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칠 정도로 떨렸던 듀엣(Duet) 무대
조인정의 미국유학奮鬪記(23) / 메기와 함께 ‘소녀시대’ 노래를 完唱하다!

曺認桯(조인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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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Erie)에서 보낸 첫해의 ‘인터내셔널 나잇(International Night)’이 끝나자 무지막지한 후회가 몰려왔다. ‘인터내셔널 나잇’이란 내가 살던 기숙사인 펜실베이니아 인터내셔널 아카데미(Pennsylvania International Academy)에서 연중 개최하는 행사이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 외국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자기 나라의 음식을 만들고, 기념품들을 전시하고, 자신들이 그동안 숨겨 놓았던 노래와 춤 솜씨를 미국인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말 그대로 문화교류와 장기자랑의 場이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기숙사 친구들을 보며, 나는 언제 한 번 소극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남들 앞에 당당하게 홀로 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내셔널 나잇은 매년 4월 중반에 열렸는데, 인터내셔널이 끝난 다음 날부터 내 마음 속에는 다음 年度(연도)에는 꼭 이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 앞에 쭈삣거리며 잘 서지도 못하는 내가 도대체 이런 마음은 어디서 생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도 했는데 내가 왜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듬 해 2월 중반쯤 되자 기숙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두 달 후 있을 새로운 인터내셔널 나잇의 탤런트쇼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들과, 음식을 준비할 학생들의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조금 머뭇거려졌다. 당시 난 방과 후에 소프트볼 연습을 매일같이 하고 있어서, 탤런트 쇼의 리허설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는 내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떨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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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곡을 하기엔 부담이 되어 난 매일 고민 또 고민했다. 그날도 같은 고민을 하며 학교로 향했다.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일찍 도착하면 나는 늘 도서관으로 直行(직행)했다. 그 곳에서 나는 못 끝낸 숙제를 마저 하거나, 그날 치게 될 시험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곤 했다. 약 8시가 되면 나의 친한 친구인 메기(Maggie Davis)가 학교에 등교했는데, 메기는 곧장 나를 찾으러 도서관으로 왔다.

나는 메기에게 거의 매일 같이 내가 전날 끝낸 숙제의 文法적인 사항들을 고쳐달라는 미안한 부탁을 하거나, 메기는 내게 1교시가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 드라마나 가요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렇듯 메기는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더 좋아했다.

그날도 나는 아침에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메기가 도서관으로 찾아왔다. 메기를 보자마자 무언가 번뜩이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솔로곡이 힘들면 듀엣(Duet)을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메기에게 물었다. “너 작년에 했던 인터내셔널 나잇 탤런트쇼 기억해? 이번에 나랑 같이 듀엣으로 노래할래?” 어떤 대답이 나올지 떨렸다. 사실 메기가 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메기는 밝게 웃으면서, 아니 기쁨을 얼굴에 가득 머금은 채, “우와, 나 정말 너랑 같이 해도 돼?” 라고 물었다.

곡의 선택은 메기에게 100% 맡겼다. 바쁜 시간을 내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기숙사에 찾아와 리허설 연습을 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었다(리허설은 3월부터 인터내셔널 나잇이 열리는 4월 17일 전까지 계속되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영어 노래 한 곡과 한국 노래 한 곡을 부르기로 했다.

며칠 후 메기는 아주 생긋생긋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우리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부르자!” 나는 순간 멈칫했다. 소녀시대라고? 예쁘고 날씬한 아홉 명의 걸그룹 말이지?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소녀시대의 노래는, 춤과는 벽을 쌓은 내게 지나친 과제였다. 더군다나 9인조 걸그룹의 소녀시대의 노래를 어떻게 두 명이 해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 노래란 말이야!

영어노래는 내가 먼저 제안했다. 작년에 나는 메기의 집에 초대받아 놀러 가 그녀와 함께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 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한 소녀는 John Denver의 ‘Country Roads’라는 곡 가사를 친구와의 우정을 다룬 귀여운 가사로 개사해 불렀다. 메기와 나는 그 영화를 본 이후로 가끔 개사된 영화 노래를 흥얼거리며 불렀다. 우리는 영화의 삽입곡인 이 노래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죄송했지만 소프트볼 코치들과 팀원들에게는 인터내셔널 나잇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사정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했다. 메기도 학교를 3시에 마치고 4시까지 기숙사로 와 리허설에 참여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게 있었다. 나는 자주 그날 배웠던 부분에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나 시험에 관한 질문들을 방과 후에 담당 과목선생님을 찾아가서 여쭤볼 때가 많았다.

스쿨버스는 늘 5~10분 만 학생들을 기다렸는데 난 그런 스쿨버스를 놓칠 때가 많았다. 리허설에 무조건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메기에게 SOS 전화 요청을 했고, 메기는 매번 내 매니저처럼 학교로 와서 나를 데리고 기숙사로 향했다. 메기에게 너무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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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는 영어 노래를 위해 기타 연주를 해주기로 했다. 소녀시대의 노래는 인터넷에서 ‘노래방 버전’으로 다운 받았다. 우리는 각자 부를 노래의 부분을 분담했고, 외우기 시작했다. 실제로 메기는 우리가 가사를 分擔(분담)한 바로 며칠 후에 자신이 해내야 할 모든 부분의 가사를 모조리 암기했다. 한국어 가사까지 거의 완벽했다.

반면 내 상태는 심각했다. 나는 먼저 영어 노래 가사를 외우고, 외우고, 또 외웠다. 영어 노래를 마스터 하는 것이 급했기에 영어 노래 외우기에 먼저 전념했던 것이다. 소녀시대의 노래는, 영어노래와 마찬가지로 가사를 읽고, 외우고, 또 다시 불러보았다. 그래도 문제는 심각했다. 노래가사 1절과 2절이 너무 비슷했고, 그 가사들은 완전히 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나는 2절 가사를 1절에 부르고 1절 가사를 2절에 불렀다. 한국 노래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 보이고 안타까웠다. 메기는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가사를 자신보다 힘들게 외우는 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 웃고 있었다.

우리는 약 한 달 동안 계속되는 리허설과 연습을 하면서 기타코드와 노래를 맞추고, 가사를 외우고, 노래 간주 부분에 살짝 들어가는 춤 연습도 했다. 리허설을 할 때 무대에서 소녀시대의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기숙사의 중국 여자 친구들은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보며 함께 따라 불렀다. 몇 몇의 친구들은 나와 메기에게 자신들도 소녀시대 노래를 우리와 함께 무대에서 부르면 안 되냐는 요구를 했지만, 우리는 이미 구상한 내용에 차질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중국 친구들이 한국 노래 가사를 힘들이지 않게 잘 따라 부르는 것을 보며 한국 가요(K-pop)의 엄청난 인기를 직접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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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13년 4월17일 인터내셔널 나잇 당일이 되었다. 이미 그 전날부터 기숙사에서는 손님 맞을 준비를 위해 테이블을 세팅했고, 당일에는 기숙사 친구들이 준 레시피를 바탕으로 그들이 직접 만든 음식들을 뷔페식으로 전날 세팅한 테이블에 놓았다. 스시, 만두, 치킨, 미트볼, 볶음밥, 고구마 튀김과 치즈 소스, 감자케이크 등 맛있는 냄새가 내 후각신경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것보다도 곧 있게 될 탤런트 쇼 때문에 미친 듯 전율하는 내 심장은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행사에 온 손님들의 수도 엄청났다. 예상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기숙사를 찾아주었기 때문에 테이블이 모자라서 다른 곳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더 가져와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에서 온 나의 세계사 선생님, 과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 미술 선생님, 메기의 부모님, 메디, 레이첼, 제시 등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말로 표현이 될 수 없을 만큼 긴장되었다. 심지어 배마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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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탤런트쇼의 첫 무대를 알리는 사회자의 발표가 있었다. 첫 번째 공연은 나와 메기가 준비한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였다. 무대 위 높이 서서 나와 메기를 쳐다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강한 압박으로 다가와 숨이 멎을 듯 했다. 그 순간 반주가 흘러나왔고, 메기는 첫 소절을 시작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메기가 나를 쳐다보았다. 내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시작했다. “드림카를 타고 달려봐. 넌 내 옆자리에 앉아. 그저 내 이끌림 속에 모두 던져…”

아! 그 다음 절이 생각나질 않았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나는 2절 가사를 1절가사로 바꾸어 부르고 말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어 가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내가 실수한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여전히 박수를 치며 우리 공연에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저 멀리서 후렴구 부분 리듬에 맞춰 춤추는 남자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내 얼굴에서는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 순간 내 긴장은 모두 눈 녹듯 사라졌다. 결국 노래는 성공리에 마쳤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기립박수를 쳤다. 나는 정말로 내가 해냈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탤런트 쇼의 마지막 공연도 마찬가지로 나와 메기의  ‘Country Roads’였다. 무대에 오른 나와 메기는 노래 시작 전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된 날을 설명하고, 어떻게 우리가 이토록 친한 친구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관객들에게 말했다. 다른 人種(인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말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곧 메기의 기타소리에 맞춰 준비했던 노래를 불렀다. 이미 소녀시대의 노래를 불러 긴장이 풀린 후였기 때문에 마지막 노래의 부담감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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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당시 영어노래 가사를 외울 때에는 실수 한 번 한 적 없어 오히려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난 메기와 눈을 마주치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진정한 친구의 우정이란 무엇인지 기타의 선율에 담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말이다. 가장 친한 친구와 무대에 서있는 이 순간 나는 너무 행복했고, 메기의 기타소리와 우리가 부르는 노래의 하모니, 그리고 관객들의 시선과 열정적인 호응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리허설 당시 나와 메기는 “인터내셔널 나잇은 분명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정말이지 지금도 무대 위에 오른 내 자신을 떠올리면 그 긴장감에 다시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떨리는 무대 위에 서있는 내 바로 옆에는 친구 메기가 있었다. 친구가 있기에 용기를 냈고, 나를 믿었고, 그러기에 노래를 할 수 있었다.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도전이었던 이 무대는 지금까지도 메기와 내 입에 오르내리며 가슴 뛰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무대를 통해 나와 메기 사이의 우정이라는 나무는 더욱 곧게 그리고 우직하게 뿌리를 내려 무성한 잎사귀까지 맺게 되었다.

[ 2013-08-19, 10: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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