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를 뒤엎은 4세기 前後 몽골 草原(초원)의 빅뱅
흉노와 훈족과 게르만족이 로마와 중국 文明(문명)을 부수고 세운 국가 질서는 지금도 이어진다.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서기 4세기를 前後(전후)하여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일대 격변이 일어났다. 천년간 계속되던 로마제국은 東西(동서) 로마로 갈라지자마자 게르만족의 침략을 받아 5세기에 이탈리아 반도의 西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유럽은 대혼란으로 빠져들었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4세기 후반 유럽의 동쪽에 갑자기 나타난 기마군단 훈족이 게르만족을 공격한 데서 비롯되었다. 게르만족은 훈족에 밀려 서쪽 로마 문명세계로 이동하면서 로마 질서를 붕괴시키고, 게르만 부족이 지배하는 나라들을 여러 개 세웠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방에는 게르만의 롬바르드족이 정복왕국을 세웠다. 프랑스와 독일에 걸쳐서는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족이 대제국을 세웠다. 프랑스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스페인에는 고트족의 왕국이 만들어졌다.
  
   게르만족의 일파인 앵글로족과 색슨족은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쳐들어가 로마 식민지를 접수했다. 독일 땅에 남은 색슨족은 나중에 독일어로 작센이라 불리는 왕국을 세웠다. 반달족은 아프리카 북부까지 진출했다. 西유럽은 이로써 게르만족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게르만족의 부족들이 오늘날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의 모태가 되는 나라들을 만들었다.
  
   4-6세기에 걸친 게르만족의 이동이야말로 현대 유럽 지도의 밑그림을 만든 역사적 대격변이었다. 이를 촉발한 훈족은 누구인가.
  
   동양사에서 匈奴(흉노)라고 불리는 몽골 고원의 유목 기마 민족을 서양에선 훈(Hun)이라 불렀다. 서양사의 기록에 담긴 훈족에 대한 묘사는 史記(사기) 등 동양史書(사서)에 적힌 그대로이다. 흉노족의 일부가 3세기부터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4세기 말 폭풍처럼 서구에 나타나 게르만족을 쳐 이들을 로마제국 위로 넘어뜨리면서 유럽을 게르만족으로 뒤덮게 만들었다. 유럽의 주인이 로마인에서 게르만족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 세계를 이끄는 중심 세력도 게르만족 출신이 主流(주류)인 국가이다.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등.
  
   비슷한 시기, 즉 4-5세기 중국에서도 흉노 등 다섯 북방기마민족이 晉(진)이 다스리던 북중국을 쳐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 316년에 漢族(한족)정통왕조 晉이 망했다. 서양의 로마 문명이 훈족의 출현 때문에 무너졌듯이 중국에선 흉노족 등 북방기마민족의 반란과 남하에 의해 붕괴되고 다섯 부류의 기마민족들이 16개국을 세우는 5胡(호)16國 시대의 천하大亂(대란) 시대가 열린다.
  
   훈과 흉노, 즉 같은 계통의 기마민족에 의해 세계 2大 문명이 거의 동시에 붕괴되고 서양은 게르만족, 동양은 북방기마민족의 세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서양에서 대혼란은 8세기 프랑크 왕국이 지금의 프랑스, 독일, 북부 이탈리아를 통합함으로써 일단 수습된다. 이 프랑크 제국은 샤르마뉴 大帝(대제)의 죽음 이후 재차 분열되지만 프랑스와 독일국가들의 모태가 되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신성로마제국의 산파 역할을 하여 유럽적 질서를 만들어낸다.
  
   동양에선 서기 589년 隨(수)가 천하大亂 시대의 종지부를 찍고 중국을 통일하여 후속 제국 唐(당)의 전성시대를 열어놓는다. 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용한 신라가 한반도에 최초의 민족통일국가를 세웠다.
  
   한편 흉노족을 비롯한 북방기마민족의 東進(동진)과 南進(남진)은 중국대륙과 인접한 만주, 한반도, 일본으로 그 여파를 밀어보냈다. 흉노, 선비, 부여족 등 북방기마민족들이 한반도로 밀려들어와 정복왕국을 세운다. 만주 북쪽에 있던 부여족에서 고구려가 생기고 고구려 지배층의 일파가 南進하여 백제를 만든다. 만주 서쪽의 흉노-선비족 계통은 신라로 쳐들어와 토착세력을 타고 앉아 金氏(김씨)왕조를 연다. 비슷한 시기에 성립된 가야 지배층도 흉노와 부여족에 친근성이 있는 기마민족이었다.
  
   4세기 한반도에 들어온 기마민족들이 중국과 유럽에서처럼 고구려, 백제, 신라를 고대국가로서 정립했다. 기동성 있는 군사력으로 이 세 지역의 先住民(선주민)들을 정복한 세 부족은 고대국가를, 체제를 갖춘 모습으로 발전시키면서 삼국시대를 연다. 삼국시대를 개막시킨 이 기마민족들의 계보는 고구려 백제 세력의 경우 지배층이 만주북방의 부여족에서 유래했고 신라 김씨 왕조의 지배세력은 만주 서쪽 흉노-선비계통 출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유물과 풍습, 墓制(묘제), 무기, 史書 기록 등을 종합하면 삼국중에선 신라가 가장 흉노적이고 서방적인 특징을 보인다.
  
   한반도에서 三國과 가야연맹을 정립시킨 북방기마민족 집단의 일파는 다시 현해탄을 건너 일본열도로 이동하여 그곳의 先住民들을 차례로 점령해가면서 4~5세기에 지금의 나라 근방에 야마토(大和)정권을 세운다. 이로써 5세기쯤 되면 몽골, 중국, 만주, 한반도, 일본열도에서 등장한 고대국가들의 지배층은 서구의 게르만族처럼 대체로 흉노-東胡(동호)계열의 기마민족 계열이 되는 것이다.
  
   4-5세기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일어난 격변은, 북방 大草原(대초원)을 진앙으로 한 민족이동의 대폭발에서 비롯되었다. 즉, 지금의 몽골고원과 중국 북부 지역에 살던 흉노 계열(인종적으로는 투르크-몽골족)과 퉁구스 계열(부여-고구려)의 기마민족들이 갑자기 서쪽, 남쪽,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舊(구)질서를 붕괴시키고 유럽(게르만-로마)과 중국과 한반도 및 일본에 현재의 국민국가의 母胎(모태)가 될 만한 고대국가들을 세웠던 것이다.
  
   우주를 창조한 빅뱅처럼 유라시아 대륙에 수십, 수백 개의 국가들을 창조한 이 대초원의 대폭발, 역사를 바꾼 그 힘의 원천은 유목민족들만 만들어낼 수 있는 기마군단의 기동성에 기초한 파괴력이었다.
  
   그렇다면 이 대폭발은 왜 일어났는가. 한양대 고고학과 교수 金秉模(김병모)씨는 3-4세기 몽골고원에 小氷河期(소빙하기)가 시작되어 유목민족들이 東西南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 그런 빅뱅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빙하기가 닥쳐오면 말과 양을 먹는 풀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東西南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동서양의 史書는 북방민족의 대이동 원인에 대해서 기후경제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유라시아 대륙의 문명권을 부수고 재창조한 빅뱅인 4-5세기 대초원의 대폭발은 한국인들의 역사관에도 중대한 視角(시각)을 제공한다. 우리의 고대사를 세계사적 관점, 특히 북방유목민족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해준다. 그 前後에도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뒤흔든 대사건은 거의가 북방유목민족 지역에서 始發(시현)되었다. 스키타이, 흉노, 鮮卑(선비), 유연, 羌(강), 돌궐, 거란, 금, 칭기즈칸, 淸(청)세력의 浮沈(부침)이 그것이다.
  
   특히 고대의 중앙아시아, 몽골, 중국, 한반도, 일본 역사는 같은 축에 의하여 함께 연동되어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세기 신라통일기까지 계속되는 이 고대사의 시기는 이동과 流動(유동)의 시대였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력이 필요한 여백의 공간이기도 하다. 국경과 민족의 모습이 아직 굳어지기 전의 유동하고 이동하던 이 시대의 사정을 오늘날의 국가주의, 민족주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事實(사실)과 史實(사실)의 왜곡을 가져온다.
  
   유라시아적 시각, 북방유목민족적 시각을 도입하여 유럽과 동아시아의 역사를 한 덩어리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한반도를 포함한 각자의 형편이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신라가 백제, 고구려를 흡수통합하여 건설한 최초의 민족통일국가 그 지배층과 상류층이 흉노-몽골계의 기마군단 출신이었음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이 북방기마민족의 성격이 그 뒤 한국 역사와 민족성 속에서 어떻게 변해갔으며 오늘날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한국인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장 찾기 내지 知的(지적) 탐험이 될 것이다.
[ 2014-07-27, 11:5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