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속지 않으려면 ‘내용’을 따져야, 이렇게!
<조갑제TV 녹취록> 美北 합의문에 CVID를 반드시 넣어야, 완전한 자유로운 임의적인 검증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평화협정 체결 등은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IAEA와 NPT에 북한이 가입하겠다고 약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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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0일, 김정은도 트럼프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틀 먼저 도착한 걸로 봐서, 두 정상 모두 6·12 회담에 신경을 쓰면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도 ‘4·27 판문점 회담’처럼 이미지 만들기, 비디오 만들기에 치중한 결과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원칙, 원론, 그리고 미사여구로 점철된 선언문을 만드는 것으로 이 회담이 끝난다면,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은 미국·일본·한국민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 이 모든 책임을 짊어진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지 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선전·선동에 신경을 쓰며 특히 트위터를 통해 하루에 몇 번씩 글을 전하는 것을 보면 대중으로부터의 인기, 그리고 언론의 보도에 매우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사안의 본질은 잊어버리고 허황된 환상을 좇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함정에 빠뜨리는 데는 북한 노동당 정권이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발전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이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다. 정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북한의 경제를 이런 식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결심이 있다. 그런데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딜레마다. 딜레마라는 말 자체가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는 뜻이다. 핵과 경제 발전, 양 쪽을 다 가지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둘 중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트럼프는 이것을 노린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얘기하고 북한을 잘살도록 해주겠다고 얘기한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을 돈으로써 받아내어 버리겠다는, 돈과 핵을 맞바꾸는 전략.
  
  과거의 북한노동당 정권의 행태에 비춰보면, 이들은 절대 빵을 위해 총을 내려놓는 자들이 아니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과는 다른 김정은만의 특이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점에 트럼프는 기대를 걸고 경제지원을 많이 약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쨌든 지금의 가능성으로써는 근사한 합의와 선언, 지리한 실무회담, 북한 노동당 정권의 시간 끌기, 제재완화, 남북관계에서 대한민국이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 자유민주주의 반공태세의 이완 내지 해체 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않았어야 할 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로써는 더욱 경계심을 풀 수 없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절대로 이미지에 속지 말자’는 것이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내려왔다고 해서 그의 본질(학살자, 암살자, 2500만 주민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권력 재벌 3세, 민족반역자이자 전쟁범죄자인)이, 누군가와 포옹하고 손을 잡고 산책하는 이미지로 덮여버려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성공이냐 실패냐, 이번 회담을 채점할 수 있는 기준! 그렇지 않으면, 4·27 회담 직후의 국내 언론의 화려한 헤드라인에 넘어가버리고 만다. 2018.4.28.字 국내 언론의 헤드라인을 한번 살펴보자.
  
  경향신문, 핵없는 한반도와 평화의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다
  서울신문,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 첫발을 떼다
  세계일보, 평화의 첫 발 뗀 남북, 비핵화 마침표 찍자
  중앙일보, 문재인·김정은 비핵화 대장정 문을 열다
  한겨례, 판문점의 봄, 평화·번영의 시대 열다(평화·번영의 시대가 될지, 대한민국 亡國의 시대가 될지 어찌 안단 말인가?)
  한국일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비핵화 평화의 새 시대를 선언하다
  매일경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천명한 판문점 선언, 이젠 실천이다
  서울경제, 한반도 대전환 이제 시작이다
  한국경제, 대한민국 가치수호 더 중요해졌다
  조선일보, 북핵은 미·북에 넘기고 대북지원 앞세운 남북정상회담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정도만 맨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군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주목해보자. 6.10字 조선닷컴에서 권혁철(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군에서 요직에 있었고 현재 합참의장 핵 관련 정책자문위원) 교수는, ‘미북회담 성공과 실패의 우리식 판별법’을 제안했다. 남이 어떻게 떠들던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이 회담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판별해보자는 내용이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판별법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진정한 비핵화는 핵 비확산체제에 가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므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 즉각 복귀하고 IAEA와의 핵안전조치협정 체결을 약속하는 동시에, 화학무기금지협약 CWC 등에 지체 없이 가입할 것이라는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이와 같은 제도적 합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정직한 신고와 엄격한 사찰 및 검증이 동반되지 않은 그 어떤 합의도 무의미하므로, 고농축 우라늄과 수소폭탄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 및 핵물질 등을 빠짐없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신고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이 회담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IAEA 요원들이 충분히 사찰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과 지역에 특별사찰을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북한이 진짜 (핵무기를) 숨겨놓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는 집중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이 회담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미국과 북한은 이번 회담의 목표인 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합의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CVID라는 용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로 인해 북한은 CVID를 원치 않는 것으로 의심을 받아왔다. 그러므로 이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CVID를 수용한 사실을 회담 결과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미국은 미래의 핵능력을 불가역적으로 없애기 위해 최근 미국이 제시한 12개의 이란 핵문제 재협상 조건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고 북한은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CVID라고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선 CVID가 키워드다. 미국이 그동안 조지 부시 대통령 때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온 미국의 대원칙인데, 이 조건을 합의문에 넣느냐 못하느냐가 이번 회담의 중요한 채점 기준이라는 뜻이다.
  
  넷째, 비핵화를 유도하는 데 가장 큰 지렛대인 대북제재 해제는 북한이 핵심적인 비핵화 조치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이뤄진다는 원칙을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
  
  다섯째, 이번 회담에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들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조치들이기 때문에 한국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고, CVID의 끝자락이나 종료된 이후에 하는 것으로 합의해야 한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은 북한이 핵을 폐기한 다음에 논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기 위한 안전장치로써, 스냅백(합의 불이행시 제재를 再開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고 핵탄두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과 같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는 판단을 흐리게 하므로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거의 완벽한 채점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요약하면, CVID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것, 완전한 자유로운 임의적인 검증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점, 평화협정 체결 등은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IAEA와 NPT에 북한이 가입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내용’이고 회담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 없이 사진 찍고, 산책하고, 서로 부둥켜안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며칠 동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 2018-06-11, 05:42 ] 조회수 : 1255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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