단체'를 '처벌'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제87조)를 '처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국가보안법'이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을 '형법' 제87조의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로 비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것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한시적'으로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여 그 '불충분성'을 극복하는 법적 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북한에 '존재'하는 하나의 '국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여기서 말하는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것이다.
  
   간접적이기는 했지만 임 의원도 이 형법상의 '내란'죄를 북한에 적용시키는 데 수반되는 '불충분성'을 인정한 나머지 '필요하다면 '형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궤변'이다. 왜냐 하면 문제의 '불충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지 적어도 특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비정하는 조항을 '형법'에 담아내지 아니 하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의 해당조항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형법'으로 옮겨 가져가는 편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朝三暮四'의 '궤변'에 불과해 지는 것이다. 그 같은 '朝三暮四'의 미봉책을 '북한'이 '수용'할 리도 없거니와 그렇게 되면 '북한'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는 이 나라의 '親北 左傾'세력들이 그 것을 받아들일 리도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더군다나, 현행 '형법'의 '외환'죄를 이 경우에 적용시키는 것은 '북한'을 '외국'. 그 것도 '적국'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헌법' 체제 하에서, 그리고 남북분단에 대한 국민정서의 틀 속에서 북한을 '외국'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 이유를 길다랗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외국'이 아닌 '반국가단체'의 '존재'를 '한시적'으로 설정하는 '국가보안법'의 '필요악'적인 '불가피성'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필요악'적인 원인은 대한민국의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것은 '結者解之'의 문제다. 문제는 '북한'이 '조선로동당' 규약 서문에서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는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고 무력남침 기도와 함께 그들의 長技인 '선전·선동'과 '지하공작'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국가를 변란'시키려는 일체의 기도를 그만 두는 것이 필요하다.
  
   7월25일 MBC TV 토론에서 특히 이 문제에 관하여 임 의원은 누가 들어도 '북한'의 '대변자'로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우선 북한 '조선로동당'의 '규약'을 마치 '1개 정당'의 '무책임한 정견' 정도로 卑下할 뿐 아니라 '전세계를 공산화하겠다는 理想의 표현' 정도로 축소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임 의원의 주장은 우선 '조선로동당 규약'의 '명문'을 적당히 물 타기하여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에 불과했다. 왜냐 하면 '조선로동당 규약' 서문의 문제 대목은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는 것으로 '남한을 포함한 전 한반도'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규약'의 서문에서 '조선로동당'은 더 나아가 '남조선에서 미제국주의 침략군대를 몰아내고 식민지 통치를 몰청산하며 그리고 일본 군국주츼의 재침기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남조선 인민들의 사회민주화와 생존권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조국을 자주적 평화적으로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대목을 임 의원 및 그와 입장을 함께 하는 '동지'들은 과연 어떠한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인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임 의원은 '북한'에서 '조선로동당'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치에 관하여 시청자들을 중대하게 오도하고 있었다. '북한' 헌법에 의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북한 '헌법' 제11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선로동당'은 북한의 '국가'보다 優位에 위치하여 '국가'를 '영도'하는 위치를 부여받고 있는 존재다. '조선로동당' 외로 북한에 존재한다고 하는 '조선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 등 2개 정당은 실제로는 '조선로동당'이 지배·통제하는 이른바 '우당'들이고 그 밖의 '김일성 사회주의청년동맹', '조선직업총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조선민주여성동맹' 등 4개 '근로단체'들은 '조선로동당 규약'에서 '당의 외곽단체'이자 '당과 대중을 연결하는 인전대'이고 '당의 충실한 보조자'이며 '당의 전투적 후비대'로 그 성격과 기능이 한정(규약 제56조)되어 있다. 이 같이 '북한'이라는 '국가'의 실질적 '통치조직'인 '조선로동당'을 마치 남한의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새천년민주당' 같은 '임의 정당'들과 유사한 존재인 것처럼 비유하는 임 의원의 '설명'에는 매우 위험한 사실의 왜곡이 존재한다.
  
   더구나 과거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학창시절 북한이 제공하는 혁명이론과 이념에 접하는 기회가 많아서 북한의 정치 실태를 남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리라고 믿어지는 임 의원이 이 같은 '조선로동당'의 비중과 위상에 관하여 시청자들을 오도하는 물 타기식 왜곡을 행한다는 것은 그 의도와 관련하여 중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
  
   임 의원은 '국가보안법'이 제4조①항의 각호에서 '형법'의 여러 조항들을 '준용'한 것을 근거로 '국가보안법'이 '형법'에 의하여 대체될 수 있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북한이라는 존재가 현행 '형법'에 의거해서는 '내란'죄와 '외환'죄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국가보안법' 제4조①항 각호에 '준용'한 '형법' 각조항의 '범죄'를 저질러도 이들의 처벌에 현행 '형법'의 해당 '내란' 및 '외환'죄 조항들을 적용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을 임 의원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임 의원은 국가본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논거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로는 남북 교류·협력을 촉진·조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은 語不成說이다. 왜냐 하면 1990년에 제정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제4조(다른 법률들과의 관계)에서 '남북간의 왕래, 교역, 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해서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하여 허용대상으로 명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국가보안법'의 적용 대상으로 남겨져 있는 행위는 '남북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행위'이거나 '남북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행위에 한정되어 있다. 더구나, 특히 1998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에는 그나마도 사직당국에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여 사실상 '국가보안법'은 '있으나 마나' 한 상징적인 존재로 변질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남북교류협력'을 거론하는 것은 한 낱 '구실'에 불과할 뿐임이 분명하다.
  
   둘째로는 '북한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 변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어떠한 '내용'으로 어느 '정도' '변화'했는지에 대하여 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없다. 그는 북한이 1980년10월의 '조선로동당' 6차 당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제시하면서 그 이전의 '대남 적화통일방안'을 '수정'하는 '변화'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은 북한 스스로도 한 일이 없는 것으로 임 의원의 '독창적' 주장이다. 임 의원은 이 때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내놓으면서 북한이 이의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1) '남조선'의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의 폐지, 2) '통일혁명당'을 포함한 '親北·左傾' 정당·단체들의 '합법화' 및 이들의 '정치적 활동' 허용, 3) 남한 체제의 '민주주의적 정권'이라는 이름의 '용공정권'으로의 교체 및 4) 미국과 북한간의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외면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요구'는 소위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대한민국이 스스로 '공산화' 내지 '용공화'를 선택하라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것은 북한의 종래의 '대남 적화통일 방안'에 아무런 '변화'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금의, 특히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이루어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북한에서 전개된 상황변화에 대해서는 북한측이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에 관해서는 <월간조선>이 지난 2월호에 전문 게재한 북한 '조선로동당'의 한 '대외비 문건'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인 6.15 북남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남조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은 발췌 인용]
  
   '6.15 공동선언 이후 남조선 사회의 력량관계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시기 '진보적 사상'을 지향하고 '친북적'이고 '련공적'인 세력들은 남조선 사회의 소수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들은 '진보적 사상'에 공감하고 북을 동조했다는 리유만으로도 감옥에 가고 사회에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자기를 '반공보수'라고 했던 사람들은 사회의 80%였고 '진보'라고 했던 사람들은 20% 미만이었다. 그나마 우리의 사상에 공감하고 우리를 따르고 동조하였던 세력들은 지하의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변하였다. 사회의 주류라고 하였던 '반공 보수세력'들이 밀려나고 탄압 당하고 숨어살아야 했던 '진보적 운동세력'들이 네 활개를 펴고 주류로 등장하였다. '보수세력'들은 더욱 더 사회의 기슭으로 밀려나고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하여 당국의 탄압을 받아 왔던 '운동권' 출신들이 지금은 권력의 칼자루를 쥐었다. 80년대 학생운동세력이라고 하는 '386'세대 들이 사회적 중추에는 물론 '청와대'에까지 진출하는 등 지난 시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 남조선에서는 력대 파쑈 당국이 우리와 련결시켜 수많은 애국자들을 학살처형하였던 각종 '사건'들이 오늘에 와서 탄압사건으로 재 규명되고 오히려 지난 시기 탄압사건을 조작하였던 교형리들을 처벌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들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서 력사적인 6.15 북남공동선언을 마련하시여 남조선에서 '진보세력'의 활동공간을 넓혀 주시고 극소수 '반공 보수분자'들을 철저히 고립시키신 결과이다.'
  
   우리는 6.15 선언 이후 남북한에서 진행된 '변화'에 관한 이 같은 북한측의 도도한(?) 주장에 대한 6.15 선언의 남측 당사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그로부터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임 의원을 포함하여 두 대통령의 지지세력의 입장이 무엇인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인용한 북한 문건에 의한다면 이른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에 일어난 '변화'는 북쪽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주로 남쪽에서 일어난 것임을 분명해 지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측의 주장은 그 동안 소위 '남북 장관급 회담'의 김영성 북측 단장의 '기조발언'을 통하여, 6.15 4주년에 즈음하여 서울을 방문했던 북측 요인들의 발언을 통하여, 그리고 북한의 방송·TV·신문 등 선전 매체를 통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및 노무현 정권의 그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이의를 제기한 사실도 알려진 것이 없다.
  
   우리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포함하여 대북정책의 '본질'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서 몇 가지 '선행조건'을 분명히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로는 북한이 적어도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소위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로 정책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식 개혁·개방'의 '내용'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그 것은 1) 개인숭배의 지양, 2) 법의 지배 수용, 3) 시장경제로의 이행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야 한다. 둘째로는 북한이 추구해 온 소위 '남조선혁명'에 기초한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포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조선로동당 규약'을 수정할 뿐 아니라 남쪽의 '국가보안법'과 북쪽의 '형법'의 관련조항 등 남북이 서로 문제시하는 상대방의 '법률적·제도적 장치의 개정 또는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1992년9월17일자로 발효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제1장 남북화해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 3조에서 남북 쌍방이 이미 합의했던 대로 '법률실무협의회'를 구성·발족시켜 이를 통해 남북간 협의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셋째로는 북한의 핵문제를 의혹의 여지없이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세 가지의 '선행조건'에 대해서는 임 의원처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아니라 '믿으라, 그러나 그에 앞서 검증하라'(Trust, but Verify First)는 警句를 충족시키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임 의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남북대화 노력은 북한에게 '퍼주기'를 계속 확대하고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의 善意를 求乞'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상의 세 가지 '선행조건'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이에 대한 북한측의 호응을 설득하고 또 강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역대 권위주의 정권들에 의하여 유감스럽게도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기관 등의 대북 안보용 제도적·법적 장치들이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위하여 오용되고 남용되어 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로 인하여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일들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라도 우리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를 시정하는 노력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과거의 불법을 시정하는 우리의 노력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 과거의 불법이 그 불법을 응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오늘의 불법을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있었던 '국가보안법'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이 법의 오·남용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러한 오·남용이 재발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자들이 지금도 '국가보안법'의 오·남용을 걱정한다면 그 것은 그들 자신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신뢰와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 이외의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요구하고 또 그 '존재'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국가보안법'의 정책 효용성을 제고하고 또 오·남용의 소지를 최소화시킴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성과 합목적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가보안법'의 불합리하거나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개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국가보안법'에는 그러한 '개정'이 요구되는 조항들이 없지 않다. 첫째로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요건을 정의한 제2조가 그 하나다. 현행 법의 이 조문에 의하면 1) '정부를 참칭'하거나 2) '(대한민국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나 '단체'가 '반국가단체'로 '국가보안법'의 단속 대상이 되게 되어 있다. 여기서 '국가를 변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경우 '국가보안법' 상의 단속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의 사리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를 참칭'하는 경우다. 우리 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 '영토' 안에서 '복수의 정부'의 존재를 '불법화'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1985년8월15일 38선 이남에서 대한민국이 수립된 데 대항하여 이북에서는 그 해 9월9일자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이 선포되어 사실상의 '국가분단'이 이루어졌다. 그 해 12월 유엔총회는 대한민국을 '한반도 상의 유일합법정부'로 인정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 유엔총회 결의도 대한민국을 '유엔감시 하의 총선거가 실시된 지역에 수립된 유일합법정부'라는 것으로 그러한 총선거가 실시되지 못한 북한지역에서의 '합법정부'에 관해서는 '空欄'으로 남겨두는 제한적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은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한반도 분단'의 현실, 즉 '분단'의 다른 일방으로써 북한의 '존재'를 '想定'하는 표현을 담아 놓았다. 헌법 제4조는 그러한 북한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통일의 '내용'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방법'은 '평화적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해 놓은 것이다.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그렇게 표명된 일은 없지만, 1971년 박정희 정권에 의하여 시작된 이래 역대 정권에 의하여 계승되어 온 대한민국의 남북대화 노력의 저변에는 일관되게 그 같은 對北韓觀이 깔려 있었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노태우 정권 이래의 '국가연합'제 통일론이었고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였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1991년 남북한의 '동시 개별' 유엔가입이 실현되었다. 유엔헌장은 유엔회원국 가입이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과의 '동시 개별' 유엔가입을 수락했을 때 대한민국은 물론 북한도 '국가'로서의 상대방의 존재를 사실상 수용했던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2조의 '정부 참칭' 대목은 이 같은 남북관계의 흐름과는 역행하는 것이다.
  
   1971년이래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대북정책은. 그 명칭이 무엇이었던지, 북한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 대한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면 그러한 북한을 '평화공존'의 상대로 받아들여 교류와 협력의 확대를 통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상호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복원하여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정부를 참칭'한다는 이유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면 그 것은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추구해 온 대북정책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모순은 '국가보안법' 제2조에서 초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모순의 해결도 바로 문제의 제2조에서 찾아야만 한다. 즉, 문제의 '정부 참칭' 대목을 들어냄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 변란' 행위를 계속하느냐의 여부이고 그러한 '반국가행위'를 계속하는 한 북한은 '국가보안법'의 단속 대상인 '반국가단체'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행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제6조(잠임·탈출), 제7조(찬양·고무 등), 제8조(회합·통신 등), 제9조(편의제공),제10조(불고지),제19조(구속기간의 연장) 등 조항들의 '오·남용'에 의한 '인권탄압' 시비가 그 동안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조항들에 관한 논란은 대부분 이 조항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오·남용과 악용 시비를 둘러싼 물의로부터 빚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는 현 노무현 정권에게 이 정권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과연 '국가보안법'의 정치적 악용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것으로써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고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이나 일부 개정론자들이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 조항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적이 이른바 '양심'과 '사상'의 '자유'의 절대화를 구실로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고 '고무'하는 활동을 합법화시키려는 것이라면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 조항에 대해서는 북한의 '정책'과 '의도' 및 '전략·전술'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우리의 안보를 최대한 지키면서 가능한 한도 내에서 오·남용과 악용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서두름이 없이 진지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끝]
  
  
[ 2004-07-25, 17:5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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