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일이 한국에 미친 영향2/7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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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역사를 뒤바꾼 신라와 당의 8년 전쟁]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같은 일을 도모하더라도 일을 성취하고 나면,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편끼리 다시 다투게 된다. 나·당 연합에 의한 삼국 통일도 그러했다. 동상이몽은 백제와의 전투 중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황산벌 전투에서 10년 감수한 신라군을 책망하며, 해외 여행하는 기분으로 들떠서 왁자지껄하는 당군(唐軍)의 대장 소정방이 약속 날짜에 하루 늦었다는 핑계로 군령을 엄히 세운다며, 신라의 독군(督軍) 김문영을 베려고 하자, 김유신 장군이 분연히 일어나 그 자리서 칼을 뽑아 소정방을 가리키며 백제를 치기 전에 먼저 당과 결전하자고 했다. 그의 머리카락이 獅子의 갈기처럼 하늘로 뻗쳤다. (必先與唐軍決戰 然後破百濟 ... 怒髮如植 其腰間寶劍若出  --삼국사기) 간담이 서늘해진 소정방이 즉시 꼬리를 내렸다.
  
  668년 평양성을 함락시킨 후에 나·당은 정식으로 맞붙었다. 이젠 신라도 왕년의 신라가 아니었다. 남의 첩살이나 할 정도로 한심한 나라가 아니었다. 신라는 어제의 원수 고구려와 백제 유민의 도움을 받아 8년에 걸쳐서 대당 전쟁을 벌였다. 기어코 그들을 피로써 몰아냈다. 이로써 동아시아에는 각기 안정된 네 나라가 들어서게 되었다. 당, 신라, 발해, 일본.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당과 개한테 쫓기는 척 지붕 위로 날아오른 신라가 군대의 힘으로는 서로를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게 되자, 대등한 입장에서 평화적인 외교 관계를 맺게 되었고, 그 완충 지대인 만주에 발해가 들어섰다. 또한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구려의 반(半) 식민지였던 왜도 국력을 총동원하여 백제 부흥을 위해 백강 전투에 나섰지만, 나·당 연합군에 대패한 후 그를 계기로 하여 삼국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본이란 독립 왕국을 세우게 되었다.
  
  400년만에 등장한 중원의 막강한 통일 왕조가 거대한 지진을 일으키자, 그 여진이 곧바로 삼국에 미치게 되었고, 이 대륙의 지진에 현명하게 대처한 신라가 두 왕조를 멸망시키고 기나긴 '전국시대'를 마감했다. 이어 새로운 강자로 들어선 통일신라와 동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던 당이 용호상박하다가 결국 무승부를 기록하는 사이, 그 힘의 공백을 틈타 만주에 발해가 들어섰다. 대륙의 지진은 만주와 반도를 거쳐 바다를 건너가서 열도도 뒤흔들었다. 마침내 지진의 폐허를 딛고 왜가 일어서서 정식으로 일본이란 나라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삼국통일과 김유신]
  
  암울한 일제시대에 조선인에게 희망을 일깨우고 기개를 드높이기 위해, 왜놈들에게 멀리서 돌팔매질이라도 한 번 하기는커녕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왜놈 순사에게 귀싸대기도 한 번 올려붙이지 못하고 왜놈들이 드문드문한 대륙을 떠돌며 붓으로만 큰소리치다가 결국 영양실조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단재 신채호가, 신라의 삼국통일로 인해 만주를 잃어버렸다고 극력 주장하고 안타까워하고 김유신을 기회주의적이고 사대주의적인 간신이라고 질타한 이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나 없이 특히 배운 사람일수록 신라의 삼국통일을 불완전한 통일이라고 빈정대고 김유신을 외세를 빌어 동족을 멸하고 만주를 뒷거래한 사대주의자요 졸장부요 간신배라고 욕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단재의 다른 주장들은 대체로 훌륭하다.)
  
  그렇게 하면 대단한 지식인이 되고 피끓는 애국자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었다. 그 영향은 초등학생까지도 미쳐서 선생님이 교과서에는 안 나오지만, 이런 '더 크고 더 올바른 역사'를 알려 주며 비분강개하면, 너도나도 삼국통일을 우습게 여기고 김유신을 이완용이라도 되는 듯이 마구잡이로 욕한다. 그러면 참 '싹수 파랗다'고 다들 칭찬하고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 대왕의 기개가 보인다고 어른들은 여간 흐뭇해 한다.
  
  웃겨도 보통 웃기는 일이 아니다. 희대의 코미디를 전혀 코미디인 줄 모르고 진지하기 짝이 없게 이를 사실과 진리로 확신하고 윽박지르며 남에게 가르치려고 드는 순진무구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안타깝다. 측은하다. 이게 바로 '이불 속에서 활개치기'이다. 소설 삼국지 읽고 전략전술에 스스로 도가 트인 만년 낙방 서생이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가 부지깽이 하나 들고 동네의 코흘리개들을 모아놓고 전쟁 놀이하는 격이다.
  
  또한 이것은 전형적인 '못난 자의 조상 탓하기'다. 스스로는 손 하나 까딱 않고 오로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답을 파먹고 사려는 자가, 누구처럼 만 석의 전답을 물려주지 않고 겨우 천 석의 전답만 물려주었다고 밤낮 조상을 원망하고 부모에게 투덜거리는 식이다. 단 한 석의 전답도 스스로 노력해서 보탤 생각은 않고 한 석의 전답도 없는 자들이 수두룩한데(신라와 동시대에 통일은커녕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인종이 부지기수였다), 그 천 석의 전답도 적다고 밤낮 투덜거리며 술과 도박과 계집질로 재산을 탕진하는 자나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일제가 소련군에게 쫓겨가면서 그 당시로서는 선진국 수준의 공장과 발전소를 고스란히 물려주어서,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최신식 공업 시설을 공짜로 얻었지만, 그걸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하고 마침내 전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농업 국가로 전락했다. 그런 주제에 북한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거국적으로 얼마나 욕하는지 모른다. 스스로는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하면서, 희한하게도 백두산도 중국에 반이나 뚝 떼어 주고 간도 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못한다.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다.)
  
  [만주 되찾기는 신라가 아닌 고려와 조선과 대한민국의 몫]
  
  잠시 갈라진 나라를 재통일한 왕건은 고구려를 되찾는다고 국호도 고려라 이름짓고 후손들이 만주를 되찾길 간절히 원했다. 왜 아무도 왕건과 그 후손들이 만주를 되찾지 못했다고 탓하지 않는가? 신라는 할 만큼 했다. 만주를 찾는 것은 그 다음 왕조인 고려와 조선이 할 일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일이다. 신라는 만주에 금방 발해가 들어섬으로써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수백 년 거듭된 전쟁으로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이 때 통일신라가 발해와 전쟁을 벌였다면, 보나마나 나라가 망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당과 일본이 재빨리 만주와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이다.
  
  신라같이 작은 나라가 그토록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고도 또다시 마지막 힘을 다하여 유일 초강대국 당과 8년에 걸친 긴 전쟁 끝에 그들을 완전히 몰아낸 다음, 신라 안이든 옛 백제나 고구려 땅이든 내란을 겪지 않고 세 배 이상 넓어진 국토에서 역시 세 배 가량 늘어난 인구를 다스리면서 평화롭게 산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오늘날이나 옛날이나 전쟁을 오래 하고 나면, 모든 게 파괴된다. 모든 사람이 가난해지고 모든 사람이 사나워진다. 말이 그렇지 승리한 나라도 전쟁복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수성(守城)이 공성(攻城)보다 어렵다.
  
  500년의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한 진(秦)과 400년의 내전을 종식시킨 수(隋)가 겨우 한 세대만에 나라 자체가 망하고 각각 그 뒤를 이어 한(漢)과 당(唐)이 들어선 것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수성이 어렵다. 한과 당, 송, 원, 명, 청도 천하를 통일했다고 해서 바로 평화를 구가한 게 아니다. 고려와 조선도 마찬가지이다. 곧바로 치열한 권력 투쟁에 들어갔다.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을 통해서 긴 평화 시대의 초석을 놓을 유능한 사람이 권력을 잡음으로써 비로소 그 나라는 수백 년 이어간다. 만약 이렇게 하지 못하면 진이나 수처럼 금방 망한다. 아니면 문약한 송이나 그 송을 쏙 빼 닮은 중기 이후의 조선처럼 이민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 또 당하다가, 결국 너무도 허망하게 망해서 오랑캐의 더러운 발을 씻어 준다.
   --계속--
  
[ 2005-03-30, 07:4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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