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다른 법체계가 오해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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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정부여중생 치사사건 무죄판결 파장
  
  <注- 이 기사는 미래한국(www.futurekorea.co.kr) 12월8일字에 실린 기사입니다>
  
  공무수행 중 발생한 미군사건의 1차 재판권은 세계 어디서나 미국이 행사
  배심원 무죄평결로 재판 종결, 검사 항소할 수 없어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동두천 캠프 케이시 미8군 군사법정에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자인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과 운전병 마크 워커에 대한 무죄평결이 내려지자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의 상당부분은 한·미간 법체계 차이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판결과의 문제
  
  이번 무죄평결에 대해 '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배심원의 무죄평결(not guilty) 후 재판이 종료되고 검찰의 상소가 불가능하다는 미국법상 배심원제도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 검찰측은 한·미 합동조사 후 사고원인을 '차량내부 통신장비의 통신장애’와 '선탑자의 뒤늦은 피해자 발견’으로 결론내렸고 사건 관련자 2명을 미 군형법(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 합중국 군인들에 대한 법)에 의해 과실치사죄로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미군 검찰측은 '숙달된 고참병들인 운전병과 관제병이 수시로 통화를 시도하지 않고 통신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과실에 의한 명백한 사고로 법정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측은 '우측 시야가 제한된 운전병에게 위험요소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장비가 고장나 이를 알 수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결국 배심원들은 워커 병장과 니노 병장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렸고 이와 함께 재판은 종료된 것이다.
  
  미국 법제상 불공정한 배심원 구성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현역군인의 범죄의 경우, 무작위로 5명의 장교와 5명의 사병들을 군법회의 배심원으로 선정하는데 배심원 선정과정에서 미2사단장은 워커 병장과 같은 부대에 있었던 사람은 물론 13세 된 딸을 둔 여군도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외시켰다.
  
  과실 개념 차이에서 생긴 오해
  
  ‘무죄평결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법의 과실개념과 미국법상 과실개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 심상명 법무부 장관은 이번 무죄평결에 대해서 '미국의 경우 차량에 의한 단순과실치사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과실은 처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미국의 법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형법)는 ''과실치사’에 관한 영미법 관행은 과실의 경중과 상관없이 유죄를 일단 인정한 후 양형(量刑) 상에서 조절하는 한국법 관행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영미법 관행에서 과실치사는 과실의 경중에 따라 중과실(recklessness)과 경과실(negligence)을 나눈다”면서 '중과실인 경우 유죄를 인정하여 형사상으로 해결하지만 경과실인 경우 무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책임 개념 차이에서 생긴 오해
  
  이번 사건에서 한국법과 미국법 체계의 차이로 인해 제기된 또 하나의 오해는 책임(責任)에 대한 개념 차이였다. 즉, 한·미 합동 조사가 나온 뒤인 7월 4일 주한 미군사령부는 미군측의 책임을 인정했는데 이때 인정한 책임은 전반적인 책임(overall responsibility)과 민사상의 책임(civil accountability)이었고 형사상의 책임(criminal responsibility)이 아니었다.
  
  이후 미군측은 일관되게 전반적인 책임과 민사책임을 인정하고 형사책임을 부인해 왔지만 이러한 차이는 한국어로 모두 '책임’으로 번역·통역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주한미군 사령부 공보실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미군측은 '미군사법체계에서 '형사적 책임(criminal responsibility)'을 묻는 것과 '책임이 있는 것(responsibility)'사이에 차이가 있으며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후자의 전반적인 책임(overall responsibility)과 민사책임(civil accountability)을 인정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군측은 이러한 책임개념에 입각, 각 유족 측에 약 1억9,500만 원씩을 보상했다. 이밖에도 미2사단 병사들은 두 소녀의 유가족들에게 2만2,000 달러를 전달했고 두 소녀의 추모비 건립을 위해 총 3만 달러를 모금하기도 했다.
  
  재판권의 문제
  
  사건 발생 초기 핵심 쟁점이었던 재판 관할권에 관해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공무수행 중이냐 아니냐’의 기준에 따라 관할권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규정 제22조에 따르면 공무 수행중인 군인의 범죄인 경우에는 미군측이, 공무 수행과 무관한 경우에는 우리측이 관할권을 갖게 돼있다. 이번 의정부 미군 장갑차 사건은 군인이 작전 중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공무중의 일이었고 이에 따라 미군측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했다.
  
  공무 수행중 범죄에 대해 군대 파견국이 재판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무부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국제법상의 원칙이다. 대한민국 국군도 과거 월남에서 동일한 권리를 행사했고 2002년 2월 키르기즈 공화국에 육군 의료지원단을 파견하면서 체결한 한·키르키즈 SOFA에는 한국군의 공무 중 범죄 뿐 아니라 공무외 범죄에 대해서도 한국군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 84개국과 SOFA를 맺고 있지만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준 사례는 없다. 주일미군의 범죄에 대해 미군이 재판관할권을 포기했던 95년 '일본 오키나와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도 공무집행 중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 당국에 1차적 재판권이 부여됐고 당시 사건의 논란은 '조기 신병인도 여부’였다.
  
  미군의 재판 관할권 포기의 선례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에서 주장하고 한겨레신문(8월 6일자) 등에서 보도한 '나카 여인 사망사건’은 공무수행이 아닌 개인적인 미군의 범죄행위였을 뿐 아니라 일본과 SOFA 체결 이전의 사건이었다.
  
  김성욱 기자gurkhan@futurekorea.co.kr
  
출처 :
[ 2002-12-08, 18: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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