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워드 선수의 善戰에 환호를 지르다!
조인정의 미국 고등학교 유학奮鬪記(9) / 뜨거웠던 ‘슈퍼볼’의 熱氣(열기)

曺認桯(조인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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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지 학교에서의 수학 수업은 항상 그 전날에 치러진 아메리칸 풋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던 그 남자 수학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전날 있었던 경기를 보았냐고 물었고, 그 주제가 거론되는 순간, 학생들은 열정적으로 그 경기에 대해 토의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복도를 지날 때에도 초록색의 유니폼에 알파벳 G가 적힌 옷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영문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면, 조용히 요리 TV를 시청하면서 우리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나의 호스트 아빠 오션도, 언제부터인가 눈에 불꽃이 튈 정도로 열심히 아메리칸 풋볼 경기를 시청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때에도, 그는 TV 앞 소파에 앉아 미동도 없이 그 경기를 지켜보았고, TV 광고를 할 때에만 자신의 맥주 글라스에 얼음을 새로 넣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호스트 동생인 키근도 방과 후에 매일 하던 비디오 게임을 갑자기 그만 두고, 오션과 함께 그 경기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하는 것인가? 나는 얼마 후 키근으로부터 그 해답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원인은, 바로 미국 프로 풋볼리그인 NFL에서 매년 주관하는 ‘슈퍼볼’ 경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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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위스콘신에 있던 2010년은 제45차 슈퍼볼이 열리던 때였다. 정말 운이 좋게도 위스콘신 주 상징 팀인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rs)’가 토너먼트에서 연달아 승리를 하며, 마침내 펜실베니아주의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 와 슈퍼볼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매치를 앞두고 있었다. 2011년 2월6일 저녁 4시부터 키근은, 그가 가지고 있던 그린베이 패커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 시작도 전에 이미 잔뜩 들떠 있었고, 아메리칸 풋볼이 뭔지도 모르는 나에게 패커스의 선수 한 명 한 명의 포지션과 스킬(skill)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녁 6시가 되어 나는 호스트 가족과 ‘샌드바’(Sand Bar)’라고 하는 나의 지역관리자가 운영하는 호프집에 갔다. 호프집 문을 열자마자 나는 엄청난 인파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이 입고 있던 초록색 옷과 초록색 응원도구가 빚어내는 초록빛 물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안은 사람들의 말소리로 시끌벅쩍했고, 한쪽의 테이블에는 파티에서 먹을 수 있는 치즈, 크래커, 페퍼로니, 피넛버터와 샐러리, 견과류 등 여러 종류의 핑거푸드가 즐비해 있었다.

사람들은 경기 중에 긴장을 달래기 위해 칵테일도 한 잔씩 손에 들고 있었다. 물론 맥주를 좋아하는 나의 호스트 부모님인 오션과 에이미도 캔맥주를 들고, 나와 TV 가장 앞자리에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저녁 6시30분이 되자 드디어 화려한 오프닝 공연과 함께 슈퍼볼이 시작되었다. 초반부터 氣勢(기세)는 그린베이 패커스 쪽으로 기울었고, 함께 경기를 관람하던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손뼉을 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아메리칸 풋볼 경기는 4쿼터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 쿼터당 15분을 기준으로 경기를 진행했는데, 매 쿼터가 시작하기 전에 호프집에 있는 사람들은 일종의 ‘내기’를 했다. 그 내기는 우리나라의 ‘월드컵 점수 맞추기’와 같은, 점수를 미리 예상해서 적어 내는 것이었다. 이 점수를 정확하게 맞춘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이 주어졌다. 첫 번째 쿼터에서는 14(그린베이 패커스):0(피츠버그 스틸러스)로 그린베이 패커스의 完勝(완승)이었다. 드디어 맨 첫 번째 선물을 받을 행운의 주인공을 발표하는 순서가 왔다. 정확한 스코어를 맞춘 주인공은 놀랍게도 오션이었다. 오션은 행운이라도 만끽하려는 듯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그린베이 패커스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

나는 사실 아빠로부터 전날에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영웅으로 불리는 ‘하인스 워드(Hines E. Ward, Jr.)’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간단히 그에 대해 소개하자면, 하인스 워드는 주한 미군 출신인 하인스 워드 시니어와 한국인 김영희 씨 사이에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워드는 1998년에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지명되어 프로 선수로 데뷔를 했고, 그 후로 2006년 제 40차의 시애틀 시호크스(Seattle Seahawks)를 상대로 한 슈퍼볼에서 최우수 선수상(MVP)을 차지하며 스틸러스 팀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을 사랑하던 그는 2006년 한국에 來韓(내한)하여 ‘서울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한국인이 한국인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하인스 워드 선수를 대놓고 응원하고 싶었지만, 주변인들의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곳에서 워드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일종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두 번째 쿼터에서 하인스 워드 선수는 노련한 개인기와 빠른 다리로 그린베이 패커스 수비진영을 뚫고 터치다운(touchdown: 상대진영의 엔드존에 공을 가져다 놓는 것으로, 가장 높은 점수인 6점을 얻음.)을 만들어 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환호를 질렀다. 나 혼자만의 기쁨의 소리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순식간에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둘러댔다. “어… 하인스 워드 선수는 저와 같은 한국인이예요.”

매번 그린베이 패커스가 점수를 낼 때마다, 호프집 사장님(지역관리자)의 아내 되시는 분은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잔에 담긴 초록 빛깔의 알코올을 건넸다. 모두들 한껏 들뜬 상태로 그 술을 들이켰다. 물론 나도 그 술을 권유 받았지만, 곧바로 거절했다. 경기가 거의 종료 직전에 다가오자 몇몇 사람들은 ‘승리는 패커스의 것’이라며 벌써부터 흥에 겨워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3초, 2초, 1초, 땡!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는 31(그린베이 패커스):25(피츠버그 스틸러스)로 그린베이 패커스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TV에서 선수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승리를 自祝(자축)할 때, 호프집 안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포옹을 나누었으며, 울고 웃고, 마시고 먹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곧이어 깜짝 댄스파티가 벌어지더니, 신나는 노랫소리에 맞춰 사람들은 그룹 또는 짝을 이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날 호프집에서 처음 만났던 사람들도 그린베이 패커스의 승리에 어깨동무를 하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함께 웃으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에이미는 흥에 겨워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찾아 오더니, 갑자기 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주변에는 우리 학교의 교환학생들 모두가 둘러서기 시작했고, 그들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찌할 줄 몰라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브라질, 슬로베키아, 노르웨이에서 온 내 친구들은 내게 조금은 요상한 춤 동작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었다. 경기 종료 후 약 1시간이 흘렀음에도 슈퍼볼의 熱氣는 가시지 않았고, 그린베이 패커스의 14년만의 승리를 축하하는 사람들의 춤의 熱氣는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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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09, 14:0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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