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를 앞지른 삼성전자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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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GE(제너럴일렉트릭)가 있고 일본에 토요타가 있다면, 한국에는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시가총액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앞선 지 오래되었고, 미국의 또 다른 간판 기업 MS(마이크로소프트)와 비교해도 시가총액에서는 아직 한참 뒤떨어지지만 매출액이나 순이익에서 앞서거나 약간 뒤지는 정도입니다.
  
   스스로는 안 지키고 남에게만 강요하는 위선적 도덕이 팽배한 한국에서는 反기업정서가 공산국가 못지 않게 강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더 이상 정부가 도와 주지 않고 오히려 '평등과 정의'의 논리로 방해만 일삼고 언론과 학계와 시민단체는 지배구조 등을 들어 야릇한 흥분에 떨면서 잘 나가는 회사일수록 날카로운 강철 이빨로 수시로 물어뜯는 나라에서,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오늘 2004년 12월 14일부로 삼성전자가 소니와 약 2만 개의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는 희소식이 들려 옵니다. 선의의 경쟁 업체로서 두 회사는 멋진 상생의 길에 올라섰습니다. 아마 이를 통해 이미 장년기의 후반기로 접어든 듯한 소니보다 이제 막 청년기를 벗어나 장년기의 초반으로 들어서려 하는 삼성전자가 얻음이 훨씬 많을 듯합니다. 자못 기대됩니다. 다음 글을 3년 전에 썼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 삼성전자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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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를 앞지른 삼성전자
  
   [정보산업의 침체]
  
   2001년 들어 미국의 정보산업이 만만찮은 감기로 기침에 이어 콧물까지 줄줄 흘리자, 겨우 구조조정의 발걸음을 떼고 있던 한국의 기업들도 덩달아 독감에 걸리는가 했더니, 온몸이 욱신거리는 몸살을 앓느라 정신이 혼미하다. 그 와중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럴 때마다 일제히 한국인들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메모리 위주 반도체의 구조적 취약성을 거론하며 분노를 터뜨린다.
   그런데 올해는 심상치 않은 것이 비메모리의 대표 인텔도 별 수 없다.
  
   [2000년의 삼성전자와 소니 실적]
  
   어쨌건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꿈의 기업 소니를 앞섰다는 말에 어이가 없을지 모르겠다. '삼성에서도 2005년에야 소니를 앞선다고 공언하지 않았느냐, 목표야 가상하다만, 마라톤에서 100미터 달리기하듯 레이스 도중에 스퍼트하다가 제 풀에 지쳐서 쓰러지지 않을까. 너무 같잖아서 아예 말이 안 나오는구만.' 과연 그럴까. 우선 2000년 실적을 보자.
   소니가 세계1위의 전자업체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지만, 삼성전자가 세계2위 전자업체라는 건 한국 사람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2000년 실적을 보면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한국인이 확실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업에서는 순이익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소니는 삼성전자에 상대가 안 되었다. 소니 1억3천4백만 달러 순익, 삼성전자 47억6천7백만 달러 순익. 삼성이 무려 35배나 많다. 매출액은 소니가 585억 달러, 삼성전자가 345억 달러. 소니가 140억 달러 많다. 그러나 순익이 매출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게다가 1인당 생산성이 문제인데, 소니는 무려 종업원이 18만1천명, 삼성은 겨우 4만4천명이다. 1인당 생산액이 소니는 32만 달러, 삼성전자는 그보다 2.5배나 되는 78만 달러이다. 1인당 순익은 소니 고작 744달러, 삼성전자가 무려 10만8천340달러. 삼성전자가 무려 145배나 많다. 이제는 매출액으로 회사를 평가할 때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삼성전자보다도 훨씬 못하고 IBM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를 IT 산업의 황제로 말할 수가 없다. 오히려 시가 총액과 순익이 더 큰 기준이다. 이 점에서 볼 때, 국내 주식시장의 여건으로 시가총액은 보잘것없지만, 삼성전자의 활약은 정말 눈이 부시다. 부채 비율도 80%가 안 된다.
  
  소니가 뛰어난 것은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10%나 되어, 총58억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삼성은 매출액의 7%로 24억 달러(한국 정부 전체의 연구개발비와 비슷한 수준)였다. 절대액이 소니의 50%도 안 된 것이다. 2005년에 명실상부하게 소니를 제치려면, 매출액의 12%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한국인은 신바람이 나면 누구도 못 말리는 민족이라 그런지, 1999년부터 미국특허취득에서 삼성전자가 소니를 눌렀다. 2000년에는 전해의 1,545건에서 1,441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2,886건의 IBM, 2위는 NEC, 3위는 캐논이었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주특기 및 경영자]
  
  삼성전자와 소니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각기 주특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니는 가전제품에선 단연 세계1위이다. 삼성과 겹치는 것은 바로 이 부문, 아직은 상대가 안 된다. 또한 소니가 강한 쪽은 플레이스테이션2로 기사회생한 오락산업(연70억 달러 매출)이다. 반면에 삼성은 반도체가 있다. 이건 최초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로 날린 소니지만 아예 상대가 안 된다. 그 다음으로 삼성이 강한 쪽이 통신기기와 LCD이다. 앞으로 대회전이 붙을 곳이 바로 디지털 가전제품이다. 이건 한 번 해 볼만하다. 여기서 이기면 삼성이 소니를 능가하게 된다.
  
   문화와 오락이 무언지 본능적으로 아는 음대 출신 최고경영자로서, 괴짜 구타라기가 개발하고 있던 PS2를 이사진 전원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지원해서 소니를 기사회생시킨 오가가, 선전홍보유통 담당의 '새까만' 이사 이데이를 자신의 후임 사장으로 발탁한 이유는 그의 놀라운 국제감각과 미래 산업에 대한 후각이다. 한 마디로 그의 경영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다. 물론 이데이도 기술의 소니인 만큼 기술에 훤하다. 기술에 경영을 접목하려는 시도인 듯하다. 회장이자 CEO인 오가는 이데이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의 사장 취임 2년 되는 1997년에 38명의 이사를 불과 10명으로 줄였다. 이건 확실히 소니가 앞으로 상대적으로 경영에 더 치중하겠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삼성전자에는 하나같이 공대 출신의 김광호, 강진구에 이어 1998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미산업공학회로부터 최고경영자상을 받은 윤종용 CEO가 있다. 이들은 경이적인 최고경영자 오가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아래 이윤우, 진대제가 있다. 삼성전자의 다음 최고 경영자는 공대출신으로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을 발탁해야 할 것이다. 그가 음악과 미술을 이해하는 감성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두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삼성전자의 최대강점은 연구진이다. 세상에 공휴일도 없이 스스로 일에 매달리는 연구진은 한국 외에는 없다. 자기를 믿어 주기만 하면 한국인은 그렇게 한다. 그러고도 이혼도 안 당하는 나라가 또 한국이다. 삼성전자의 연구진이 바로 그러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 이유]
  
   메모리 반도체를 우습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반도체도 처음에는 메모리 위주였다. 그것이 일본에 갔다가 한국에 왔고 대만으로 넘어가고 있고 장차는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중국에 넘어갈 즈음에는 나노기술이 나와서 그들이 재미를 크게 못 볼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물리학과의 임지순 교수를 비롯한 학자 덕분에 나노기술에 대한 기초학문이 한국도 싹은 보이니만큼, 삼성전자에서도 심도 있게 이를 검토할 줄 안다.
   4기가 D램까지는 한국이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 장치 산업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미 삼성이 진출할 때에 미국과 일본에서 공급과잉이었으니까, 그들을 추월하기 위해서 삼성이 기울인 노력은 필설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겹고 감동적이다.
  
   반도체는 삼성에서 1974년에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그 이유는 협소한 국내 시장(일본은 전세계에 흩어진 자기 나라 공장의 제품에만 써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과 소규모 생산 설비, 비메모리 위주의 다품종 소량생산이었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한 일본인의 충고와 그가 소개해 준 세계적인 한국인 반도체 전문가 이임성 박사였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GE와 IBM에서 연구하다가 일본의 샤프에서 고문으로 있었다. 그가 알려 준 것이 바로 메모리 반도체였다. 그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이임성 박사는 미국에 있던 우수한 한국인 반도체 전문가를 속속 불러 들였다. 이 때가 1983년이었다. 그러나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1987년까지 누적적자가 1,200억원이나 되었다. 미일의 반도체 전쟁 때문에 한국은 새우가 되어 등이고 배고 사정없이 터졌다. 마침내 1988년, 일본이 생산설비를 줄일 때, 고 이병철 회장의 과감한 선행 투자로 그 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총동원, 단 한 해만에 1,649억원의 흑자를 냈다. 10년 적자를 한꺼번에 털고도 남았던 것이다. 이병철 회장은 안타깝게도 반도체가 흑자 내는 걸 보지 못하고 1987년에 타계했다.
  
   [호황이 있으면 불황도 있다]
  
   어떤 상품이든지 주기가 있다. 1995년과 1999년, 2000년은 반도체가 최대 호황이었다. 지금은 시련기다. 현재 제일 힘들어하는 곳은 현대 하이닉스와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이다. 1998년에는 삼성전자도 겨우 3천억 원을 좀 넘는 이익을 냈을 따름이다.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되었다. 올해 비록 흑자가 준다고 해도 작년 반만 되어도 3조원이나 된다. 미리 벌어 놓은 것에다가 아직 승승장구하는 휴대폰과 LCD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 소니가 삼성전자의 순익이 35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해서 소니의 시대는 갔다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런 해도 있는 것이다. 항상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인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삼성도 메모리보다 비메모리 시장이 2배나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약 5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비메모리 개발전문가만 1,500명). 최근에 국내 벤처기업과 손을 잡고 이 분야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은 참 보기 좋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손잡음]
  
   소니가 드디어 삼성전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삼성전자가 그 손을 잡았다. 2001년 8월 2일 삼성은 독자 개발한 걸 포기하고 소니의 이른바 메모리 스틱(Memory Stick)을 채택하고 기술협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소니는 디지털 가전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갈 정보저장장치로 마쓰시타와 표준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참여로 소니쪽이 유리하게 되었다. 마쓰시타 쪽에는 미국의 IBM과 MS, 모토롤라 등 130여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고 소니쪽은 도요타, NEC, 산요 등 일본 중심으로 170여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안정적으로 플래시메모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소니는 자사의 비디오 베타방식이 마쓰시타의 VHS방식에 참패했던 것을 설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소니와 삼성은 선의의 경쟁자가 되었다. 만약 이번의 표준경쟁에서 또 소니가 지게 되면, 소니와 삼성전자 양쪽 다 타격이 클 것이다. 선전홍보유통을 중심으로 경영을 잘 아는 이데이 사장의 활약과 미래 시장을 귀신같이 읽는다는 윤종용 부회장의 선견지명이 기대된다.
  (2001. 8. 6.)
  
[ 2004-12-14, 22:3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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