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사기극’의 출발점은 정의용 특사의 트럼프 면담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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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일 김정은 신년사: <6·12 조미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의 요구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습니다.>
  
   지난 1월1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철거를 의미하는 한반도 비핵화 이야기만 하였다.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말은 기왕에 만든 60여개의 핵탄두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이 국민들에게 '김정은이 비핵화하겠다고 했다'고 속인 셈이 된다. 국민만 속인 게 아니다.
  
   정의용 對北 특사가 지난해 3월 김정은을 만나고 와서 한 발표문을 보자.
  
   1.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음.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하였음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음.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
  
  
   여기서 김정은이 말하였다는 비핵화의 조건, 즉 군사적 위협 해소나 체제안전 보장은 한미동맹 해체를 뜻하는 것으로 수십 년간 되풀이 해왔던 말이다. 새로운 게 없다. 그런데 작년 3월9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특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영어로 설명하였다.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비핵화(약속)를 결심하였다고 말했다고 전하였다.”
  
   문제는 '비핵화'의 개념이다. 김정인이 말한 비핵화는 핵폐기가 아니다. 정 특사는 이어서 이렇게 설명한다.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 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에 감사하면서 영구적인 비핵화를 이루기 위하여 5월 이내에 만나고싶다고 했다."
  
   정의용 특사는 지난해 3월 초 김정은을 만나고 와서 한 언론 발표문에선 북측이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고 했는데 백악관 발표문에선 한반도를 빼고 '김정은이 비핵화를 결심하였다'고 전하였다. 그런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전혀 다르다.
  
   한반도 비핵화(조선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의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와 핵우산 철거 등 한반도 전체의 비핵지대화를 의미한다. 만약 그런 설명 없이 트럼프에게 김정은의 비핵화를 설명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왜곡이다. 트럼프는 ‘비핵화’에 두 가지 뜻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비핵화’ 차이를 아는 전문가가 없었거나 있어도 트럼프가 너무 졸속으로 회담을 결정하는 바람에 조언이 먹혀들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한 정의용 특사의 언론 발표문에는 김정은이 말한 ‘한반도의 비핵화’ 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백악관 발표문엔 없었다. 김정은이 정의용 특사에게 약속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인데 트럼프가 정 특사의 설명을 듣고 ‘북한의 비핵화’ 다짐이라고 오해하였다면 이는 중대사태이다. 트럼프가 '영구적 비핵화'를 이루고싶다고 한 것은 문맥상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이다.
  
   정의용 특사가 평양에서 돌아와 발표한 언론발표문 4항의 ‘비핵화’ 의미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였다. 즉 김정은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놓고 트럼프와 이야기하자고 한 것인데,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나면 북한의 비핵화를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정의용 특사의 전달 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트럼프는 트위트에서 <김정은은 남한 특사와 만나 핵동결뿐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하였다. 이 시기엔 미사일 시험도 없을 것이라 한다. 큰 진전이 있었지만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지속될 것이다. 회담이 계획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가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로 생각하였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속엔 주한미군 철수도 포함된다는 점을 알았다면 과연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을까?
  
   *트위트 원문
   Kim Jong Un talked about denuclearization with the South Korean Representatives, not just a freeze. Also, no missile testing by North Korea during this period of time. Great progress being made but sanctions will remain until an agreement is reached. Meeting being planned!
  
   정의용 특사는 지난해 3월9일 백악관 발표문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한국과 미국 및 일본, 그리고 세계의 여러 협력국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완벽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지지한다."
   “The Republic of Korea, along with the United States, Japan, and our many partners around the world remain fully and resolutely committed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여기서 말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뜻한다. 즉 정의용 특사가 그날 트럼프에게 전달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북한의 비핵화'였다. 그런데 그 뒤, 김정은은 한번도 북한의 비핵화를 말한 적이 없다. 이 정도면 정의용 특사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트럼프와 세계를 속였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아닌가? 비핵화 사기극의 주역은 김정은이 아니고 문재인 정권이란 말이 틀렸나?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을 앞둔 지난해 4월19일 “북한은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면서 “오로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종식, 자신에 대한 안전보장을 말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48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비핵화 개념에서 (남·북·미 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주장하면서 핵확산을 금지한다든가, 동결하는 선에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 대해 확인됐기 때문에 북·미 회담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바로 다음 날 문 대통령의 이 말을 무효로 만들어버린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하여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선언하고, 앞으로는 핵군축 회담에 나서겠다고 다짐하였던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문 대통령의 중대한 실언을 추궁하였어야 했으나 오히려 핵보유국 선언을 비핵화 의지 표명이라고 왜곡 보도하여, 독자들을 또 다시 오도(誤導)하였다.
  
  
   *아래는 정의용 특사의 2018년 3월9일 백악관 발표문
  
   “Good evening.”
  
   “Today, I had the privilege of briefing President Trump on my recent visit to Pyongyang, North Korea. I’d like to thank President Trump, the Vice President and his wonderful national security team, including my close friend General McMaster. I explained to President Trump that his leadership and his maximum pressure policy, together with international solidarity, brought us to this juncture. I expressed President Moon Jae-in’s personal gratitude for President Trump’s leadership.”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Kim pledged that North Korea will refrain from any further nuclear or missile tests. He understands that the routine joint military exercises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must continue. And he expressed his eagerness to meet President Trump as soon as possible.”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 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The Republic of Korea, along with the United States, Japan, and our many partners around the world remain fully and resolutely committed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long with President Trump, we are optimistic about continuing a diplomatic process to test the possibility of a peaceful resolution.”
  
   “The Republic of Korea, the United States and our partners stand together in insisting that we not repeat the mistakes of the past, and that the pressure will continue until North Korea matches its words with concrete actions.”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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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미·북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망신(political embarrassment)’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품기 시작하면서 주변 참모들과 동맹국 관계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전달하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핵 포기를 강요하면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발표에 놀라면서 화를 냈다”고 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위험 부담을 떠안고 미·북 회담을 계속 진행할지를 두고 참모들에게 질문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상의 담화 발표 직후인 지난 17∼18일 참모들에게 미·북 정상회담 진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북한의 공식 담화 내용과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 이후 자신에게 전달한 내용이 왜 모순되는지를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완전한 핵포기를 약속한 것처럼 전했는데 이는 북한의 眞意를 왜곡, 전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NYT에 따르면,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회담을 지나치게 갈망하는 신호를 보인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열망을 포착한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약속을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요소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는지 여부 등 세부 협상 계획을 둘러싼 전략을 두고도 걱정스러워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 능력,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 및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관한 세세한 브리핑을 듣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김정은이 트럼프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평하였다. “김정은은 북핵의 미래에 관한 체스판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에 관한 체스판이라는 두 개의 게임을 놓고 멀티플레이어가 되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로서는 잘못된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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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미북(美北)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이 현시점에선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회담 철회 의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미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미북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을 확신한다”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란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최근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으로 미루어 오랫동안 준비했던 회담이 열리기엔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이 언급하는 ‘핵 역량’에 대해 “미국의 핵역량은 매우 강력하다. 우리의 핵 역량이 사용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언젠가는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을 풀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북한을 비롯, 전세계는 평화와 번영, 부(富)를 누릴 훌륭한 기회를 잃었다”며 이는 역사상 정말로 슬픈 순간이라고 밝혔다.
  
  
  
  
  
  
[ 2019-03-04, 12: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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