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급변은 한국정치를 리셋시킨다
건국과 근대화를 잇는 통일의 기적

金成昱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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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길해 보인다. ‘사드(THAAD) 철회는 없다’는 정부의 해명과 ‘이해한다’는 미국의 반응은 말 그대로 외교적 수사로 들린다. 현란한 발언들 뒤에는 스마일 복면을 뒤집어 쓴 괴물이 있는 듯 오싹하다.

사드 발사대 보고가 누락된 데 “충격”을 드러낸 정부는 국방부 정책실장인 현역 중장을 좌천시켰다. 여당은 연일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를 매도한다. 청문회 개최도 할 기세다. 급기야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말한다.

‘주한미군철수’를 이념적 좌표로 여겨 온 진보·좌파 단체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제주 해군기지·평택 미군기지·광주 송정리 기지 앞에서 벌어진 격렬한 시위들, 효순이·미선이 사건과 맥아더 동상을 때리던 시위대 죽창이 눈앞에서 어른댄다. 자칫 환경영향평가 기간 내내 성주는 전(全) 세계 반미의 성지가 될 수 있다. ‘사드를 철회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결연한 의지, 진보·좌파의 돌연한(?) 사상적 전향이 없다면 사드 배치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선 전자(前者)도, 후자(後者)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사드는 1년 아닌 수년이 지나도 배치되기 어렵다는 것이 합리적인 예측이 아닐까? 

2.
언론은 정부의 ‘시간벌기’라고 평가한다. 사드 배치 시간을 끌면서 중국을 설득해 북핵을 해결할 것이란 요지다.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다고 말한다. 실제 2016년 한국은 중국과 가장 많이 무역을 했다. 수출의 26.1%가 중국 시장에 달렸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선(GNI 무역의존도 88.1%) 중국과의 무역길이 중요하다. 중국의 노골적 반대가 있으니, 일단 시간을 끌면서 외교적 해결을 하자는 계산을 해볼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장밋빛 계획과 다르다. 북한은 한국이 벌어준 시간을 악용해 도발할 것이다. 2006년 첫 핵실험을 한 후 지난 해 처음으로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단거리·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수함 미사일 발사를 포함, 2016년 모두 24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아댔다. 마지막 완성, 미국의 본토를 강타할 ICBM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 년 아니 수개월 이내 가능한 일이다.

3.
미국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당장 20만 명에 달하는 미군과 그 가족 등 美국적자들이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벌거벗는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는 일이다. 자기 돈 들여 배치한 사드마저 배치할 수 없다면, 미국 내에선 주한미군 철수 여론과 한미동맹 와해 조짐이 빈발할 것이다. 한·미 동맹은 파경의 위기를 맞는다. 정부가 원했건 아니건 사드는 트리거가 돼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미국 내의 협상(協商) 여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중국과 적당히 봉합한 뒤 한국에서 손을 털고 일본으로 빠지자는 목소리는 점차 더 힘을 받는다.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벨퍼센터장(Belfer Center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Affairs Harvard Kennedy School)은 5월31일 뉴욕타임즈 국제판 1면에 미·북 사이 협상론을 강조했다. “양보” 대(對) “양보”의 공식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CIA·FBI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한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 국장은 지난 해 10월25일 CFR 강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최선은 “cap”을 씌우는 것이라 했다. “비핵화는 불가능하니(lost cause)” 모자를 씌워 테러집단 등에 흘러가지 않도록 핵무기를 비확산하고 대신 북한의 요구를 일부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미군이 지키지 않는 한국은 리스크가 올라간다. 한국 주식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32%(2017년 3월 기준) 정도다. 그 중 41%가 미국 돈이다. 그 다음은 영국, 일본 등등. 미국이 당분간 한국에서 손을 털고 일본으로 빠진다면, 미군과 미국인 그리고 자본도 빠진다. 미국은 한국 수출의 13.6%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무역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국과의 ‘먹는’ 문제 때문에 미국을 통해 ‘사는’ 문제가 위협을 받는다. 그때에도 ‘미군 없는 한반도가 평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슬로건에 국민들은 환호할지 의문이다.

미국·일본과 멀어진 한국은 중국·북한과 밀착한다. 70년 안보의 큰 축이 바뀌고, 해양이 아닌 대륙이 문명(文明)을 수혈해 줄 가치의 진앙이 된다. ‘평화제제(平和體制)’의 아름다운 이름 아래 진보·좌파는 집권을 이어갈 수도 있다. 포장지를 뜯고 나면 한반도 내부는 낮은 단계 연방제로 진행된다. 어려워진 경제, 심해지는 격차, 퍽퍽해진 살림살이 속에서 남미 식 포퓰리즘이 한국의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로 고착된 남한과 공산전체주의 북한의 기묘한 연방은 불안한 평화를 유지할 수도 있다.

5.
변수는 있다. 90년대 중·후반 이후 언제나 존재해 온 북한의 급변사태(急變事態) 가능성이다. 김정은의 병사(病死)·암살, 쿠테타를 통한 실각 같은 내폭(耐爆)이건 미국의 영변 핵시설 정밀폭격 같은 북폭(北爆)이건 상관없다. 신뢰(trust) 없이 공포로만 유지돼 온 김정은 정권은 안팎의 약간의 충격만 터져도 허무하고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 예측이 아니다. 부인할 수 없는 직관이다.

북한정권의 붕괴가 곧 자유통일은 아니다. 최순실 사건이 남한 급변사태와 장미대선이라는 예측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처럼, 내폭과 북폭의 만들어 낸 북한 급변사태는 우선 한국의 대선판을 뒤흔들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썩은 정치권도 초기화, 리셋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3천 명 정도의 북한군이 총을 버리고 휴전선을 넘는다면, 1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또 다시 중국 국경을 넘게 된다면.

한국 정치, 좀 더 넓게 한반도 정치는 인간의 예측을 뛰어 넘는다. 극도로 민감한 수많은 이익과 주장이 충돌하는 땅이 한반도다. 대한민국 건국이 기적이고 한강의 기적이 뒤를 이은 것처럼 북한 급변사태를 통한 체제붕괴, 한국 정치권의 급변 그를 통한 자유통일도 기적처럼 이뤄질 것이다. 북한구원의 목소리를 더 높이 외쳐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리버티헤럴드(http://libertyherald.co.kr/) 대표 김성욱

언론의 난
[ 2017-06-07, 17:26 ] 조회수 : 1210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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