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 써준 '종이마패'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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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12월 포항종합제철 공사현장에서 朴泰俊 사장은 황량한 모래벌판에 사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외쳤다.
  '우리 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입니다.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해야 합니다. 실패란 있을 수 없습니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죽어야 합니다. 기필코 제철소를 성공시켜 나라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합시다'
  (이대환 지음, 현암사 발간 '박태준'에서 인용)
  朴泰俊 사장은 포철을 지을 때부터 정치적 압력이나 관료적 행정처리, 그리고 인사청탁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우선 일본에서 설비를 구매할 때 포철이 공급업자의 선정 주체가 되지 못하고 정부기관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을 시정해야겠다고 별렀다. 문제는 朴대통령에게 直訴(직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일이었다.
  1970년2월3일 대통령이 포철의 공사진척 상황을 보고받고 싶어한다고 비서실에서 朴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위에 인용한 책에 따르면 朴사장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브리핑을 하려고 하니 대통령은 배석 비서관들에게 나가 있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윽고 朴대통령이 말했다.
  '완벽주의자인 임자가 알아서 잘하고 있을텐데, 보고는 무슨 보고. 그래 일은 순조롭게 되어가나?'
  '구매절차에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건가'
  朴대통령은 설비구매 과정에서 포철이 당면한 어려움과 시정건의를 朴사장으로부터 다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금 건의한 내용을 여기에 간략히 적어봐'
  朴사장이 메모지에 쓴 것을 읽어본 朴대통령은 메모지의 상단 좌측 모서리에 친필서명을 한 뒤 도로 내밀었다.
  '내 생각에 임자에게는 이게 필요할 것 같아.어려울 때마다 나를 만나러 오기 거북할 것 같아서 아예 서명해주는 거야. 고생이 많을 텐데 소신대로 밀고나가게'
  포철 역사에서 '종이마패'로 불리는 이 메모지를 朴사장은 한번도 써먹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등뒤에 있다는 확신이 朴사장으로 하여금 포철을 정치와 행정의 견제나 간여로부터 지켜갈 수 있게 했을 것이다. 金正濂 비서실장에 따르면 朴대통령은 공기업 사장중 朴泰俊 사장만 청와대에서 獨對했다고 한다.
[ 2005-03-27, 17: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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