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손따라두면 무조건 진다!

1010zero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바둑에 여러가지 격언과 속언이 있다. 몇가지만 살펴보자.
  
  '先作五十家者必敗(먼저 오십집을 지은 자는 반드시 패한다)'
  
  사실 바둑에서 상대의 대마를 잡거나 혹은 유리한 포석에 의해 먼저 50집을 확보한다는 것은 실로 승리를 위한 단단한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실제 바둑을 아는 사람이라면 비록 하급자라 할지라도 이 50집이 얼마나 위력적인 집임을 잘 알고 있을터. 그런데 어째서 반드시 진다고 했을까?
  
  그 까닭은 별 고생없이 너무 일찍 큰집을 마련하면 포만감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방심을 하게되고, 결국 50집을 먼저 내줘 어떡하든 판세를 뒤집으려는 상대의 집요한 공격에도 이미 확보한 大家에 안주하여 조금씩 물러서다 종국에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이회창이 대세론에 안주하다 끝내 노무현에게 패한 2002 대선이 바로 이런 예에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노무현이 이회창을 누르고 대선을 승리로 마감할 것이라고 예상한 일반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때의 이회창은 이미 50집이 아니라 거의 100여집에 육박하는 엄청난 집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에 저질 협잡꾼 김대업까지 동원해 각종 꼼수로 이회창의 집을 한집 한집 파먹으며 결국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회창이 계가가 끝난 후에도 자신이 패배한 사실을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망연자실해 하였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이회창은 너무 일찍 큰집을 확보한 탓에 상대를 만만하게 본데다 복덕방 바둑처럼 갖가지 꼼수를 사용해 요소요소 집요하게 찔러대며 물고늘어지는 상대의 무리수를 철처히 응징치 못하고 낙관만 하다 그 많던 집 야금야금 다 까먹고 종국에는 길거리에 나앉은 처량한 거지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말마따나 이긴자가 강자이지,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케 한 결과였다.
  
  '我生然後殺他(내가 먼저 산 다음에 남을 죽인다)'
  
  바둑에서 돌이 사는 데는 반드시 두집이 필요하다. 흔히 대마불사라 하여 대마는 잘 죽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잘 죽기 어렵다는 것이지, 대마라고 해서 두집을 안내고도 사는 법은 없다. 어디 바뚝 뿐이겠는가? 힘이 제아무리 센 역발산 항우장사라도 내몸이 먼저 죽고 상대를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죽은 제갈량도 사마중달을 쫓기는 했지만 끝내 죽이지는 못했다.
  
  정수로 수도이전이 뜻대로 되지 않자 노무현열우당이 수도분할이라는 기묘한 꼼수로 '죽을래, 아니면 타협할래?'라며 한나라당을 윽박지르자 상대방의 중앙 석권을 우려한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상대의 중앙집을 삭감하기 위해 타협이란 미명으로 야합하듯 목숨을 구걸했다. 일단 돌도 살리면서 중앙집을 마련할 근거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어찌됐든 내 돌이 살고봐야 그 다음 상대를 죽이든 살리든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追而着手必敗(상대 손따라 두면 진다)'
  
  하지만,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상대의 수도분할이란 수에 충청권에 두집내고 살고자하는 수가 오로지 그 수 뿐인지 또다른 수가 있는지는 수읽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볼때는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중앙집을 때이르게 의식하지 않았나 한다. 어차피 중앙은 집이 잘 안되는 곳이고 설령 집이 된다고 해도 많은 돌이 투입되기 때문에 돌의 효용성으로 볼때 그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곳이다.
  
  따라서 상대가 이미 철옹성보다 더 단단한 좌하귀(전라도) 집을 확보한 상태에서 불계승을 노리고 둔 중앙에 집짓기 위한 수도분할이란 무모한 강수에 한나라당은 짐짓 손을 뺐어야 했다. '들여다 보는데 안이어주는 바보 없다'고는 하지만 이는 결코 상대의 주문대로 고분고분 이어줄 자리가 아니었다.
  
  상대는 이미 중앙에 집을 확보키 위해 많은 돌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중앙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돌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 두면 둘수록 자충수가 되는 문어 제다리 뜯어먹는 수에 다름 아닌데다 중앙을 지키는데 급급하여 상대적으로 귀와 변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굳이 한나라당이 열우당 수에 일일히 손따라 둘 하등의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은 선수(先手)를 잡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선수를 잡기가 어렵다면 훗날 집으로 화할 수 있는 두터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중반 이후를 생각하여 다소 손이 느리더라도 두텁게 귀와 변을 지키며 계가로 가야 했다. 이럼에도 수도분할법도 그렇고 북핵해법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노무현열우당이 놓는 수를 허겁지겁 손따라두고 있으니 참으로 이해난득(理解難得)이다.
  
  일부 친박 지지자들 가운데는 지금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수도권과 충청을 포함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아전인수적 낙관론을 펴고 있는데 글쎄... 과연 그런지 어쩐지는 두고보면 알일이지만 이미 중반을 넘은 현 시점에서의 이런 견강부회나 다름없는 낙관론이 경우야 다르지만 이회창처럼 '先作五十家者必敗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과연 알고나 그러는지 모르겠다.
  
  몇집 생기는 맛에 취해 상대 손따라 두기에 급급한 박근혜의 한나라당을 질책해야 될 때가 지금이라 생각지 않는가!
  
  ´박근혜 만사 OK´론자들이여 벌써부터 희희낙낙하고 있는가!
  
   * 이 글은 프리존(www.freezone2005.com)에서 전재한 것이다.
  
[ 2005-03-31, 14: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