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스를 잃은 이회창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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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의 우파 세력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회창 후보의 최근 선거운동 행태가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부시 대통령이 사과를 했음에도 또 다시 사과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지위협정 재개정도 요구함으로써 반미운동에 편승하고 있다. 특명전권대사를 통한 국가원수의 사과는 직접 사과와 똑 같은 효력이 있음을 법률가 출신이 모른다면 法大는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
  2. 최근의 반미운동 세력은 압도적으로 노무현 지지세력이다. 이 세력이 만들어놓은 무대에 이회창 후린?올라가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그 표는 노무현 후보로 갈 것이다. 남이 차린 무대에 올라가 인기를 얻으려고 축사를 하든 악담을 하든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3. 이회창 후보는 지금 반미운동의 확산을 저지하고 두 여중생의 사망이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방향으로 승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반미운동에 우파 지도자가 동조함으로써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그의 이상한 전략은 일종의 자해적 선거운동이다.
  4. 이회창 후보는, 60% 이상의 보수표가 어디 가겠느냐면서 젊은 표와 좌파표를 향해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파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우파의 챔피언이 아니라 보수적 기회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우파들의 눈에는 이회창 후보가 좌파와 맞서 싸우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파를 배신하고 좌파에게 아부하거나 투항한 지도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우파의 戰意가 상실되어 이회창의 지지세력이 사기를 잃게 된다. 이회창 후보가 좌파로부터 욕을 먹어가면서 우파 이념을 옹호했더라면 우파가 단결하여 이회창 후보 지원과 보호에 나섰을 것인데 그런 공분심과 동정심을 발휘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것이 이회창 후보인 것 같다. 싸우지 않는 챔피언을 응원할 사람은 없다.
  5. 반미정서는 이제 이회창의 안마당이라고 하던 기성세대와 우파세력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서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미정서를 확산시킨 이회창 후보는 결국 노무현 후보의 인기 상승에 길을 터준 사람이다.
  6. 한반도에서는 이념이 가장 큰 전략이다. 이념에 따라 김정일 세력과 대한민국 세력으로 크게 나눈 다음 대한민국 세력을 강화하고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써야 정치나 선거에서 성공한다. 이념이 사치라느니,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느니 하면서, 패션에 따르듯이 반미운동 등 좌파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리버럴이고 진보라는 위선의 포로가 된 얼치기 보수세력은 반드시 좌파이론가에게 조종되기 마련이다.
  7. 정몽준씨의 한 참모는 이회창 후보의 선거전략은 지리멸렬이고 스탠스를 잃은 것 같다는 평을 했다. 스탠스를 잃었다는 의미는 우파를 딛고 서야 할 그가 한 발을 빼내어서 좌파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헛디뎌 자세가 위험하게 기울었다는 의미이다. 다시 우파쪽으로 복귀할 것인가 그러지 못하고 넘어갈 것인가.
  8.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에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물리적 생명까지 걸어야 할 입장이다. 모든 조건이 유리한 입장에 섰던 그가 이번에도 또 지면 우파에서는 이념적으로 우파를 배신함으로써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두번이나 놓쳐 괴로운 10년을 자신들에게 안겨다 준 사람으로 규정하여 매장시키려 들 것이다. 자신의 입각점인 우파이념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젊은 좌파의 표를 구걸한 결과가 패배로 나타난다면 이회창 후보는 참으로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우파의 자존심에 먹칠을 해가면서 좌파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그 자신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이 모험에서 실패하면 그는 인간적으로도 치사해져버리는 것이다.
  
  
출처 :
[ 2002-12-06, 18: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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