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國세력을 “방치해선 안 될” “개혁과 대체의 대상”으로 단죄하는 舊뉴라이트
이들의 이념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권력’이다.

金成昱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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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무현 정권 당시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사)시대정신 그룹이 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시대정신 멤버들은 1월22일 ‘국민통합시민운동(이하 國統市)’을 창립, ‘기본원칙’으로 “대한민국정통성 확인, 韓美동맹의 수호, 從北주의의 청산” 및 “반공주의의 지양”을 표방하고 나섰다. 시대정신 멤버들은 이재교 대표를 비롯해 김영환 등 10여 명의 이사-편집위원 대부분이 國統市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들과 보폭을 맞춰 온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뉴라이트 운동은 2004년 ‘좌파에서 전향했다’는 지식인들 중심으로 시작됐고,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운동자체가 사라졌으나, 박근혜 정권 집권과 함께 다시 國統市를 출범시켰다.
  
  2.
  國統市가 꿈꾸는 ‘나라’는 이들의 주요 가치 중 하나인 “반공주의 지양”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정확한 의미는 시대정신 멤버들의 평소 주장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이재교 대표는 2012년 여름호 <시대정신> 기고문을 통해 “보수혁신운동”의 본질을 “국가주의보수, 냉전보수, 수구(守舊)”세력의 극복으로 들었다.
  
  李대표는 자유주의운동은 “정통보수 세력 즉 守舊와 차별화해야 한다”며 “자유주의는 자유에 이중(二重)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반공주의는 이중(二重) 잣대의 하나”라며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 예를 든다.
  
  그는 “북한체제를 찬양·고무하는 행위에 대한 대처에서도 성숙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을 찬양하는 행위는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고사시키고 도태시키는 것이 법을 동원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라며 찬양·고무죄에 대한 처벌은 ‘국가보안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 ‘국가를 지키는 것이 아닌 정권을 지키는 것’이라는 요지로 비난한다.
  
  이어 “척결과 배제가 아닌 공존과 토론을 통한 반공(反共)이 진정한 반공이고, 분열과 갈등이 아닌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한 뒤 “진보·좌파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냉전적 보수에 대하여 준엄하게 비판해야 한다” “이렇게 달성된 사회통합을 바탕으로 선진화에 매진한다면 선진화와 통일도 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3.
  이재교 대표는 특히 “정통보수세력은 애국(愛國)세력이고 같은 보수세력이므로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내분이요 적전분열이라는 주장을 흔히 접할 수 있으나 타당하지 않다”며 “수구세력이 더 이상 보수의 대표로, 보수를 참칭(僭稱)하도록 방치(放置)해서는 안 된다” “이제 자유주의운동세력은 냉전적 수구를 대체(代替)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李대표 정의에 따르면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대법원장이 탄 차에 계란을 던지고 담당판사의 집 앞으로 몰려가 확성기로 비난하는 무모함, UN안보리이사회에 천안함 관련 서한을 보냈다고 참여연대를 이적행위로 고발하는 행태, 가스통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폭력성,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개혁의 대상인 보수가 되는 길이다. 실상 이러한 세력은 보수라고 보기도 어렵다. 60-70년대 냉전적 사고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 세력 즉, 수구우파”라는 것이다.
  
  요컨대 종북·좌파와 현장에서 싸워 온 애국세력, 즉 아스팔트우파는 “수구우파(守舊右派)”이며 “방치해서는 안 되는” “개혁의 대상” “대체의 대상”이고 자신들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주의에 기초한 합리적인 보수·우파”라는 것이다.
  
  4.
  이재교 대표의 비판은 얼핏 그럴싸하게 비춰진다. 그러나 조선시대 유생들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듣는 듯한 비현실적 관념론에 가깝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첫째, 李대표의 비판은 무지(無知)하고 무례(無禮)하다. 그는 애국세력이 왜 장외투쟁을 벌였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경의가 없다. 그는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비판”을 말했지만, 애국세력이 장외로 나간 것은 시장 자체가 왜곡된 탓이다. 노무현·김대중 정권 시절엔 공권력이 장악돼 있었고 이명박 정권 때도 곳곳에 박힌 대못들과 좌경화된 언론·출판·예술, 문화권력 탓에 합리적 토론과 비판이 불가능했다. ‘종편’이 나오고 일부 보수인사가 출연하게 됐다지만 종북·좌파와 북한체제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역시 거절당한다.
  
  “계란 투척” “확성기 비난” “참여연대 고발” “가스통 시위” 등 그가 비난한 ‘행동’은 동질적이지도 않다. “가스통 시위” “계란 투척” 등 불상사는 애국세력 활동의 본질과 무관한 것이다. 李대표는 종북·좌파가 흔히 하는 침소봉대(針小棒大) 레토릭을 똑같은 형태도 반복한다. 게다가 “참여연대 고발”은 폭력이 아니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 행위가 아닌가.
  
  2008년 광우병 난동, 2009년 쌍용사태, 2010년 천안함·연평동 선동 2011년 총선과 대선 등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언론·출판·예술-문화권력이 좌경화된 상태에서, 종북·좌파는 온갖 거짓-선동을 일삼았다. 나이 든 애국세력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거리에서 광장에서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재교 대표와 같은 소위 합리적 보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갈 무렵 몇몇이 얼굴을 내밀며 애국세력을 비판하고 종북·좌파와 타협하며 정치권력을 키워갔을 뿐이다.
  
  둘째, 자유(自由)는 소중한 것이나 자유주의(自由主義)가 대한민국의 미래가치가 될 순 없다. 국가가 가야할 미래는 헌법(憲法)에 담겨 있다. 헌법은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 평화주의 등 다양한 가치를 포괄한다. 자유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좌파에서 전향한 이들이 또 다른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셋째, 중요한 것은 미래다. 李대표와 같은 소위 합리적 보수는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세력을 키웠고 박근혜 정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도해 1월22일 창립한 ‘국민통합시민운동’의 면면을 보면, 애국세력은 배제한 뒤 참여연대가 축사(祝辭)하고 아름다운재단 前이사장을 공동대표로 참여시켰다. 통진당 내 주사파 그룹과 애국세력을 모두 빼고 좌·우 통합을 시도했다. 이런 시도는 한반도 미래에 심각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우선 舊뉴라이트 그룹이 박근혜 정권을 주도해 간다면 종북(從北)척결이 불가능해진다. 이들은 이석기·김재연 등 통진당 내 일부만 從北으로 평가하곤 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연방제통일을 주장하며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고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從北이 아니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從北청산”을 말하지만 실제로 “從北청산”을 할 수 없다.
  
  애국세력이 말하는 “從北청산”은 從北을 죽이자는 잔인한 슬로건이 아니라 從北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위축-소거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舊뉴라이트 그룹이 종북·좌파와 정치적 공존을 꾀하면 당연히 김정은 정권과도 공존을 시도할 것이다. 이들은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지만 김정은 정권을 정리할 의지는 없다. 북한 급변사태가 나오면 좋지만 급변사태를 통해 자유통일을 하기 위한 여론형성엔 반대한다. 이들 스스로 기득권 구조에 편입된 탓에 한반도 분단의 해체를 두려워한다. 이들의 이념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권력’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취약한 사상적 얼개를 감안할 때, 이런 식으론 몇 년 가지 않아 舊뉴라이트 그룹이 새누리당을 잠식할 것이다. 그리고 빚어질 미래는 從北청산이나 자유통일이 아닌 영구 분단된 삼류국가, 나아가 한국은 南美化되고 북한은 티벳化된 민족공멸일 가능성이 크다. 권력을 이념으로 한 집단은 끝없는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어려운 시절을 맞고 있다.
[ 2013-01-26, 14:3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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