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이룬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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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이 지어낸 듯하다만, 불광불급(不狂不及) 곧 ‘미치지 않으면 어떤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若不狂不可至於有境地)’라는 말이 있다. 불광불가성(不狂不可成) 또는 불광불성(不狂不成)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아마 일본인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천하제일이 될 수 있다(以懸命能爲天下第一)’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인은 대개 우리도 많이 쓰는 바처럼 ‘정신을 집중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精神一到何事不成)’라고 할 것이다.
  
   한양대의 정민 교수가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의 ‘미친 사람들’을 두루 소개했다. 우리말의 ‘미치다’는 공교롭게 형용사로서 ‘이성을 잃다(狂)’라는 뜻과 동사로서 ‘이르다(至/及)’의 뜻이 있는데, 이 둘을 재미있게 결합해서 그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을 ‘미쳐야 미친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조상을 돌아보고, 도무지 조선시대 사람 같지 않은 ‘아웃사이더’ 조상을 돌아보고, 오늘날 이를 긍정적으로 살리자는 뜻이리라.
  
   한중일 세 나라 사람을 비교해 보면, 한국인은 천하제일(일본), 부귀영화(중국)를 지향하지 않고서, 다시 말해서 세속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고서, 대책 없이 단지 어떤 일이 좋아서 미친 듯이 매달릴 때 ‘일을 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는 아무도 못 말린다. 가치관이 천편일률적이던 조선시대에는 그런 사람이 철저히 소외되었지만,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시작한 후에는 그런 사람들 중에 ‘기적’을 낳는 사람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처음에는 그들이 비웃음의 대상이었으나 머잖아 국민적 영웅으로 각광을 받았다.
  
   기업과 금융에서 이런 사람들이 제일 많이 배출되었다.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김우중, 이명박, 윤종용, 김정태, 나응찬, 박병엽 등이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약 30년 동안에는 관료 중에도 이런 사람이 수두룩했다. 당근 박정희를 대장으로 하여 장기영, 김학렬, 남덕우, 오원철, 최형섭, 김정렴, 오명, 김재익 등이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스포츠, 연예, 예술 분야에서 이런 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종환, 김철용, 김응룡, 정봉수, 김진호, 이창호, 조훈현, 조수미, 황병기, 임권택, 이현세, 이미자, 조용필, 김혜자, 박영석, 임요환 등등 이들은 한류 자체 또는 한류의 밑거름이 되었다. 2000년대에는 드디어 학계에서도 이런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황우석이 단연 돋보인다.
  
   제일 시원찮은 분야가 정치계이다. 미친 사람이 이쪽에 압도적으로 많은데, 하나같이 ‘민주’를 내세워 권력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장악하려는 조선시대식 입신양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남을 욕하고 짓밟는 데는 다들 한 경지에 올라섰지만, 무능력하고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자들이 대부분이라, 일단 권력을 잡았다 하면, 조선의 양반관료들이 그러했듯이 아름다운 말로 ‘과거’를 되뇔 뿐 권력의 몽둥이를 휘둘러 ‘미래’를 야금야금 작살낸다. 스스로는 정말 잘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뭘 잘못하는지조차 모르고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심각한 중환자는 주사파이다. 이들은 공상 속의 민중, 환상 속의 평등, 몽상 속의 민족을 바라보며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김일성의 유시와 김정일의 교시를 일점일획도 어기지 않고, 인류 최악의 빈곤과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의 민중들을 ‘겁나게’ 외면하고 있다. 짧으면 10년, 길면 20년 내지 30년을 그렇게 완전히 미쳐 있기 때문에, 권력과 방송을 양손에 쥔 지금 그 누구도 이들을 말릴 수 없다. 세계최강 미국도 못 말린다. 파국이 오기 전에는 이들은 절대 ‘봄꿈’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한(恨)과 신바람이란 상반된 두 기질이 있다. 동전의 앞뒤와 같은 두 기질의 원형은 핵에너지와 같은 가공할 ‘끼’다. 한국인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능히 서리를 내리는데,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자들이 자칭 진보주의자요 민족주의자이다. 이들은 무슨 한이 그리 많은지 편을 가르고 또 갈라, 갈등과 증오와 질투, 불만과 저주와 욕설이 휴전선 이북에서 바라보면 꿈의 나라(중국)의 꿈의 나라인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가득 차게 만든다. 오히려 북한에는 이런 자들이 이제 거의 사라졌다. 300만 노동당원도 죽지 못해 충성 시늉만 낼 뿐이다. 백두산보다 높은 60년 거짓말의 쓰레기 더미를 직접경험으로 몸서리치게 꿰뚫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신바람이 나면,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그게 일인 줄도 모르고 일에 매달린다. 밤낮이 따로 없고 공사(公私)가 따로 없다. 자신도 돌보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명경지수, 유머도 넘치고 정도 깊다. 처음엔 오해도 받고 공짜로 욕도 배불리 얻어먹지만, 한 경지에 올라선 후에는 어디 가든 환영받는다.
  
   자칭 민주파와 민족파의 한이 세종대왕의 치세 이래 500년 만에 막 피어오르던 한민족의 신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것이 지난 민주화시대와 통일지상주의시대에 저들이 작심하고 저지른 가장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머잖아 도둑같이 찾아올 대파국 후에는 한 맺힌 사람들은 몽땅 사라지고 신바람난 사람들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가득 찰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삼각산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한강이 낭창낭창 노래를 부를 것이다.
  
   (2005. 5. 20.)
  
[ 2005-05-21, 07:4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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