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Erie)에서 레이첼 가족과 再會하다!
[연재2/조인정의 유학 스토리]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와 레이첼 가족은, 트리 제작부터 쿠키 아트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曺認桯(조인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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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가족과의 반 년 만의 행복한 再會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 Lines)의 허브 공항이자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시카고 오헤어 공항’!. 이곳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나를 두렵게 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은 신원 확인과 보안검색이 무척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세관을 통과할 때는 공항 직원들이 승객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만큼 불친절하다. 공항 직원의 명령조에 줄을 서는 몇몇 승객들의 얼굴에는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다.

액체류를 소지하고 있다면 당장 꺼내라느니, 여권은 이번 검사에서는 필요하지 않으니 가방에 당장 넣으라느니 등 목청을 높이는 공항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겁에 질렸다. 그들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승객들의 모습은 마치 ‘나치 독일에 의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태인들의 모습’ 같았다.
 
나 역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겨우 참아내고 稅關(세관) 심사를 통과했다. 몸 수색을 할 때의 긴장은 극에 달해 혹시 나를 붙잡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간신히 고비를 넘긴 나는 완전 녹초가 됐다.

시카고 공항에서 모든 세관 검사를 통과했을 시각은 아침 10시경이었다. 하지만 역시 또 다른 머리 아픈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뷰크 공항에서 내게 지급한 티켓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완전히 확정된 저녁 4시45분行(행) 티켓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탑승대기권(standby seat)으로 받은 저녁 1시25분행 티켓이었다. 탑승대기권은 말 그대로, 비행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모든 승객들이 탑승할 경우, 빈 좌석이 생길 시 탑승대기권을 소지한 승객에게 탑승의 기회가 주어지는 항공권이다.

내 경우, 만일 탑승대기권으로 1시25분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면 4시45분까지 지루하게 공항에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天運(천운)으로 1시25분 비행기에 딱 하나 남는 자리가 생겨 맨 뒷좌석에 오를 수 있었다.

한 시간쯤 후 마침내 뉴욕 버팔로 공항에 도착했다. 나를 데리러 온 레이첼과 그녀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머시허스트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반 년이 지난 후 다시 얼굴을 보게 된 레이첼과 나는 서로의 이름을 반갑게 부르며 기쁨의 再會(재회)를 했다. 레이첼의 엄마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레이첼 가족을 잘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두 사람의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아침 일찍 더뷰크 공항에서부터 버팔로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유일하게 먹었던 음식은, 크림치즈 베이글 하나와 커피 한 잔뿐이었다. 밖은 이미 어두움이 온 세상을 뒤덮고 하늘에는 눈이 아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공항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레스토랑 하나를 선택해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수많은 레스토랑이 네온사인을 밝히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지만 나와 레이첼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올리브 가든(Olive Garden)’이 보이자 환호했다. 이 레스토랑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다. 반 년 전 머시허스트고등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레이첼 가족과 함께 찾은 곳이 바로 이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이다. 더없이 기뻤던 그 날을 回想(회상)하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고 대만족이었다. 샐러드와 빵, 크림 스파게티, 스테이크, 그리고 라자냐는 부드럽게 녹았다.


特命! 크랜베리와 팝콘으로 크리스마스 장식 만들기

12월22일 일요일, 기대와 설레임을 가득 안고 레이첼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겨울방학 첫 날이 시작되었다. 나와 레이첼은 그녀의 엄마로부터 중대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바로 ‘크랜베리와 팝콘을 이용한 크리스마스 장식 만들기’.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을 사는 게 보편적이나, 오래 전 미국에서는 그런 것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 또한 장신구에 돈을 들일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는 것.

과거의 미국인들은 그들 手中(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최대한의 자원을 이용, 크리스마스 장신구들을 만들었는데, 이때 그들이 사용했던 것이 바로 ‘크렌베리’와 ‘팝콘’이었다. 크렌베리와 팝콘을 실에 하나하나 연결해 끼운 장식을 크리스마스 트리에 꾸미는 것은 유행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집 안에 뿐 아니라 밖에도 걸어두면서 팝콘과 크렌베리를 새들의 먹이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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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베리와 팝콘으로 크리스마스 장신구 만들기.



먼저 나와 레이첼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몇 번 두를 수 있을 정도의 길이로 실을 잘랐다. 그리고 바늘을 이용해 구슬을 꿰는 식으로 크랜베리와 팝콘을 하나하나씩 꿰어 연결했다. 사실 직접 만들면서도 화려하거나 반짝이지도 않는 이 장신구가 과연 예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크랜베리 세 개와 팝콘 한 개를 번갈아 끼우며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몇 시간 후 다섯 개나 되는 크랜베리 & 팝콘 크리스마스 장식을 완성했고, 조심스럽게 우리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작품을 크리스마스 트리에 두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가지각색의 다양한 장식들을 거는 순서도 잊지 않았다. 레이첼 가족의 크리스마스 장식 하나하나는 그들의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기념일이 담겨있다. 크리스마스 장식 대부분에는 연도가 적혀져 있어서 가정의 긴 역사를 보는 것 같았다. 장신구를 트리에 하나씩 걸 때마다 레이첼 가족은 장식과 관련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다.

두 시간 남짓 걸려 우리는 모든 장신구들을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었다.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 우리가 노력하여 장식한 그 트리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일단 ‘완성했다’는 성취감에 뿌듯했지만, 그보다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명을 받았다. 우리는 비싼 돈을 들여 화려하고 멋스런 장신구를 구입하지 않았음에도 그 트리는 오히려 우리에게 소박하고 수수한 멋으로 더 큰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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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elf)모자를 쓰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는 나와 레이첼.



라디오에서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배경으로, 미국의 오래된 관습과 빛 바랜 기억들 그리고 시간의 장신구들로 잔뜩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레이첼 가족의 즐거운 대화와 웃음소리로 더 밝게 빛을 냈다. 가슴 속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이 트리는 거실 한 켠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흩뿌렸다.


레이첼 가족의 소울 푸드
 
내게 주어진 두 번째 임무는 ‘스웨덴 소시지 코브(Korv) 만들기’였다. 스웨덴 血肉(혈육)인 레이첼 親家(친가)의 전통에 따라 레이첼의 아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언제나 스웨덴 소시지를 만들었다.

소시지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 식탁의 메인 메뉴였을 뿐 아니라, 일가친지들에게 나누어주는 정성이 담긴 선물이기도 했다. 나와 레이첼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레이첼의 아빠를 도와 소시지 만들었다. 올해는 레이첼의 아빠가 제대로 된 소시지 기계를 구입하셨기에 훨씬 더 전문적인 모양새를 갖춘 소시지를, 훨씬 더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역할 분담은 작년과 동일했다. 아무래도 예전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레이첼 아빠가 손으로 돼지창자를 벌리고 있으면 레이첼은, 기계 옆면에 달린 크랭크를 돌려 기계 안에 넣어둔 고기를 돼지창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소시지가 적당한 길이가 되었을 때 준비하고 있던 끈으로 창자를 단단히 동여매었다. 이쯤되면 우리의 이름을 내걸은 소시지가게를 하나 차려도 될 거라는 우스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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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스웨덴 소시지 '코브'를 만들다!

쿠키 아트(cookie art)!
 
나의 세 번째 임무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내가 가장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쿠키 장식’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나와 레이첼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그렇듯, 레이첼 가족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프로스팅(frosting: 버터나 쇼트닝이 들어가 촉촉하며 부드러운 크림 같은 맛을 내는 것)을 이용, 쿠키를 장식했는데 쿠키장식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다는 ‘얼마나 맛있는가?’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훨씬 중요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와 레이첼은 웬만한 화가들이 울고 갈 만큼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그림을 이쑤시개를 붓으로, 프로스팅을 물감으로 하여 쿠키 위에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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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을 기울여 만든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쿠키들


발전된 기술로 훌륭한 걸작을 그려내는 화가들처럼, 우리는 작년보다 더 여러 색으로 쿠키를 장식하는 데 열을 올렸다. 장식하는 내내 나와 레이첼은 서로 말도 하지 않았고 완전히 몰두했다. 레이첼의 쿠키에는 목도리를 두른 귀여운 눈사람이 태어났고, 나의 쿠키에는 흰 눈이 쌓여 소복해진 거리에 서 있는 집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제작되었다. 레이첼 부모님이 우리의 쿠키 데코레이션을 보자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계속이고 눌러댔다. 그들을 보며 모든 피로와 노고가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 레이첼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어느덧 크리스마스 이브(eve) 아침이 밝았다. 이브가 되면 레이첼 가족은 항상 친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이 있는 뉴욕에 갔고, 그 곳에서 가족들은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올해에도 레이첼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향했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집을 찾은 대학생 레이첼의 언니 미셸(Michelle Hendrickson)과 오빠 브라이언(Brian Hendrickson)도 합류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니 뉴욕 제임스타운(Jamestown)에 도착했다.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있는 어느 마을로 들어서니 레이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집이 있었다. 레이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항상 그렇듯이 나를 기분 좋은 미소와 포옹으로 반겨주셨다.

저녁 메뉴는 우리가 만든 스웨덴 소시지 코브를 제외하고는 여느 미국인들의 크리스마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과 같았다. 레이첼의 할머니는 정성을 들여 손수 햄과 매쉬드 포테이토(mashed potato: 으깬 감자 요리), 그래이비(gravy: 육즙에 밀가루 등을 첨가해 만든 소스), 옥수수, 그린빈(green bean: 삶은 초록 강낭콩), 구운 빵, 푸딩, 크랜베리를 준비하셨고, 여기에 마지막으로 우리가 전날 만든 스웨덴 소시지 코브가 추가되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잔뜩 차려졌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가 오고갔다. 가족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 먹는 맛있는 저녁식사, 즐거운 대화가 있기에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저녁식사 후, 우리는 서로가 준비한 선물을 주고 받았다.레이첼의 아빠는 매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선물을 개봉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했다고 한다.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기억하려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의 가족모임에서 빠져서는 안 될 또 하나는 ‘카드게임’이다. ‘미국의 프로야구팀 중 하나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창단된 연도가 무엇이냐?’,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의 총 상영 시간이 어떻게 되는가?’ 등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듣고 가장 가까운 정답을 내는 사람이 이기는 퀴즈 형식의 게임이었다.

미국에 대한 기본 상식을 제일 모르는 내가 제시했던 황당무계한 답들이 실제로 정답에 가장 가까워 이날의 우승자로 내가 선정되었다. 정답을 향한 추측을 하고, 어이없는 답을 내면서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이미 시계는 저녁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 문 앞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을 건넬 때 그분들은 내게 ‘한국으로 조심해서 돌아가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생각나 꼬옥 안아드리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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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에 맛볼 수 있는 리본사탕.
[ 2015-04-06, 10: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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