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선물해준 곰인형의 비밀
[연재4/조인정의 유학 스토리] 곰인형 ‘조성규’가 탄생한 배경

曺認桯(조인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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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F: Best Friends Forever

메리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 뒤 아침이 왔다. 메기의 부모님과 아쉬운 이별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작년과는 달리 비교적 기분 좋은 이별을 했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메기의 부모님과는 헤어졌지만 나와 메기에겐 또 다른 일정이 남아 있었다. 지난 2년간 머시허스트 고등학교에서 진심으로 울고, 웃고, 고민하며 서로의 푸른 꿈과 미래를 지지해준 친구인 브래난, 메디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고교 재학 중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었다.

반 년 만의 再會(재회)는 브래난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일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브래난은 우리 모두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치즈파티를 열기로 했다. 메기와 함께 브래난의 집 앞에 다다랐다. 우리가 오기를 창문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메디와 브래난은 우리가 탄 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황급히 대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 기쁨의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포옹했다.

지난 몇 달간 편지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브래난의 엄마는 우리의 오랜만의 재회를 위해 체다치즈, 브리치즈 등 갖가지 종류의 치즈를 준비해 주셨고, 치즈와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사과와 바게트도 주셨다. 바게트 한 조각에 슬라이스로 썬 사과를 하나 얹고,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치즈를 하나 올려 먹으니 기가 막혔다.

맛있는 음식을 다 먹고 메기와 메디는 나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다며 잠시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눈 앞에는 밝은 초록색 포장지에 포장된 커다란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으니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가슴이 두근거렸다.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었다. 상자엔 복슬복슬한 갈색 털에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가진 곰인형이 들어있었다.


친구들의 사랑으로 태어난 나의 곰인형 남자친구

이 곰인형의 이름은 메기가 직접 지었다고 했다. 내 姓(성)인 ‘조’와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인 인피니트의 리더 ‘성규’를 따 ‘조성규’가 그 곰인형의 이름이었다. 메기의 귀여운 발상에 웃음이 나면서 또 너무 고마웠다. 곰인형에 담긴 그들의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기와 메디는, 몇 달 만에 만나는 나를 위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까  며칠 간 고민했다고 한다. 메기가 아이디어를 하나 제공했는데, 나와 메기가 좋아하는 한국 남자 아이돌 모습의 인형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둘은 백화점에 있는 ‘빌드 어 베어 워크숍(Build-A-Bear Workshop)’에 갔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한국 아이돌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한 곰인형을 골랐다고 한다. 곰인형 안에 사랑을 담은 조그만 하트모양의 심장까지 넣었다고 했다(원래는 심장 한 개를 넣는 것이 보통이나 메기와 메디는 내 인형에 각자 심장을 한 개씩 넣었기에 내 인형은 두 개의 심장을 갖고 있다).

이후 곰인형을 샤워 시키고, 빗질도 해줬다고 한다. 의상도 남자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입는 것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멋진 옷도 골랐다고 한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곰인형의 한쪽 손을 누르면 익숙한 노래 한 소절이 흘러나왔다. 메기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남자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의 곡 ‘Mr. Simple’의 한 소절이었다. 나는 그들로부터 곰인형의 출생증명서까지 받았는데, 곰인형의 보호자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선물 받은 인형은 단순한 곰인형이 아닌, 나를 향한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의 결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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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곰인형을 들고 찍은 사진. (좌측이 메기, 상단이 브래난, 우측이 메디)



우리들의 발자취, 추억이 있는 그 곳으로

그날 저녁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던 메기와는 작별을 해야만 했다. 나와 친구들의 행복한 순간을 질투라도 하는 걸까? 시간은 무심하기 이를 데 없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몇 달 전, 한국으로의 귀국 며칠 전 메기와 눈물 흘리며 가슴 아픈 이별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항상 웃는 얼굴로 내가 버티기 힘든 괴로운 순간순간마다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生氣(생기)를 불어넣어 주던 고마운 친구가 메기였다.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와 메기, 메디와 브래난은 서로 포옹을 하며 ‘우리의 우정이 영원하도록 꾸준히 연락하고 곧 다시 만나자’라는 약속을 했다. 정말 그랬다. 지난 날 서로 다른 인생의 꿈을 생각하며 초조해 하고 불안했지만, 서로에게 의지하고 진심으로 고민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그들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웠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東아시아 언어학을 전공하는 메기에게 “꼭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와줘”라는 말을 했다.

메기와 헤어지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옆에는 메디와 브래난이 있어 기운을 차리기로 했다. 우리는 오늘 남은 하루를 최고로 신나고 재미있게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창 밖으로는 잎사귀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가지들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조금 무리일 듯 싶어  ‘백화점’으로 향했다. 사실 백화점에서 우리가 한 거라고는 가볍게 걸으며 끊임없이 나눈 수다가 다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 내게는 큰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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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메디와 나.



영원한 우정을 기억하며!

우리는 멘치스(Menchie’s)란 곳에서 프로즌 요구르트(frozen yogurt: 얼린 요구르트)를 먹고, 프레스카일(Presque Isle State Park)로 이동했다. 너무 오랜 기간 함께 붙어 다녀서일까? 다음 목적지를 결정할 때 우리 셋 다 입을 모아 프레스카일을 말했다.

프레스카일은 우리들의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프레스카일로 가는 길은 서울의 북악 스카이웨이처럼 꼬불꼬불했다. 몇 달 전 여름만 하더라도 푸른 綠陰(녹음)이 끝없이 펼쳐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겨울 해는 어찌나 짧던지, 고작 저녁 6~7시 밖에 안됐는데 이미 온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캄캄한 어둠에 앙상한 나무들의 모습까지 더해져 마치 악마의 손길이 우리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유혹하는 것 같았다. 메디가 차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조심스럽게 운전했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그곳에서 정확한 길을 찾아내리란 쉽지 않았다.

누군가 한 번도 지나친 적이 없는 눈이 쌓인 나지막한 언덕을 지나니 드넓은 모래사장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내 기억 속 그곳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곳을 찾은 날에는 황홀함이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붉은빛 석양이 에리(Erie)호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검정색 크레파스로 온 세상을 하나도 남김없이 칠해버린 것 같았다. 검은 하늘아래 펼쳐진 드넓은 검은 모래사장 그리고 이를 삼킬 듯 철썩이는 검은 에리호의 풍경에 공포감을 느껴졌다.

우리는 모래사장을 걷기로 했다. 난 찬 바람에 몸 또한 으슬으슬 떨려서 견디기가 힘들었지만, 친구들이 옆에 있어 마음은 따스했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 젊은 날의 모습을 마음 속 앨범에 담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까만 하늘에 흩뿌려져 밝은 빛을 내는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던 중 내가 장난으로 ‘어쩌면 좀비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농담에 모두 재빨리 차로 되돌아왔다.

에리에서 가장 맛있다는 평을 받은 태국 음식점에 들러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나왔더니 벌써 시간은 밤 8시를 훌쩍 넘겼다. 지금 상태로라면 우리는 밤을 새면서 신나게 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 이만 헤어지기로 했다. 레이첼 집 앞에 도착해서 우리는 밝게 웃으며 포옹을 했다. 메디와 브래난이 탄 차가 내 視野(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다시 또 마음 한구석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계속)

[ 2015-04-09, 07: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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