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형 인간의 일관성 - 병렬이 아닌 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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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념이란 말을 많이 쓰니까 무슨 대단히 어려운 이론을 논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계실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이념은 너무나 단순합니다.
  
  한반도 무장대치상황의 본질은 '민족사의 정통성과 삶의 양식, 그리고 선과 악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라는 인식에서 저의 이념은 출발합니다. 한국과 김정일 정권의 대결에서 누가 민족사의 정통이고 이단인가, 누가 자유의 편이고 억압의 편인가, 누가 善이고 惡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이념정리의 기초가 됩니다.
  
  이런 판단은 초등학교 학생이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이론적인 바탕에서 자신의 신념으로 승화되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감정이 들어갑니다.
  저처럼 북한 취재를 하면서 김정일을 증오하게 되면 그 증오가 정의감으로 변하고 나의 판단을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니까 이론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요컨대 한반도에서 이념은 김정일에 대해 공분심을 느끼느냐의 여부에서 갈라집니다.
  
  김정일에 대해서 공분심을 느끼면 북한동포들에 대해서도 자연히 동정심을 갖게 되고 김정일에 조종당하는 한국내 좌파세력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김정일을 자유통일의 걸림돌로 인식하게 되고 이 걸림돌을 치우는 데 우리를 도와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게 됩니다.
  
  이래서 신념은 감정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입니다. 저는 북한사람들을 많이 만나 그들이 체험한 고통과 억압, 특히 강제수용소의 지옥도 같은 상황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정일을 인간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자이므로 탈북자들, 북한전문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언론이나 교사들을 통해서 그렇게 하니 저처럼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언론이나 교사가 상황을 조작하거나 왜곡해버리면 김정일에 대한 공분심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생기더라도 좀 애매한 것이 생기겠죠.
  
  지금 한국에 친북좌파, 즉 김정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언론과 교사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사실전달이나 상황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거꾸로였다는 추리가 가능합니다.
  
  이념이 중요한 것은 인간의 행동에 일관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지식인의 경우 이 일관성은 그 사람의 행동에 힘을 부여합니다. 일관성에서 힘이 생깁니다. 일관성이란 것은 電池를 직렬로 이어주는 것이고 이념 없는 갈 之자 행동은 電池를 병렬로 잇는 것입니다. 1.5볼트짜리 전지를 열개 직렬로 이어놓으면 15볼트가 되는데, 병렬로 이어놓으면 1.5 볼트 그대로입니다.
  
  직렬에서 힘이 생기는 것은 앞의 행동을 뒤의 행동이 이어주면서 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되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념형 인간은 바로 직렬형 인간입니다. 오늘의 행동이 내일의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오늘과는 다르지만 보다 발전한 상황과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관성이 있는 행동양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비이념형 인간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데 오늘의 일과 내일의 일이 별로 연관성이 없고 발전도 없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전략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념형 인간은 역경에 처했을 때 이를 돌파합니다. 이념에서 나오는 전략과 전망이 있으므로 미래를 낙관합니다. 비이념형 인간은 역경에 처했을 때 이것으로 끝이구나 하고 좌절하든지 변절합니다. 이념이란 것은 가치관입니다. 이념이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확신을 부여하는 신념화된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산주의처럼 잘못된 이념은 살인까지도 聖戰이라 하여 인간을 광기로 몰고 갑니다.
  
  이념형 인간은 여론에 밀리지도 않습니다. 이념논쟁을 제기할 때 언론과 상대방이 '또 색깔론이냐'하고 치고 나와도 '그래 색깔론이다, 왜. 남북한이 지금 빨간색의 공산주의냐 하얀색의 자유민주주의냐로 갈려 사생결단을 하고 있는데 색깔론은 얼마나 중요한가. 치열하게 할수록 국민들에게 좋은 것이 색깔론이다'라고 나섭니다. 여론이 중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이념과 맞지 않을 때는 참고로만 씁니다.
  
  이회창씨의 실패는 비이념형 인간의 전형적 실패입니다. 노무현 당선자의 성공은 이념형 인간의 전형적 승리라고 볼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노무현 당선자를 일관되게 밀어붙인 이념이 어떤 것이며 그것이 국민들에게 복이 될 것인가 화가 될 것인가일 것입니다.
  
  결국 이념은 감정이고 그 감정은 체험과 교육에서 생깁니다. 이념은 또한 가장 큰 전략이며 전술입니다. 이념대결을 기피해온 한나라당의 일패도지는 이념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출처 :
[ 2003-01-03, 20:1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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