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의 '탄핵인용'을 예측했던 사람들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인간은 누구나 희망적 사고편향, 계획오류, 확증편향에 빠진다.

김필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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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이맘 때 한 시민단체 모임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오고간 얘기가 기억난다.

당시 한 참석자는 “朴 대통령 지지율이 60%대이기 때문에 무사히 임기를 마칠 것 으로 예상된다”였다. 筆者의 경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참석자들의 연령대가 높았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참석자 가운데 나이가 좀 젊은 축에 드는 분(A씨)과 이런 얘기를 했다.

▲筆者: “새누리당이 조만간 둘로 갈라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A씨: “그 당의 사람들은 그럴 용기조차 상실한 사람들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 이야기가 있은 뒤 1년 후 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순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아 5%대로 떨어졌고, 이후 새누리당은 둘로 갈라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나왔다. 필자가 직관력이 뛰어나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과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을 예측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경제침체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左派에게 유리한 것들로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전반(정치, 경제, 문화...)에 침투한 左派세력의 힘을 지난 15년 동안 취재하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인리히 법칙: 1대 29대 300의 법칙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이를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하인리히 법칙’을 예로 들 수 있다. 192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의 직원이던 허버트 H. 하인리히는 수많은 통계를 다루던 중 하나의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 5천 건에 달하는 노동재해를 통계분석 하면서, 하인리히는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 있는 소형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소형사고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1 대 29 대 300 법칙을 토대로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론이지만 이 법칙을 ‘역발상’하면 ‘안전의 법칙’이 된다. 경미한 사고를 예고하는 사소한 징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대형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를 ‘역(逆)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한 번에 커다란 일을 해낼 수는 없다. 큰 업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은 실적이 있기 마련이다.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이미 29개의 작은 실적과 300개의 더 작은 실적을 경험했던 것이다.

만일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작은 결실이나마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일에 대한 기획이 애당초 잘못됐거나 뭔가 잘못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역(逆)하인리히 법칙’은 인간 개인, 그리고 국가에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한국은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

筆者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개인적 염려 때문에 지난 1월 대통령 탄핵 문제와 관련해 기존 보수세력의 입장과는 다른 취재를 해보았다. 다만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싸워 이기는 것이 전쟁’인지라 취재 결과를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당시 취재결과 현직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조인 2명, 언론인 3명에게 탄핵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물어 보았다. 결과는 5명 모두 “대통령이 탄핵 될 것으로 예상”했다. 언론인 가운데 한 사람은 탄핵결과가 8대 0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보수성향의 이들은 인터뷰하면서 한결같이 ‘한국은 더 이상 법치 국가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국민정서법”으로 심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후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4대 4기각을 예상했던 대통령 변호인단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인간의 인지부조화 가운데 “희망적 사고편향(wishful thinking bias)”과 “계획오류(Planning Fallacy)”, 그리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

▲‘희망적 사고편향’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긍정적인 결론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긍정적 결론에 맞춰 생각하는 현상을 뜻한다.

▲‘계획오류’는 어떤 과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잘 진행될 것이라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서 빠지는 함정이다. 사람들은 긍정적 결론을 선호하는 '희망적 사고편향'을 갖고 있어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과제에서는 최악의 예상보다더 더 지연되기 싶다. 즉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세워도 계획오류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상의 시나리오만 염두에 두었을 때보다는 그나마 덜 지연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계획 오류의 배경을 알게 되면 계획 오류에서 벗어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울 때 해당 과제에 걸리는 시간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해당 과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건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수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하면 처음 계획한 것보다 적어도 두 세 배의 일정(계획)을 세워야 한다.  

▲‘확증편향’은 새로운 정보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론이나 세계관, 그리고 확신하고 있는 정보(들)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향이다. 쉽게 말해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가 바로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은 모든 생각의 오류들의 아버지이다.

일반적으로 확증편향에 빠지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지식과 모순되는 새로운 정보(일명 ‘확인되지 않은 증거’라고 부른다)는 일체 받아들이지 않고 걸러내게 된다. 대체적으로 건강·처세술과 관련된 책들이 확증편향 위주로 서술된다.

SNS가 아니라 독서를 해야

예를 들어 ‘명상은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라면서 케케묵은 이론들이 나열되는 것과 같다. 물론 이런 책을 쓴 영리한 저자는 그 이론을 입증할 사례들을 산더미처럼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 반대의 증거, 다시 말해 명상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명상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한 줄도 싣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그런 책들의 함정에 빠지는지 비참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확증편향은 인간의 무의식중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믿고 있던 어떤 신념이 허점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싫어한다. 마치 자신이 확신하는 신념 앞에 소음 장치를 한 보호막을 세워놓고 있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SNS가 발달하여 확증편향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댓글 등을 달면서 유대감이 증대된다.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는 ‘왕따’를 시켜서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점점 더 같은 생각을 가진 서클(circle) 내에서만 활동하게 되고, 이런 성향이 확증편향을 더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언론의 난
[ 2017-03-17, 16:09 ] 조회수 : 3093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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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山流水     2017-03-18 오전 12:48
그런데 탄핵인용의 이유가 대한민국이 전반적으로 좌빨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될만한 내란/외환의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었군요.
   참좋은세상     2017-03-17 오후 7:19
'SNS가 아니라 독서를 해야' 적극 동의합니다.
그러나 조갑제닷컴이나 정규재tv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곳입니다.
   바를정별규     2017-03-17 오후 5:07
저 같은 일반인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법관의 양심이란걸 믿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법이 우파를 심판하는 자 노릇을 해온건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일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럼, 법이 우리의 적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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