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관심병사’ 출신 최근 제대병이 말하는 國軍의 현주소-제2彈 (上)
*휴대전화 반입, 일선 병사들도 부정적…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충전은? 사용 요금은 누가 내나…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울 수도.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부대를 不時(불시) 방문? 일개 선교 단체가 부대를 방문해 초코파이를 나눠줄 때도 일정과 계획, 동선이 다 짜여 있다.

李庚勳(자유기고가)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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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權(인권) 교육한다고 달라지겠습니까?>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파문이 커지자, 8월 8일 軍부대에서는 온종일 ‘인권 교육’을 했다고 합니다. 교육받은 병사들에게 느낀 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인권 교육한다고 달라지겠습니까? 달라졌다면 벌써 달라졌지. 안 달라지는 거 다 알지 않습니까?”라고 했습니다. 軍당국은 두 달에 한 번씩 인권 교육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병사들 입장에선 귀찮은 일이 하나 늘어난 것입니다.
  
   <국방인권협의회 설치>
  
   軍당국이 윤 일병 사건의 후속책으로 ‘국방인권협의회’를 설치하고, 대대급(약 400~500명) 부대에 ‘인권 교관’을 임명해 병사들에게 주기적으로 인권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軍에서 제시한 이번 대책도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대급 부대에 인권 교관을 임명한다고 말하지만, 일선 부대의 상사급 부사관을 불러 모아놓고 인권 강의 몇 시간 듣게 한 뒤 교관이라는 호칭을 붙여줄 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인권 교육도 흐지부지돼 이전과 다를 게 없을 것입니다. 저희 부대에도 인권 상담실이 있었는데, 행정반 문짝에 ‘인권상담실’이라는 푯말만 붙여 놓은 것이었습니다.
  
   軍당국이 내놓은 대안은 근본 해결책이 아닌 여론 무마용으로 보입니다. ‘가치관’이 변하고 ‘복무여건’이 향상돼야지, 위원회를 만든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인권이 제한되는 곳입니다. 앞으로 ‘인권’을 들먹이며, ‘휴대전화 사용하겠다’, ‘힘드니 훈련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국가 안보를 우선하면서 복무 여건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近代化(근대화)의 시발점이 새마을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마을 운동은 ‘가치관’의 혁명이었습니다. 勤勉(근면)·自助(자조)·協同(협동)을 바탕으로 근대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가치관이 변하지 않고서는 어느 조직이든 발전할 수 없습니다. 변죽만 두드리는 정책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軍당국은 시끄러운 사건·사고가 터지면 그럴듯한 방편을 내세웠습니다. 또 사고가 터지니 이전과 유사한 展示性(전시성)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부대를 불시 방문?>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자 軍당국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8월 초에 출범시켰습니다. 8월 12일에는 위원회가 ‘不時(불시)’에, 사건이 일어났던 28사단의 한 부대를 방문했다고 보도됐습니다. 과연 ‘불시’에 찾아갔을지 강한 의심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외부 손님의 부대 방문이 예정돼 있으면 오래 전부터 이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軍당국이 사건 수습을 위해 내세운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부대를 방문한다는데, 부대에서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이들을 맞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8사단에서는 방문 사실을 미리 알고 대대적으로 준비해 맞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원회가 아무 부대나 방문할 수 없으므로, 사단에서는 어느 부대를 방문할지를 미리 선정해 놓고, 위원들의 식사는 어떻게 하고, 動線(동선)은 어떻게 할지를 기획하고 준비합니다. 일개 선교 단체가 부대를 방문해 초코파이를 나눠줄 때도 일정과 계획, 동선이 다 짜여 있습니다.
  
   사단 인사처에는 부대 방문이나 행사 업무를 전담하는 장교가 있습니다. 이 장교가 기획한 내용에 따라, 해당 부대는 힘들게 위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집단이 방문하는데 청소 상태가 불량하고 부대원들도 아무 준비가 안 돼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외부 손님’ 대접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외부 인사의 부대 방문이 예정돼 있으면 방문 전부터 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합니다. 장병들의 기본 식사량에다가 방문자 수에 맞게 식재료를 추가 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대 장병들만 먹을 분량을 준비했는데, 말 그대로 ‘불시’에 방문했다가는 위원들이 식사를 못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부대를 방문한 혁신위 위원들의 질문에 ‘병사들이 모범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했습니다. 모범 답안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부대에 가혹행위가 실제로 없거나, 있다 해도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경우, 해당 부대의 간부가 병사들에게 無言(무언)의 입단속을 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부대에 부조리가 있더라도, 난생처음 본 위원회 사람에게 ‘말실수’했다가 배신자로 낙인 찍혀 軍생활이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생각을 한 병사들은 부조리가 있더라도 말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곳에 모인 하나하나의 병사가 서로를 감시한 셈입니다. 이 때문에 병사들은 위원들의 물음에도 ‘모범 답안’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말해도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을 병사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형식적인 면담과 병사 관리>
  
   언론은 윤 일병의 상관이 작성한, 피해자 윤 모 일병과 가해자 이 모 병장의 부대 생활 기록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이 간부는 윤 일병에 대해서는 ‘부대 생활 잘하고 있다’, 이 병장은 ‘모범병사’라고 기록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병사들의 내무 생활이 형식적으로 관찰, 기록된다는 一例(일례)입니다. 소대장 아래에는 40명 내외의 병력이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상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면담하더라도 형식적인 면담으로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부대의 경우, 관심 병사만 간부와 면담을 했고, 문제없이 생활하는 병사는 따로 면담하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의 신상은 주로 분대장(분대의 최선임 兵으로, 분대는 10명 내외의 병사로 구성)이 작성하는 ‘분대장 관찰일지’를 간부가 확인하고, 특이 사항을 기록해 관리하는 수준입니다. 일종의 상향식 보고입니다. 분대장 관찰일지 역시 형식적입니다. 분대장은 분대원들과 상담하고, 이들의 고충을 일지에 매일 기록해야 함에도 간부가 검사한다고 하면 그때야 몰아 씁니다. 관찰일지는 소대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병사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알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잘 활용되지 못합니다.
  
   분대장은 여기저기 불려다녀 귀찮은 자리입니다. 병사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대책임, 관리 소홀이라는 명목으로 징계를 당하기도 합니다. 분대장을 하면 ‘위로 휴가’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책임감이 없는데도 분대장을 하는 병사들이 있습니다.
  
   28사단 윤 일병 사건 발표 후 얼마 뒤, 28사에서 휴가 나온 병사 두 명이 동반 자살했습니다. 이들은 자살 계획을 부대 병사들에게 말했고, 분대장도 알고 있었지만, 이 내용을 소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복무 의욕 저하>
  
   명예심은 내적인 자존감과 외부에서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병사들에게 명예감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더 나아가 ‘명예’는 병사들과는 관계없는, 고위직 장교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이지만 ‘국가에 충성하고 오겠다’는 포부를 품고 입대합니다. 軍생활을 계속해 나아갈수록 입대 초기의 자존감은 사라지고 시간만 빨리 가기를 바랍니다. 軍생활을 하며 자긍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병사들은 출타(외출·외박·휴가)를 나갈 때면 간부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밖에서 사고 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민간인이) 때리면 그냥 맞아”라고 합니다. 병사들은 밖에 나가면 사고치지 않도록 조심부터 해야 하고, 때리면 그냥 맞아야 하는 정도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밖으로 나가면 병사들은 군복부터 벗고 싶어 합니다. 유니폼이 주는 소속감, 명예감을 던져버리고 일단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심리입니다. 오죽하면 간부들도 밖에선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꺼립니다.
  
   전방 지역에선 아직도 軍 장병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요금이 여전합니다. 병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PC방도, 주중엔 천 원이지만 주말에는 천오백 원입니다. 병사들이 주말이면 외출·외박을 하기 때문입니다. 병사들은 부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택시를 타야 합니다. 부대마다 요금은 다르지만, 편도로 약 만 원에서 삼만 원 정도 하는데,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내야 합니다. 공급은 한정돼 있고, 군 장병들의 수요는 꾸준하니 배짱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軍가산점제 폐지, 여성의 사회 진출 장려로 인한 逆차별의 증가, 복무 여건 향상 및 병역 혜택 不在(부재) 등도 오늘날 병사들의 내적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의무는 다했지만,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도 재임 시절 軍복무를 ‘인생 썩힌다’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우수 자원이 장교로 입대 안 해>
  
   예전에는 우수 자원이 초급 장교로 복무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병사의 복무 기간이 21개월로 단축된 뒤로는 우수한 인력이 장교로 입대하는 것보다 兵으로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학군장교(ROTC)는 28개월을 복무합니다. 대학 재학 중에는 3·4학년 방학 때마다, 하계·동계 입영 훈련을 한 달씩 받아야 합니다. 학사장교는 대학 졸업 후 약 4개월간 훈련을 받은 뒤 임관해 3년을 복무해야 합니다. 초급 장교 중 일부는 계급만 장교일 뿐, 책임감이 떨어지는 이들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카투사(KATUSA)로 우수 자원이 쏠립니다. 카투사의 장점은 미군부대에서 근무해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과 복무 환경이 쾌적하다는 점입니다. 흔히 SKY라고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 카투사의 약 20%를 이룬다고 합니다. 외국 대학 출신을 포함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카투사는 공인 영어 성적을 충족한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입대하기에, 영어도 좀 하고 運(운)도 좋아야 갈 수 있습니다. 저희 부대에도 카투사를 지원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져 입대한 병사들이 몇 있었습니다.
  
   <義警(의경)이 인기>
  
   군복무를 대체하는 의무경찰(義警) 제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戰(전)·의경 제도가 함께 운영됐는데, 전경은 폐지되고 의경만 남았습니다. 요즘은 의경이 인기입니다. 조현오 前 경찰청장이 재임 시절 전·의경들의 악·폐습을 뿌리뽑아 놓고, 복무 여건도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부조리를 저지른 이들은 강한 처벌을 받거나 전출을 갔고, 부대가 해체되기도 했습니다. 의경을 가는 이들은 조현오 前 청장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동안 돌았습니다. 높은 지원율 때문에 의경으로 입대하기 위해선 1년 가까이 입영을 기다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복무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갈등>
  
   장교를 머리, 부사관을 허리, 병사를 손·발이라고 표현합니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장교와 부사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습니다. 장교는 계급으로 앞서려 하고, 부사관은 실무로 앞서려는 것입니다.
  
   장교는 한 곳에서 1~2년 정도 근무한 뒤 전출을 가지만, 부사관은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 사단에서만 17년을 복무한 상사를 본 적 있는데,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
  
   부사관들은 종종 자녀 교육이나 가정사 때문에 인사 교류를 통해 다른 곳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급에 유리한 높은 평점을 받기 위해 후방에서 근무하다가 전방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교는 지휘관이나 참모로서 한 곳에서 1~2년가량 거쳐 가는 성격이 짙습니다. 이 때문에 부사관과 장교 사이에는 부대 운영 방향을 놓고 종종 보이지 않는 마찰이 일어납니다. 이에 대해 병사 출신 모 중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부사관들은 한 곳에 오랫동안 근무하기 때문에 주인 의식이 있지만, 장교들은 금방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에 주인의식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부사관 입장에서는 병사 관리, 부대 예산 관리 등 실무를 담당해 부대 운영에 전문적이지만 장교들은 계급만 높고 실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부 장교들도 부사관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원색적인 표현이지만, 부사관을 ‘무식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사령부의 소령급 참모와 그 부서의 부사관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참모인 모 소령이 부하인 상사에게 기분을 상하게 할 표현을 하자, 해당 부서에 있던 준위와 중사도 합세해 이 참모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저희 부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2년 정도 복무한 학사 출신 중위와 15년을 軍생활한 상사 간에 마찰이 있었습니다. 이 장교는 계급으로 밀어붙였고, 이 상사는 실무 경험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은연중에 이 상사가 중위에게 ‘내가 실무를 더 잘 안다’는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 장교는 전출을 갈 때 이 부사관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상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 상사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사령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재정 담당 부서의 한 중위가 사령부에 있는 부사관들을 심하게 下待(하대)했습니다. 軍생활을 20년 이상한 원사급 부사관에게도 자신의 계급이 더 높다는 이유로 하대했습니다. 이 부사관이 3사 출신 장교에게 이 사실을 말했습니다. 3사 출신 장교는 이 버릇없는 중위를 불러 한소리 했습니다. 부사관을 하대했던 이 중위도 부사관 출신으로, 3사를 졸업해 장교가 된 것입니다.
  
   장교와 부사관 사이에는 상호 존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 업무를 담당한 동기는 “陸本(육본)에서 장교·부사관 간에 하대하지 말고 상호 간 존칭을 사용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경험해보니, 상사는 대위에서 소령급, 원사는 소령에서 중령급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계급별 생활관>
  
   육군은 일부 부대에 ‘계급별 생활관(동기 생활관)’을 도입했습니다. 비슷한 계급끼리 내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자대 배치받았을 때, 저희 부대는 소대 단위의 ‘분대별 생활관’에서 ‘동기 생활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속한 소대는 네 개의 분대가 네 개의 생활관을 사용했습니다. 분대별 생활관은 각 분대의 분대장부터 분대의 막내 병사까지 함께 생활하는 방식입니다. 계급별 생활관은 일병은 일병끼리, 병장은 병장끼리 생활하는 제도입니다.
  
   軍생활 중 막내 생활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저도 계급이 낮을 땐 동기 생활관 덕분에 선임들의 눈치를 덜 보고 내무 생활을 했습니다. 분대별 생활관은 계급 낮은 병사들이 선임병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컸습니다.
  
   계급별 생활관은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비슷한 계급끼리 지내니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후임병들도 TV를 자유롭게 보고, 낮잠도 자유롭게 잘 수 있습니다. 계급별 생활관이라고 모두 같은 계급과 같은 호봉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무반(생활관)의 자릿수에 따라 달라져 병장과 상병이 함께하거나 상병과 일병이 같이 생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막상 병장이 되니 계급별 생활관의 단점도 보였습니다. 분대별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희 부대에서는 ‘분대 단위로 밥을 같이 먹으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일부 선임병들은 계급이 낮은 병사들에게 너무 많은 편의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도 가졌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軍생활이 차츰차츰 편해져야 하는데, 동기 생활관은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휴대전화가 무전기를 대신해>?
  
   간부는 부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 간부는 군인 전용 휴대전화에 가입합니다. 이를 줄여서 ‘군폰’이라고 부릅니다. 군폰의 특징은 전화번호가 010-508X-XXX의 형식으로 돼 있다는 점입니다. 군부대의 전화는 민간 전화망과 분리돼 군부대끼리만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군폰은 군부대 전화와 민간 전화 모두 통화 가능합니다. 예전에 꽃뱀이 군 간부를 상대로 사기를 쳤을 때도 간부들의 휴대전화번호 특징을 파악해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군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휴대전화가 무전기를 대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외부에 있는 간부와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휴대전화의 성능이 월등해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盜監聽(도·감청)과 위치 노출 등 보안에는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훈련할 때도 간부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훈련 내용을 주고받았습니다. 천안함 爆沈(폭침) 때도,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軍생활 중 무전기를 세 번 써봤습니다. 한 번은 꽃에 물 주러 갈 때, 또 한 번은 청소하러 갈 때, 마지막으로 군단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훈련 때뿐이었습니다.
  
   <휴대전화 반입, 일선 병사들도 부정적>
  
   윤 일병 사건 이후, 국회에서 野黨(야당) 의원이 육군 총장을 앞에 앉히고,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라"고 말했습니다. 非현실적인 주장입니다. 부대에는 공중전화 시설이 갖춰져 있어 휴대전화가 굳이 필요 없습니다. 단순히 ‘집에 전화할 목적’이라면 부대에 있는 공중전화로 충분합니다. 컴퓨터 사용도, ‘사이버지식정보방’이라는 일종의 부대 내 PC방을 이용하면 됩니다.
  
   복무 중인 여러 병사에게 “휴대전화 반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그들은 “말도 안 된다”면서 “휴대전화 때문에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고, 휴대전화 충전은 어떻게 할 것이며, 사용 요금은 누가 낼 것이냐”면서 하나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휴대전화를 반입해 부모님에게 전화만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누군가는 게임도 하고,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같은 메신저도 할 것입니다. 훈련하는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각종 軍紀(군기) 문란, 보안 위반 사례가 발생할 것입니다. 경계 근무에 들어가서도 사수(선임병)는 게임을 하고 부사수(후임병)만 경계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일부 간부들은 근무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메신저를 합니다. 미군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과 한국군 병사가 사용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가려야 합니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울 수 있습니다.
  
   간부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중전화가 고장이 났는지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간부가 해당 업체에 고장 신고를 하면 금방 고치러 옵니다. 전화 시설이 열악하다면 추가 설치를 하고, 간부가 관심을 가지면 됩니다.
  
   <일부 병사들은 軍章店(군장점)에 휴대전화 맡겨>
  
   지휘관의 허가를 받은 병사만 부대에서 휴대전화를 소지·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의 선후임 중, 지휘부(장성급, 대령급) 운전병들만 신속한 연락을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했습니다. 대다수의 병사는 부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기에, 일시 정시한 상태로 집에다 보관합니다. 일부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부대 인근까지 갖고 온 뒤, 복귀할 때쯤 근처 軍章店(군장점), 일명 ‘용사의 집’에 맡깁니다. 저도 이곳에 맡겼습니다.
  
   출타할 때면 용사의 집에 맡겼던, 일시 정지 상태인 휴대전화를 찾아 통신사에 전화해 이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사용하고, 부대로 돌아갈 때 일시 정지를 시킨 뒤 군장점에 다시 맡기는 식입니다. 보관료를 받는 군장점도 있고, 무료로 맡아주는 곳도 있습니다. 무료로 맡아주는 곳은 분실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단에서는 병사들이 군장점에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고, 군장점의 휴대전화 보관 시설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 규모가 매우 커 다들 놀랐습니다. 사단에서는 군장점에 휴대전화를 맡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병사들은 계속해서 군장점에 맡기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공중전화가 주변에 많지 않아, 휴대전화가 있으면 외출·외박을 할 때 유용합니다. 휴가를 나갈 때도 휴대전화를 든 상태로 집에 가면, 가는 동안의 무료함도 달래고 왠지 휴가도 빨리 맞는 느낌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어차피 집에 와서 휴대폰을 쓸 건데 뭐하러 갖고 가냐”고 말했지만, 병사들은 ‘해방감’을 조금이라도 빨리 맞고 싶은 마음입니다. 요즘엔 스마트폰이 전화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기능도 있어 필수품이 돼버렸습니다. (계속)
  
  
  李庚勳(이경훈)
  19500625k@gmail.com
  
  
  
  …
  
  
[ 2014-08-19, 16: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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