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강제 인하는 폭탄돌리기

조샛별(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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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정부가 결정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문제를 ‘을과 을’사이의 갈등으로 돌리고, 그 문제 해결도 ‘더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위해 양보하라’는 식이어서 더욱 문제다.
  
   자영업자가 최근 겪는 어려움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정책 수정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 책임을 카드사, 소비자 등 다른 경제주체에게 돌리며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 감면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지시한 다음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개 카드회사 사장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카드업계의 사회적 책임 및 가맹점과의 상생을 통한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의 경제적 고통을 ‘카드업계의 사회적 책임’ 강화, ‘상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수수료 인하 방침이 나왔다. 당정은 11월 26일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통해 내년부터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줄이도록 했다. 수수료 우대 적용 가맹점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매출 5억원 초과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5억~10억원인 경우 현행 2.05%에서 1.40%, 10억~30억원은 2.21%에서 1.60%로 인하하기로 했다.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매출 3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인 가맹점은 기존 2.2%에서 1.9%로, 100억~500억원 이하인 곳은 2.17%에서 1.95%로 인하할 방침이다. 2012년 1월 당시 전체 가맹점의 68%였던 수수료 우대 가맹점 수는 정부의 이날 방침에 따라 93%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이번 정책으로 인해 감소하는 수수료는 약 8000억원이다. 카드업계는 내년에 가맹점 사업에서 全 카드사들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된 자영업자와 유통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수익 악화를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카드사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카드사들은 이번 결정 직후 카드 모집인(설계사) 감축을 선언했으며 低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을 까다롭게 운용하기로 했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줄면서 밴(VAN·결제대행 업체)사들은 무료로 제공하던 각종 비용을 가맹점에 부과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비용 부담이 크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국내 8개 카드사(신한, KB국민, 삼성, 롯데, 비씨, 현대, 우리, 하나카드)가 가맹점 사업에서 7063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1782억원) 이후 8년 만에 적자 규모가 네 배가량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가맹점 사업을 위한 직접비용과 수익은 물론 인건비, 유지비 등 간접비용까지 활용해 분석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업체에서 가맹점 사업의 적자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무이자할부나 부가서비스 등 때문에 原價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것이 수익 악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11차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왔다.
  
   카드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가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官治금융’이라는 소리를 듣는 형편인데, 이번 수수료 인하 결정은 그야말로 정부가 가격까지 좌지우지 하는 反시장적 정책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은 카드사뿐 아니라 카드회원인 소비자도 떠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이 비용을 낮추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마케팅 비용이란 현재 카드회원들에게 적용되는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 청구할인, 무이자할부 혜택 등이다.
  
   이 또한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경영 활동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누리는 각종 할인 혜택이 줄어들면 그만큼 구매여력도 줄어들고, 이것은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시장개입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폭탄 돌리기 하는 듯한 정책은 전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드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카드 수수료율을 낮춘다고 해서 자영업자 위기가 본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 관련 정책을 12차례나 개편했는데도 자영업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자영업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현재의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는 노력은 안 하고 카드 수수료 타령만 한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이익을 하루아침에 자영업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가"라며 "이같은 방식의 경제정책 접근이 옳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수년 내 적자에 내몰리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26일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이대로 시행되면 전국 단위의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심각해진 자영업자의 위기는 무엇이 원인인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라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큰 원인임은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올해부터 자영업자의 위기는 모든 통계에서 나타난다.
   전체 고용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자영업자들은 높아진 인건비 부담에 직원 수부터 줄였다. 지난 10월 취업자 수 통계 중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은 전년 대비 19만6000명 감소해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줄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취업자 수는 2013년 이후 매년 플러스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5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9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월평균 597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만9천명(1.8%) 적었다. 이는 제10차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가계 소득도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3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줄었다. 2분위(하위 20~40%)도 0.5% 줄었다. 반면 3분위(하위 40~60%) 이상은 거꾸로 늘었다. 상위 20%인 5분위 가계소득은 8.8%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소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만 놓고 보면 1분위는 1년 전보다 22.6%나 줄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률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인 16.4% 올렸는데도 오히려 저소득층 가구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소득이 줄어드니 당연히 소비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8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3.5포인트 하락한 96.0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2월(9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여행비, 옷값은 물론 교육비까지 줄이며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성장률도 올해 1분기 1.4%에서 3분기 1.2%로 하락했다. 전체 성장률을 훨씬 하회하는 수치다.
   지난 7월 최저임금을 2년 사이 약 29% 인상하는 결정을 한 직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등 생존 투쟁에 나서자, 문재인 정부는 이런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상가임대차, 카드수수료, 가맹점 보호 제도 등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건물주, 카드사 등 ‘가진 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추미애 전 여당 대표도 “소상공인이 어려운 것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 높은 상가임대료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께서 대기업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목소리 내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니 정부에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마치 정부는 잘못한 게 없으니 대기업이나 임대업자와 맞서 싸우라는 얘기처럼 들렸다.
   여기에 발맞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인상 억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이번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도 정부의 일관된 ‘가진 자를 원망하라’는 식의 ‘계급투쟁론적’ 시각에서 나온 정책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본질이 왜곡되고 결국 경제 주체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 형국이다.
[ 2018-12-02, 20: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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