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의 시네마 천국/'카사블랑카'는 카사블랑카에서 찍지 않았다!
반골의 미국인 릭(험프리 보가드)이 옛 애인 일사(버그만)를 남편과 함께 비행기에 태워 보낸 뒤 (독일군 장교를 사살하고) 동지로 돌변한 프랑스 경찰서장에게 한 말은 역대 영화 대사 중 가장 유명한 축에 든다(미국영화연구소는 20등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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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Casablanca를 치면 위키피디아에서 영화 카사블랑카가 먼저 검색된다. 모로코의 400만 도시인데 도시 자체보다도 영화가 더 유명하다. 좀 우스운 것은 1942년에 할리우드에서 워너 브러더스 사가 찍은 이 영화는 세트장에서만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실감 나는 카사블랑카의 시장통이나 거리는 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이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연구소에서 발표하는 미국의 100대 영화 랭킹에서 늘 탑 텐 안에 든다. 2007년의 랭킹을 보니 1등이 시민 케인, 2등이 대부(代父), 3등이 카사블랑카였다  

이 영화는 1942년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 넉 달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19431월에 개봉되었다. 바로 그때 연합군이 북아프리카에 상륙, 독일군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런 타이밍이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 87만 달러를 투자, 미국에서 370만 달러를 벌었는데, 처음엔 평가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두 주인공 험프리 보가드와 잉그리드 버그만은 필생의 연기로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 영원히 남을 명화를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공항에서 일어나는 반전(反轉) 드라마가 압권인데, 촬영 중의 배우들도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몰랐다고 한다  

반골의 미국인 릭(험프리 보가드)이 옛 애인 일사(버그만)를 남편과 함께 비행기에 태워 보낸 뒤 (독일군 장교를 사살하고) 동지로 돌변한 프랑스 경찰서장에게 한 말은 역대 영화 대사 중 가장 유명한 축에 든다(미국영화연구소는 20등으로 꼽았다).   

“Louis, I think this is the beginning of a beautiful relationship.'

'루이, 나는 이게 (우리의) 멋진 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네.” 

보가드의 남성적 카리스마, 버그만의 애절한 청순함, 그리고 부패경찰을 자임하는 르노 役(클라우드 레인즈)의 인간미가 돋보인다.   

이 영화는 몇 년 전에 천연색으로 개조 되었다. 흑백의 감동이 손상되었다는 평이 강하였다. 카사블랑카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닥터 지바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여러 번 보는 영화일 것이다. 영화를 본 이들에게 어느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더냐고 물었다. 거의가 릭이 경영하는 술집에서 독일군 장교들과 프랑스인들이 벌이는 노래 대결이다  

술을 마시던 독일군 장교들이 먼저 군가를 합창한다. 보불전쟁과 1차대전 때 애창되었던 라인강의 파수꾼’(Die Wacht am Rein)이다. 가사엔 이런 구절이 있다.

만약 내 심장 터져 죽어도, 너는 결코 외적(外敵)의 땅이 되지 않으리.”  

이들의 합창을 아니꼽게 생각하던, 독일에 눌려 지내던 모로코 거주 프랑스인들이 일어나 국가(國歌) ‘라 마르세이에즈를 합창한다. 프랑스 대혁명 때 마르세이유 지원병들이 파리로 들어올 때 불렀던 군가(軍歌)가 국가로 채택된 것이다. 가사가 살벌하다.

진격하자! 진격하자! 저들의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한국의 위선적 평화주의자들은 애국가에 이러한 전투적인 구절이 들어가면 전쟁을 부추긴다고 촛불시위를 벌일 것이다  

당시 모로코는 프랑스 비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다. 비시 정부는, 1940년 프랑스 군대가 독일군의 전격전에 걸려 6주 만에 항복한 뒤 나치 독일에 의하여 비시를 수도로 세워진 일종의 괴뢰 정부였다. 1차 대전의 베르당 전투를 지휘하였던 패탕 원수가 대통령이었다. 이 비시 정부는 해외의 프랑스 식민지를 계속 통치하였다. 런던에는 드골 장군이 자유프랑스 군을 창설, 비시와 대치하고 있었다  

이 영화엔 프랑스인인 카사블랑카 경찰서장이 독일군 장교 스트라서에 눌려 지내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사실과 맞지 않다. 2차대전 중 카사블랑카에는 독일군 장교가 주둔한 적이 없다  

프랑스 사람들이 라마르세이에즈를 불러 독일 장교들을 제압하자 스트라서는 화가 나서 프랑스 경찰서장 르노에게 술집 문을 닫게 하라고 압박한다. 한국인도 이 영화의 노래 대결에서 감동하는 것을 보면 애국심이 국경을 초월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된다. 라마르세이에즈가 워낙 선동적인 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 주제가는 샘이라는 술집 피아니스트가 부르는 시간이 흘러가면서’(As times go)이다. 이 주제가는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100대 영화주제가 중 2등이었다. 1등은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주디 갈란드가 부른 동명(同名)의 노래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제가를 작곡한 맥스 스타이너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따서 쓴 것이다  

카사블랑카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출세작이다. 스웨덴 출신의 버그만은 할리우드에 와서 평범한 작품에 나오다가 카사블랑카에서 빛을 본다. 잇따라 찍은 영화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였다. 헤밍웨이가 1940년 쿠바에서 완성한 스페인 내전 배경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남자 주연은 서부극으로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던 게리 쿠퍼  

카사블랑카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좌파 냄새가 난다. 카사블랑카의 주인공 릭은 스페인 내전 때 공화파 편에 참전한 사람으로 나온다. 공화파는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공화파를 위하여 참전한 미국의 폭파 전문가이다  

당시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검열을 하고 있었다. 비애국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장면을 삭제하곤 하였다. ‘카사블랑카도 적용을 받아, 보가드와 버그만이 동침하는 장면이 삭제되었고, 유부녀인 버그만이 남편(체포 저항운동가)을 버리고 옛 애인인 보가드와 결합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제작진이 고민하다가 만든 마지막 장면은, 보가드가 애인 부부를 포르투갈로 떠나보내기 위하여 그동안 악역(惡役)의 쇼를 하였음을 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여성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헤어지기 싫어하는 버그만을 달래는 보가드의 대사(臺詞)도 영화사에 유명한 장면이다  

“May be not today, may be not tomorrow, but soon and for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괜찮겠지만, 아마도 내일도 괜찮겠지만, , 그리고 남은 생애 동안 (후회할 거야).“  

이 영화는 아카데미 상을 3개 받았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앱스타인과 코흐). 감독 마이클 커티즈는 헝가리에서 이민 온 사람인데 워너 브러더스 사를 일으킨 감독으로 불린다. 74세에 죽을 때까지 102개의 작품을 남겼다.

도시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동북 해안 항구이다. 기원 전 7세기에 건설된 도시로서 15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 지배하면서 카사블랑카로 불렸다. 하얀 집, Whit House라는 뜻이다. 모로코는 스페인 보호령과 프랑스 보호령으로 지배를 받다가 1956년에 왕국으로 독립하였다. 비교적 안정된 정치 하에서 관광과 인()광산으로 돈을 많이 번다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명화(名畵)1930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모로코이다. 게리 쿠퍼가 프랑스 외인부대 군인, 마르렌느 디트리히가 카바레 가수로 나온다. 할리우드의 검열이 강화되기 전에 만들어져 선정적인 장면이 자주 보인다.

언론의 난
[ 2017-09-13, 01:54 ] 조회수 : 1017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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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산     2017-09-13 오후 12:00
"당시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검열을 하고 있었다. 비애국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장면을 삭제하곤 하였다."는 대목을 서너 번 되풀이 읽었습니다.우리가 저랬다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다 할 것이고 블랙리스트 작성이다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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