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戰평화 시위는 주석궁 앞에서 하라!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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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전쟁도 해본 나라가 잘 한다. 전쟁을 스스로의 결심으로 해본 지가 워낙 오래된 한국인들은 지도층일수록, 지식층일수록 전쟁의 본질에 대해서 무식하기가 이를 데 없다. 선거전에선 '나쁜 평화는 없고 좋은 전쟁은 없다'는 말 같지 않은 말까지 여당에서 나오기까지 했다.
  
  조금 있으면 반미 시위는 反戰평화 시위란 명분하에서 전쟁광인 김정일을 편들고 동맹국의 부시 대통령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누가 전쟁의 편이냐 하는 것은 논할 필요조차 없다. 전쟁광 김정일을 돕는 자, 그에게 현금을 준 자, 그의 핵개발을 방치하는 자, 그가 비무장 상태의 북한주민들을 향해 벌이고 있는 전쟁상태를 알고도 침묵하는 자들이 전쟁옹호론자이다.
  
  누가 평화세력인가. 전쟁광 김정일의 불장난을 막자는 사람들, 가능한 한 대화나 외교적 경제적 압력으로 불장난을 막자는 신중론자들이 바로 평화세력이다.
  
  좋은 전쟁은 없는가. 6.25남침에 저항하여 한국을 지켜낸 우리의 전쟁도 나쁜 것이었나. 나쁜 평화가 없다면 그때 우리는 항복하여 전쟁이 아닌 평화, 즉 공동묘지의 평화를 선택했어야 옳았는가. 6.25 때 전사하여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군인들은 모두 전쟁광들인가.
  
  좋은 전쟁은 없는가.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청군이 대원군을 청으로 납치해갔을 때 조선이 전쟁을 하지 않고 굴종한 것은, 나쁜 전쟁을 하지 않고 좋은 평화를 선택한 위대한 결단이었나.
  일제의 강점에 저항한 독립군과 의병의 전쟁도 나쁜 전쟁이었던가.
  
  국가가 있는 한, 국가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전쟁은 일어나고 군대는 필요하다. 국가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의 전쟁까지도 악으로 규정하는 국제법은 어디에도 없다. 전쟁을 선택해야 할 때 하지 않아 더 큰 피해를 본 역사적 사례를 들라면 수십 개를 꼽을 수 있다. 정의의 전쟁, 좋은 전쟁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비겁한 평화의 사례도 많다.
  
  오늘날 북한정권이 여러 가지 악조건하에서도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강하게 버틸 수 있는 심리적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지도부가 1950년에 전쟁을 결심해본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남침전쟁을 준비하고 추진한 과정에서 그들은 전쟁의 본질을 체득했다. 정당방위의 수비전을 한 한국의 지도부에는 이런 경험이 없었다.
  
  서해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한 사람들에게 정권측에선 '그렇다면 전쟁 하자는 말이냐'고 공격했다. 국가지도부가 얼마나 전쟁의 본질에 무식한지를 스스로 공개한 말이었다.
  
  김정일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행위를 전쟁하자는 행위라고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지도부에 있으니 김대중 정부는 김정일의 핵공갈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에 대한 현금 지원을 중단하는 일도 전쟁을 하자는 것으로 지레 해석한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를 좀 혼내라고 충고하면 어머니가 '그렇다면 내 자식을 죽이란 말입니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전쟁 단계 이전의 무력을 동원한 압박수단은 많다. 대규모 군사훈련, 비상령, 동원령, 총동원령, 무력증강 배치, 무력시위, 국지적 보복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잘 모르니, 즉 전쟁에 대한 초보 지식도 없으니 김정일에 대해서 좀 억센 이야기만 나와도 '그러면 전쟁 하자는 이야기냐'고 비명을 지른다. 이런 코미디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그런 바보들은 군인들이야말로 무조건 전쟁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군사문화란 말을 '좋은 군사문화는 없다'는 식으로 모욕하기도 한다.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가 웨스트 포인트에서 한 유명한 연설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전쟁의 북소리가 울릴 때, 여런분 중에 누군가가 국가의 운명을 어깨에 걸머지는 위대한 중대장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전쟁광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군인들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평화를 원합니다. 사실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고 상처를 입는 이들이 바로 군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뮤엘 헌팅턴 교수(하버드 대학)는 명저 '군인과 국가'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군인들은 보통 허황되고 공격적인 행동을 싫어한다. 군인들은 좀처럼 전쟁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쟁준비를 많이 하긴 하지만 전쟁을 두려워한다. 민간인 정치인들은 군사비를 줄이면서도 위험한 외교 정책을 펴지만 군인들은 전쟁의 본질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전쟁을 미화 찬양 선동하는 민간인 철학자, 선전가, 교수들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요컨대 전쟁은 주로 히틀러 같은 민간인 망상자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하나 위험한 면이 있다면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의 처참함을 잘 모르고 민간인이 갖기 쉬운 과대망상증에 빠져 자멸적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反戰평화 시위를 평양 주석궁에서 해야 합니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사이버 시위라도 해야 합니다. 그럴 형편도 되지 않는다면 전쟁에 대한 독서, 특히 삼국사기를 읽으면서 전쟁과 통일을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그들이 바로 전쟁광 세력이니까요.
  
출처 :
[ 2003-01-04, 20:2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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