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이유를 더 유명하게 만든 한 건축가 이야기

부대진(상미회)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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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이유 / 예순여섯 살의 아파트 위니테 다비타시옹
르코르뷔지에가 건축한 위니테 다비타시옹의 모습.
  여행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여행은 천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여행을 통해 위대한 건축가로 태어났다.
  천재의 여행은 20세기 세상을 바꿨다.
  젊은 르코르뷔지에는 발칸반도 터키 그리스를 잇는 여정인 동방기행을 통해 자신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건축을 발견하고 건축가의 길로 접어든다. 2016년 그가 설계한 17개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벨기에, 아르헨티나, 인도와 일본, 일곱 나라가 그와 영예를 함께 누리게 되었다.
 
  1923년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을 향하여'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건축은 주택문제, 즉 보통 사람들을 위한 일상적이고 평범한 주택에만 몰두하는 것, 바로 이것이 시대적 특징을 말해주는 징후다. 인간이 허식을 떠났음을 알리는 훌륭한 시대인 것이다' 95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에게 유효한 선언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이 60%를 넘어섰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원형이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과연 그런가? 일단 마르세이유로 자리를 옮겨보자.
  세계 2차 대전 종전 후, 마르세이유도 많은 유럽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급속한 도시화로 일자리를 찾아 밀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거공간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혼잡하고 불결한 도시였다. 마르세이유 지방정부는 그 해결책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계획을 추진한다. 값싼 가격으로 실용적인 집을 공급하려는 지방정부의 요구와 대량생산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르코르뷔지에의 아이디어가 맞아 떨어지면서 1952년 기념비적 건축의 탄생이 이루어진다.
  위니테 다비타시옹은 빛나는 마을 (La Ville Radieuse)로 대표되는 르코르뷔지에의 도시계획안을 수직 방향으로 실현시킨 건축이다. 그는 그가 창안한 현대건축의 5원칙 중 제1원칙인 '필로티(Pilotis)로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고 건물을 땅에서 들어 올려 지표면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만든다'는 이론을 이 프로젝트에서 실행한다. 제1원칙의 개념에 충실하게 사면이 훤하게 뚫려있는 대지 위에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웅장한 17쌍의 콘크리트 필로티가 세월과 함께 농익은 와인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맛을 더해 가고 있다. 위니테 다비타시옹은 337가구, 8층 건물인 집합주택으로 1인용에서 4인용까지 23개의 다양한 단위주택을 입체적으로 삽입 조합한 구조다. 옥상정원, 유치원, 체육관, 수영장은 준공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고, 4층의 호텔도 66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의 모범 사례다.
 
  예순여섯 살이 된 늙은(?) 건축,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재건축 하자는 얘기가 없는 걸 보니 우리들 아파트와는 형편이 다른 모양이다. 위니테 다비타시옹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의 틈새로 비전과 철학과 혼의 차이가 보인다.
 
  마르세이유가 2013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면서, 도시는 전체를 새롭게 단장하는 기회를 가진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제1원칙을 충실히 따른 노만 포스터의 Vieux Port Pavillion이 항구 중심광장에 자리잡으면서 마르세이유는 미래의 도시로 또 한번 탈바꿈하고 있다. 300평 넓이의 평지붕을 여섯 개의 가느다란 기둥이 떠 받들고 있는 조형물이다. 물론 벽은 없다. 걷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거대한 거울인 스테인리스 천정에 거꾸로 투영되는 자신과 주변 풍경이 어울려 다양한 형태로 변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사람의 거처를 제공한다는 건축의 사전적 의미는 찾을 수 없는,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무너트린 작품이다.
 
  필로티 구조는 2017년 포항 지진과 제천 화재를 계기로 우리나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몹쓸 건축으로 매도 당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尙美會 이사>
[ 2018-02-03, 03: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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