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인물의 20세기(2)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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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선정 20대 인물을 중심으로 본 20세기(2)
  -세 루스벨트, 생거, 레닌, 히틀러, 처칠
  
  20세기를 이렇게 규정한 바탕에서 타임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20명의 지도자와 혁명가를 뽑았습니다. 연대별로 보면 우선 20세기 초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필두에 나섭니다. 그는 무한한 정열과 정력으로써 애국심을 고취시켜 20세기가 미국의 세기가 되도록 하는 기초를 놓았다는 공적이 인정되었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하루에 한두 권의 책을 읽고 15만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그는 18세기의 미국을 조지 워싱턴의 독립정신, 19세기의 미국을 링컨의 통일정신이 대표했던 것처럼 20세기의 미국정신을 대표한 사람입니다. 역동적이고 자신만만하고 컴플렉스가 없었으며 탐험과 모험을 좋아한 루스벨트는 이상적인 미국 남성상이기도 합니다.
  
  20세기의 지도자 혁명가 반열에 오른 두번째 인물은 마가레트 생거. 그는 여성의 피임을 합법화하는 운동을 전개하여 가족계획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길을 개척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뉴욕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助産員 생활을 하면서 가족계획의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그때는 피임에 관한 지식을 보급하는 것은 죄를 짓는 행동으로 치부될 때인데 그는 「반란하는 여성」이란 잡지를 내고 가족계획관리소를 운영하면서 사회적인 금기에 도전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피임금지법이란 것도 있었습니다. 보수적인 동부 뉴잉글랜드 코네티컷주에서는 1965년까지도 피임기구를 기혼자들이 사용하는 것도 금지시키는 법률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1973년 미국에서는 낙태가 임신한 여자와 담당의사의 프라이브시로 되었습니다. 즉, 이 두 당사자가 낙태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던 것입니다. 이런 낙태와 피임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여 20세기 인류의 삶을 바꾼 생거는 어떤 혁명가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친 셈입니다.
  
  20세기 지도자 혁명가 20명에 끼여든 세번째 인물은 1917년 러시아혁명을 주도했던 블라디밀 일리치 레닌이었습니다. 한 70년간 이 지구상에 공산주의란 이념을 실험하면서 수많은 죽음과 파괴를 몰고 온 레닌은 그러나 지식인이었습니다. 엄청난 독서량과 교양, 그리고 뛰어난 문장력을 가진 지성인이었습니다. 레닌은 성격도 부드럽고 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의 펜에서 흘러나온 피는 강물을 이루었고 그의 논리는 증오의 과학으로 발전하여 계급해방을 위한 온갖 거짓, 사기, 음모, 선동, 살인, 방화를 합리화하여 주었습니다. 최근에 러시아에서 발견된 비밀문서들은 레닌도 스탈린에 못지 않는 살육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당간부들 앞으로 쓴 편지 가운데는 이런 문구도 있습니다.
  
  『최소한 백 명 이상의 富農, 富者, 그리고 착취자들을 붙잡아 교수형에 처하라. 수백리에 걸쳐서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벌벌 떨면서 비명을 지르도록 하라』
   레닌은 지성이 악마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줍니다. 정교한 이론이란 것이 인간성을 무디게 하고 양심을 마비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수많은 레닌의 제자들 가운데 이제 김정일과 카스트로만 남았습니다.
  
  20세기의 20대 지도자와 혁명가 명단에 낀 네번째 인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사촌 동생이었습니다. 그의 아내인 엘리너 루스벨트도 20대 지도자에 꼽혔으니 一家에서 세 사람이나 20세기의 20대 인물 중에 들어갔습니다. 타임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공적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는 미국을 경제적 절망상태에서 구출했고, 미국인의 생활양식을 혁신하였으며 이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복잡한 인물이었습니다. 소아마비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었지만 외도를 즐겼고 정치술수에 능했습니다. 그는 선거전략을 짜고 상대방을 골탕먹이는 데 쾌감을 가졌습니다.
  
   그는, 나를 평가할 때는 내가 누구를 적으로 하여 싸우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그러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인명을 희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공황에서 나라를 구출하고 2차 세계대전에서는 자유세계를 구했습니다. 2차세계대전을 결산하면서 대전 이후의 세계질서를 논의한 얄타 회담에서 루스벨트가 스탈린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타임지는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얄타회담에서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는 동부유럽에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民意에 입각한 정부를 수립할 것에 합의하였습니다. 이 합의를 깬 것이 스탈린이었습니다. 이 약속 파기가 냉전의 씨앗이 되었고 냉전에서 미국은 승리자가 되었으며 소련은 패배하였습니다. 타임은 오늘의 세계는 스탈린이 꿈꾸었던 붉은 제국지배하의 세계가 아니고 그렇다고 처칠이 꿈꾸었던 대영제국이 부활한 그런 세계도 아니며 루스벨트가 그렸던 세계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20대 지도자중 다섯번째 인물은 아돌프 히틀러. 히틀러는 20세기의 민주주의에 최대의 위협이었고 악의 의미를 再定義내리도록 했다는 것이 타임의 선정 이유였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 히틀러였다는 것입니다. 유태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공장을 만든, 과학을 이용한 20세기식 학살은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란 이름은 인류의 암흑면을 보여줍니다. 히틀러는 그러나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유럽의 역사적 풍토와 독일의 민족성이 히틀러를 만들어낸 조건이었습니다. 독일 민족은 여러 면에서 우수하고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엄청난 기여를 했지만 권위에 무조건 추종하는 약점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자주적 판단 대신 지도자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맹종하는 게르만적 집단주의 문화속에서 히틀러라는 괴물이 등장하였습니다.
  
  2년 전 하바드 대학의 골드하겐이란 교수는 「히틀러의 자발적 사형집행인들」이란 책을 써 독일 사람들을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태인 학살은 히틀러 개인만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히틀러의 인종청소에 협조한 독일의 보통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책은 독일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많은 논쟁을 불렀습니다만 독일뿐 아니라 권위적인 정부 아래에서는 항상 이런 집단학살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군대나 국가 같은 거대 조직이 내리는 부당한 명령을 개인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거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입니다.
  
   20세기의 20대 지도자 가운데 여섯번째 인물은 윈스턴 처칠. 타임지는 처칠을 뽑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위대한 정치가는 파시즘에 대항하여 고군분투하였고 민주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확신을 재확인하였다. 처칠은 軍人 가문에서 태어나 기병장교로 입대하여 세 차례의 전투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는 또 위대한 문장가였습니다. 그의 웅변은 위기에 처한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습니다. 그에게는 언어가 무기였습니다.
  
  그는 말로써 영국 국민들을 무장시켰습니다. 처칠은 히틀러에 대한 영국인들의 환상을 깨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우파들은 히틀러를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적어도 공산주의자들보다는 히틀러가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칠은 언젠가는 히틀러가 독일을 재무장시켜 침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많은 영국 사람들은 그러한 처칠을 전쟁광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처칠의 先見之明 대로 히틀러가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키자 영국은 자연스럽게 그를 지도자로 맞아들였고 그는 가장 위대한 전쟁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또 공산주의자들의 전략을 가장 먼저 정확하게 파악하여 철의 장막이란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문장력과 대단한 전략지식을 함께 갖춘 점에서 그는 「갈리아 戰記」를 쓴 줄리우스 시저와 비교될 것입니다. 그는 2차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출처 :
[ 2003-01-24, 14: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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