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독재는 종이 한 장 차이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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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명분과 실리, 한국의 명분과 실리]
  
   삼강오륜과 이기이원론의 명분은 민주와 통일의 명분으로 맥을 잇는다. 한편 지배층의 농민 착취라는 실리는 생산을 담당한 노동자·농민의 대대적인 중산층化라는 실리로 상전벽해되어 실리의 맥은 오늘에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온갖 갈등의 원천은 명분의 전통 계승과 실리의 전통 단절, 바로 여기에 있다.
  
   상공업 천시와 개방 거부라는 병풍(일본이나 청, 아라사의 총 한 방이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허깨비 방패) 뒤에서, 철두철미한 문민 우위 정책으로 국내의 반란 세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조선의 양반 지주는 덕치(德治)를 솟을대문에 크게 써 붙이고 법치(法治)의 근간인 경국대전을 거의 무시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아랫것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웬만한 양반은 집에 사설 감옥이 있었다. 私刑과 死刑이 예사였다.) 인구의 90%를 차지하던 농민의 피와 땀을 갈취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실리'를 챙겼다.
  
   건실한 초기를 지나면서 조선의 양반 지주는 중기 이후 약 300년을 그렇게 낮에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효를 다한다는 핑계로 처첩을 여럿 거느리고 밤에만 땀을 뻘뻘 흘려 자식을 수십 명 생산하여 정말 잘 먹고 잘 살았다. 미증유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치르고도 나라를 건지거나 나라를 위해 피 흘린 군인 세력을, 잠재적으로 가장 무서운 정적이었던 그들을 삼강오륜과 이기이원론의 명분을 내세워 혀의 칼로 완벽하게 베어 버리고, 그들과의 권력투쟁에서 '퍼펙트'로 압승하여, 농민 착취라는 꿀보다 달콤한 실리를 왜적에게 나라를 빼앗길 때까지 독차지했다.
  
  [군인 출신 대통령만 생각하면 '뚜껑' 열리는 자들]
  
   우리의 민도 수준에 맞는 민주를 표방하고 역시 우리 사회문화의 발전 단계에 알맞은 방법으로 상공업을 중시하고, 효율과 질서를 존중하고, 법의 지배를 내세운(이들 전에는 헌법만 있었을 뿐 제대로 된 우리의 법률이 없어서 조선총독부와 미군정의 일본어와 영어로 된 법률을 사용함) 군인 출신 대통령과 관료들, 상공인들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을 하든 조선 양반 지주의 맥을 잇는 민주와 통일의 명분론자들에게 상놈도 그런 상놈일 수 없었다. 능지처참(집권 전의 마음)하고 부관참시(집권 후의 마음)함이 마땅하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두 번 바뀌어 가는 오늘도 밤낮 박정희에게 이를 갈 수밖에 없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감옥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고, 감옥에서 나와도 연희동 집에 가둘 수밖에 없다. '실리'의 30년 동안 1,200만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천문학적으로 냈지만, 상것인 군인 출신과 더불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유로, 아직도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유로, '재벌(대기업)'은 투자를 하려고 해도 출자총액으로 '문어발 확장'을 막을 수밖에 없고 금융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은행 참여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한때 증오의 대상이었던 '매판자본의 원흉인' 다국적 기업보다 월등히 더 미우니까, 이를 악물고 구국의 일념으로 역차별하지 않을 수 없다. 관치 금융을 양심을 걸고 지킬 수밖에 없다.
  
   [무엇이 민주이고 무엇이 독재인가]
  
   600년 명분의 시대를 30년 실리의 시대로 바꾼 세 군인 출신 대통령이 대한민국 민중들을 상대로 일으킨 의식 혁명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말을 번드레하게 할 줄 몰라서 그렇지 민주주의의 의미도 더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은 박정희의 계획 경제를 시대에 맞추어 시장경제로 바꾸고자 한다. 박정희의 고교 평준화를 개방과 다양성과 자유의 시대에 맞추어 아예 해체하길 원한다. 전두환의 언론통폐합을 저주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노태우의 인기에 연연한 민중주의(populism)를 더 이상 계속하지 않길 원한다.
  
   대신 오늘날까지 유용한 것은 계승하여 발전시키길 원한다. 박정희의 승공(勝共) 정책을 계승하고, 전두환의 북한 테러에 대한 단호한 정책을 이어 받고, 노태우의 북방 정책을 바탕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인도하길 원한다.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시장 경제의 꾸준한 발전이 활짝 꽃 피길 원한다. 또한 노태우 말기에 취한 정책, 무분별한 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정책이 오래 전에 정착되어 있길 원한다.
  이를 일러 민주화라고 한다.
  이를 일러 개혁이라고 한다.
  이를 일러 평화통일 정책이라고 한다.
  이를 일러 성숙한 시장경제라 한다.
  
  [시대착오적인 독재 정책을 민주 개혁이라고 우기는 자들]
  
   군인 출신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구별하지 못하고 싸잡아 욕하는 자들일수록 '군바리'들이 시작한 정책을 한사코 계승하는 것을 민주화라고 부득부득 우긴다. 민주의 화신을 자처하는 전교조는 박정희의 평준화와 전두환의 대학 자율권 박탈(본고사 폐지), 과외 금지를 헌법보다 중시한다. 한 발은커녕 반 발도 양보 못한다. 오히려 더 심하게 옭아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코드가 맞는 정부·여당과 합작하여 사립학교와 대학까지도 장악하려고 한다. 그게 바로 독재임을 모른다.
  
   자신들의 언론 자유는 생명보다 중시하는 언론통폐합 반대자와 해직기자 출신자들은 집권층에 아첨하지 않는 조선과 동아와 중앙을 기어코 한겨레에 '통폐합(똑같은 목소리 내게 만들기)'시키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게 바로 독재임을 모른다.
  
   한국의 노조는 전체 노동자 중 겨우 11%만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나 스스로를 노동자 100%와 민중 99%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확신하다. 그게 바로 독재임을 모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발전시키는 것을 공정거래의 'ㄱ'에서 'ㅎ'으로 확신한다. '군바리'들이 만든 30대 재벌 지정 관리, 출자총액제한, 제조업과 은행 겸업 금지, 관치 금융을 금과옥조처럼 지킨다. 그게 바로 독재임을 모른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십여 년간 오르락내리락하는 한국의 시장에서 이제 개방과 자율과 경쟁이 공정거래를 확보하는 가장 큰 확실한 방법임을 그들이 알 리 없다.
  
   덧셈뺄셈 문제를 겨우 푸는 '민주' 정치인과 곱셈나눗셈 문제를 머리를 싸매고 푸는 '개혁' 관료들이 미분적분 문제를 척척 풀고 이를 산업 곳곳에 응용하여 첨단·고급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세계적 수준의 우리 대기업 총수들을 수시로 불러다가 호통치고 주먹으로 그 희끗한 머리를 쥐어박는다.
   '덧셈뺄셈이 틀렸잖아! 곱셈나눗셈이 틀렸잖아! 이 바보들아!'
  
   '남이 하면 독재, 내가 하면 민주'라는 투사(投射) 정신 장애자들에게 최불암 형님이 한마디!
   '까불지 마!'
  
   (2004. 12. 12.)
  
  *투사[projection]: 자기 내부의 부정적인 면을 남에게 전가하여 입에 거품을 무는 정신 장애
  
  
  
  
[ 2004-12-13, 06:3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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