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김진홍 목사, 신지호 서강대 교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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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신문
  사실상 內戰, 대중 끌어올 수 있는 ‘대안권력’이 희망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김진홍 목사, 신지호 서강대 교수 대담
  
  <편집자주 :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폐지 주장으로 국론이 양분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 당시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김진홍 목사,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의 대담을 통해 현 시국을 진단해 보았다.>
  
  총칼 없을 뿐 혁명적 사태, 국보법 아닌 체제의 문제
  민주화 인사들, ‘이건 아니다’ 커밍아웃해 주길
  보수, 진보 넘어선 反전체주의, 汎자유주의 구심체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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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 국보법폐지 발언으로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시는지?
  
  국보법폐지는 대한민국 부정(否定)의 일환
  
  류근일 : 국보법폐지문제는 주동이 누구이며,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인권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보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법이 옳으냐 그르냐 차원을 떠나 누가 왜 하느냐의 차원으로 볼 때 현재의 국보법폐지 주장은 심각한 문제이다.
  
  신지호 : 동감한다. 국보법폐지를 주도하는 현 정권의 386은 대한민국 건국과 체제의 정통성을 부정했고, 그 이후에도 전향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이들의 국보법폐지 주장에는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없다. 결국 국보법폐지주장은 대한민국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 역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보고 국보법을 없애야 문명국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자학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국보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의 오류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는 분리해야 한다. 국보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 아니다. 민주노동당도 명백한 사회주의 강령을 내걸고도 국보법에 저촉되지 않고 자유로이 활동하지 않는가? 국보법이 제한하는 것은 행동을 통해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시키는 데 국한되는 것이다.
  
  김진홍 목사 : 국보법페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의 의원들 중에는 ‘북한에는 국보법과 같은 악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을 한다. 북한의 형법이나 ‘유일사상10대원칙’ 같은 규정들은 국보법 이상의 강력한 규정 아닌가? 국보법폐지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국보법문제는 체제유지차원의 문제이다. 그 점에서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옛날 김구 선생, 안중근 선생이 독립운동 하는 마음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켜나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사회 : 류 주필께서는 국보법폐지를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목적을 무엇으로 보는지?
  
  류근일 : 반미운동, 의문사위 활동, 친일진상규명법, 수도이전 등 최근의 흐름과 연결지어 보면 목적이 드러난다. 직관적으로 보기에 이런 흐름들은 혁명적 사태이다. 총칼만 안 들었지 내전상태로도 볼 수 있다. 국가기구는 물론 사회부분의 종교계까지 거의 다 넘어갔다. 혁명을 주도하는 이들은 국토분단, 민족상잔의 원인을 남쪽과 미국에 두고, 대한민국은 출발부터 나와선 안 되는 나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국보법폐지 주장은 법률을 고치자는 차원이 아니다. 대한민국 현대사 56년의 밑 둥을 자르려는 혁명적 발상이다.
  
  극좌전체주의 물살 막을 사람 아직 결집 안돼
  
  사회 :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은 ‘국민이 결단할 때’라는 칼럼을 통해 이제 더 이상 분석하고 따질 때가 아니라 행동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데?
  
  류근일 : 이미 내전은 시작됐다. 아직 많은 사람이 분간을 못할 뿐이다. 문제는 상대방은 결집이 되고 전투준비가 돼 있는데, 이들의 극좌전체주의 물살을 막을 사람들은 결집이 안 돼있다는 점이다.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지만 미약하다.
  
  이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흠집을 입었던 기존 보수층의 리더들 이외에도 흠집이 비교적 적었던 분들이 나서줘야 한다. 그리고 민주화에 헌신했던 사람들 중 “지금 진행되는 ‘진보’는 방향을 잘 못 잡았다. 내가 애초에 생각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의 진보였지만 80년대 이후 김정일 김일성추종세력이 이것을 가로챘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잘 못된 것이다. 내가 이제는 가만있을 수 없다. 내가 앞장서서 이 잘못된 흐름에 대항해서 싸우겠다” 이런 커밍아웃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극좌전체주의와의 투쟁에 나서줘야 한다.
  
  기존의 보수진영과 기독교세력과 연계해서 이들이 범민주진영을 구성한다면 우리사회엔 아직 희망이 있다.
  
  사회 : 류주필께서 말씀하신 커밍아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신지호 : 과거반성과 자기부정을 하기 싫은 것이다. 386운동권 중에도 주사파의 원조였던 ‘강철’ 김영환씨 등 몇몇 외에는 커밍아웃이 드믈다. 정치도 국민 앞의 상품인데 운동권투쟁 외 경력이 없는 386정치인들은 투쟁 외에는 국민 앞에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이다. 가진 것이 운동권투쟁경력밖에 없는데 이것을 반성하고 부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회 : 소위 ‘진보진영’을 보면 대부분 반미자주화를 주장하는 ‘민족해방(NL)’계열이다. 이들이 커밍아웃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류근일 : 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의 헤게모니는 소위 NL계열 주사파로 넘어갔다. 주사파가 아닌 사람들도 같이 운동할 사람이 없으니 얹혀갔고 하나의 이익공동체가 됐다.
  
  내가 말하는 커밍아웃은 꼭 운동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을 위해 진보적 흐름에 동참해 온 학자와 시민들이 용기를 내라는 것이다. 운동권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 어렵더라도 “대한민국을 김정일에게 갖다 바치라는 것 아니냐? 이것만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라도 지르자는 것이다.
  
  보수세력 안일함 속 守舊化, 각성해야
  
  김진홍 :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익으로 전개된 지난 반세기 동안 정작 우익들은 자기반성이 부족했다. 반공친미 아래 경제가 번영하는 태평성대가 계속될 것으로 착각했다. 보수세력이 안일함에 젖어 수구화되고 있을 때 그 허점을 좌파성향이 파고들어 세를 잡았다. 결국 좌파성향이 잡은 세를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선 지식인들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보법문제는 지난 50년간의 안일함에 대한 값을 치른 것으로 보고 이를 계기로 차제에 정신을 뻔쩍 차려야 한다. 법의 향방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켜나가는데 세를 결집하기 위한 좋은 계기를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한나라당, ‘핵심가치’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 없어
  
  사회 : 대한민국의 위기해결을 위해선 정치세력으로서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데 어떤 자정을 해야 하나?
  
  신지호 : 한나라당이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과거의 보수는 어떠했고 문제점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보수는 어떠할 것인가를 제시해줘야 한다. 과거의 것 중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또 확신을 가져야 할 것은 확신 있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반공주의 역시 철지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과거 자유민주주의를 탄압하기 위한 반공은 청산해야 하지만 현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반공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미래지향적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제기한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기 급급하다. 현재로서 한나라당 만으로는 일탈민주주의 그룹에 대항해 구국운동을 펼치기에 역부족이다. 원외의 구국운동을 전개할 세력이 필요하다.
  
  류근일 : 한나라당을 보면 위기의식의 열도가 너무 낮다. 그리고 야당으로서 국가의 ‘핵심가치’를 위해 죽을 각오로 투쟁하겠다는 자세가 부족하다. 과거 양 김씨는 적어도 이런 자세가 돼 있었다. 한나라당에 이런 사람이 있나? 누구도 싸울 줄 모르고, 싸움의 노하우도 없다. 정권획득이라는 차원에서는 몰라도 구국의 차원에서 보면 한나라당 만으론 역부족이다. 원외의 애국세력이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 죽을 각오, 몸을 던질 자세로 광범위한 사람들의 결집이 이뤄져야 한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며 악명을 떨친 분들은 간판은 맡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배척이 아니다. 젊은 사람이 볼 때 비교적 흠집이 적은 사람들이 앞에 서고 그런 분들은 2선, 3선에 서야 한다. 지금 가장 절실한 사람은 젊은이들에게 상품으로 내놓을 사람이다. “자 이만하면 됐냐? 흠 있어? ”할 만한 투쟁상품이 있어야 한다.
  
  김진홍:한나라당은 어쩔 수 없이 구국운동의 주요한 흐름이다. 전략적 견지에서 보면 한나라당 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밖에서도 지원해야한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온건한 사고를 하는 중도세력이 세를 이루도록 측면지원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권을 잡기 위해 NL운동권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음지에서 수 십 년간 쌓은 내공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나라를 지키려면 이들이 뿌린 희생의 단 몇 분의 일 만큼이라도 값을 치러야 한다.
  
  ‘상품성’ 높은 구국의 구심체 나와야
  
  류근일 : 하루빨리 구국의 구심체가 생겨야 한다. 지금 형국은 중원(中原)을 뺏긴 꼴이다. 중원에 있는 국민들을 우리 편으로 되돌려야 한다.
  
  중원에 있는 사람에게 ‘저 상품’보다 ‘우리 상품’이 낫다는 것을 전파, 설득, 설파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과 일부 우익운동은 그 가상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성이 약하다.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매력 있는 구국의 구심체가 나와 줘야 한다. 그러면 한 번 해볼만하다.
  
  신지호 : 지난 선거에서 ‘닭 잡이와 소도둑’ ‘리무진과 티코’의 구도로 가면 백전백승한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계산법이었다. “우리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구도를 깨야 한다.
  
  김진홍 : 이런 구도가 깨질 수 있다고 본다. 두 달 전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사회에서 보수를 선택한 사람이 38%, 진보가 29%, 중도가 25%였다. 나는 구리 근방 서민지역에서 목회를 하는데, 서민들의 여론은 “잘못 선택했구만...이게 아닌데...”“북한 노동당과 남의 노통당이 뭐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관측되는 서민들의 흐름이다. 개혁에 대한 바람 때문에 표를 몰아줬지만 지금은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걸 역사의 주도세력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운동성과 방향성을 줘야한다는 점이다.
  
  보수, 진보 넘어선 자유수호 깃발 내걸자
  
  류근일 : 과거 유신반대투쟁과정에서 국민적 대표성을 띤 ‘민주수호국민협의회’라는 얼굴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단체의 참가자들은 천관우, 함석헌 등 채 10명도 안됐고,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나서 원로들의 이름을 넣어 성명서를 발표하던 식이었다. 그러나 이 그룹이 구심점이 돼서 각종 집회로 이어졌고, ‘민주회복국민회의’라는 더 큰 구심체로 이어졌던 것이다.
  
  김진홍 : 구심체의 촉매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인물, 국민들이 보기에 설득력 있는 얼굴이 필요하다.
  
  류근일 : 문제는 대안권력 창출이다. 이른바 이중권력상태로 가는 것이다. 유신시절에도 ‘유신정권이냐, 민주회복 국민협의회냐?’하는 국민견인 싸움이 있었고 결국 국민의 마음이 쏠리는 쪽이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화 진영이 이겼던 것이다. 지금도 하면 된다. “저거 뭐야? 저거 뭐야?” 하다가 점점 큰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신지호 :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현 정권의 대척점에 서 있는 곳에서 대표선수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저쪽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우리가 화두로 삼을 것은 좌우, 보수진보의 2분법을 떠난 汎자유주의진영이다. 그래야 중원을 회복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반 전체주의, 자유수호의 깃발을 들고, 과거 개발독재의 부정적 유산에서 자유로운 분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야한다.
  
  류근일 : 보수에는 싸워본 사람이 없다. 노하우가 없다. 전략도 전술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오는 방법을 모른다. 결국 과거에 싸워본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얼굴이 될만한 사람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신망을 받는 인물을 천거해야 한다.
  
  김진홍 : 이번에 국보법논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가 움츠러들고,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높아질 노 대통령이 신경질적으로 해 버린 발언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배고픈데 뭐 그래 쌓노? 노는 안 되겠다.” 저변의식이 흔들리는 것이다. 저쪽이 악수를 둔 것이다. 잘만 하면 사마(死馬)를 생마(生馬)로 전환시킬 수 있다.
  
  삼중구조 386, 핵심인 주사파 때려야
  
  사회 : 매력 있는 상품, 결국 젊은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오느냐가 문제다. 오히려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사고가 유연한데 반해 386세대들은 합리적인 설득이 어렵다.
  
  신지호 : 한나라당을 포함해 지금 보수진영은 저쪽 내부의 멘탈리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신적 386이라 말하듯 현 정권은 386정권이다.
  
  386은 삼중 구조를 가지고 있다. 코어는 주사파에서 아직까지도 전향하지 못하고 있는 그룹이다. 그 원을 싸고 있는 그룹이 운동권에 헌신하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 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동시대를 치열하게 산 친구들에 대한 자괴감 내지 가장 치열하게 사는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같은 소위‘빚짐 의식’을 가지고 있다.‘저 흘러가는 한강물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치고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는 프띠부르주아적 의식이다.’ 뭐 이런 식의 의식세계가 386의 전형적 멘탈리티다.
  세 번째 원은 이른바 87년 6*29민주화조치 이후 대학에 들어 온 88학번 이후 세대다. 이들은 ‘보수’를 ‘있는 놈 들이 멋대로 하는’ 악(惡)으로 본다. 한나라당을 대놓고 지지할 수 없는 분위기,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다. 논리적 접근이나 자기성찰적 분석 대신 유행과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코어를 때려야 한다. 그리고 386세대를 사회의 중간허리층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최근 ‘486운동’을 고민하고 있다. 저도 40대인데, 84학번까지 40대가 됐다. 컴퓨터 업그레이드 돼 듯이 30대에서 40대가 된 386들이 책임감 있고 성숙한 사회의 허리가 되자는 것이다. ‘anti-386’이 아니라 ‘beyond-386`이다. 여기에 ‘보수’를 악으로 보는 의식구조가 없는 백지상태의 20대는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ox...“중요한 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
  <“70년대 운동권은 순수, 80년‘광주’ 이후 主思派변질”>
  <운동권출신 통렬한 지적 “후벼 파는 글 좀 쓰지 마라”>
  
  류근일 전 조선일보주필은 50년대 말 사회민주주의서클 가입으로 소위 운동권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5*16혁명이 터지자 서울대생 류근일은 4*19이후 학생운동권에서 추진된 남북청년학생회담 등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체포돼 7년3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기자활동을 하던 류주필은 유신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민청학련사건에 연루, 20년형을 선고받고 1년여 만에 출감했다.
  
  류주필은 8년여의 수감생활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느냐는 질문에 “잃은 것은 청춘이고 얻은 것은 성찰”이라고 말했다.
  
  “사회구조가 바뀌면 인간이 바뀔 것이라는 막시즘의 오류를 깨달은 것이죠. 사회과학은 사회를 보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죠. 그것을 바이블처럼 여기고 다른 소리를 하면 반동, 수구, 꼴통으로 모는 것처럼 불쌍한 것이 없습니다. 성경에 나오듯 우상숭배죠.”
  
  성찰을 통해 영혼(靈魂)과 영성(靈性)에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다는 유주필은 이데올로기의 도그마에 빠진 이들을 “영혼이 닫혀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민족주의라는 미신에 사로잡힌 이들이라고 덧 붙였다.
  
  “이들은 조선민족에게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믿는 ‘개량한복파 민족주의자’들이죠. 그러나 넓게 봐야 합니다. ‘민족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은 중요한 것이지만 ‘민족주의(Nationalism)’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잘 살고 잘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신앙적 민족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김진홍 목사는 서른 살에 복음주의 신앙으로 청계천 빈민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3대째 기독교가정에서 자라 정치의식이 크지 않았던 그는 “돈 몇 만원이 없어 병원 앞에서 죽어가는 빈민촌의 모습을 보며 사회주의적 발상이 자라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신헌법이 발표되자 기독교 안에서 유신반대투쟁을 주동했고, 74년 15년형을 선고받아 13개월을 복역하고 나왔다.
  
  “감옥에서 성경을 읽으며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이데올로기에 빠질 것이 아니라 시대가 아프다면 그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김 목사는 76년 두레공동체운동을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 목사는 70년대 운동권시절을 회상하며 ‘순수하고 낭만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성조기가 시위장에 나오면 접어서 미국대사관에 전달해 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80년 광주사태 가 빚어낸 386후배들은 완전히 다른 종자가 돼 버렸습니다. 군부(軍府)재집권이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변질된 운동권을 만들어낸 셈이죠.”
  
  연세대 81학번인 신지호 교수는 고3때 광주사태를 겪고 교내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던 386세대다. 386을 광주의 아들, 딸이라 부르듯, 광주사태의 충격 속에서 골수운동권으로 변신한 신 교수는 노동운동을 일생의 사명으로 결심하게 된다.
  
  “인천, 울산 등지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칼 막스의 ‘노동자선언’을 강독하는 등 노동운동에 투신했습니다.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의 울산지역 책임자를 맡기도 하고, 한국노동당을 만들어 민중당과 통합하기도 했죠.”
  
  그러나 신 교수는 류주필과 마찬가지로 막시즘적 인간관에 대한 회의감이 누적됐고 92년 소위 전향서를 쓴 뒤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유학에서 돌아와 서강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신교수는 동아일보 고정컬럼니스트로 과거 운동권동지들에 대한 직격탄(?)을 날려 “후벼 파는 글 좀 제발 쓰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 2004-09-14, 05: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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