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푸념, "이런 기차여행 다시 할 필요가 있나?"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우리가 이런 기차 여행을 다시할 이유가 있을까?"(For what reason do we have to make this train trip again?)
  
  김정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귀국하는 길에 이같이 말했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副相이 어제 평양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김정은은 왕복 8000㎞ 를 여행했다. 최선희는 이날 평양에서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긴급 회견에서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전했는데 크게 당황했음을 짐작케 한다.
  최의 설명에 따르면 협상 방식이 '괴상했다'(eccentric)는 것이다. 최선희는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대화할 용의가 있었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더이상 대화는 없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면서 "이런 별난 협상 방식에 김 위원장은 어리둥절했다(Kim was puzzled)"고 말했다.
  그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안할지 국무위원장(김정은)이 결정할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깡패(gangster)와 같은 미국의 협상 태도는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최선희는 다만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선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두 사람의 궁합은 불가사의하게 훌륭하다(chemistry is mysteriously wonderful)"고 말했다.
  
  최선희는 지난달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김정은의 느낌을 전했다. "국무위원장 동지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좀 이해가 잘 가지 않아하는 느낌"이라면서 "지난 시기 있어 보지도 못한, 영변 핵단지를 통째로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제재 결의의 부분적 해제가 어렵다는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으실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었다.
  
  
  볼턴은 흔들림 없이 원칙 강조
  
  하노이 회담이 볼턴의 포석에 따라 결렬된 이후 볼턴의 발언을 재점검 해보니 트럼프와 폼페오와 달리 그의 발언이 가장 강경하면서도 일관성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수도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트럼프의 용인 하에 이뤄졌을 것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를 다루는 데 성공하였다고 평가하고 볼턴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회담 결과가 볼턴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오자 미국 언론도 볼턴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었다. 볼턴은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이 회담은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고 안심시켰다고 한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인 2018년 6월20일 볼턴은 폭스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와는 반대로 김정은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김정은이 수십 년 동안 개발해온 핵무기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할지에 대한 결정적이고 극적인 선택을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에게 이 점을 매우 분명히 했고, “북한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폼페오 국무장관 등이 북한 측과 만나 논의를 할 것이고 북한이 이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를 꽤 빨리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합의문에는 김정은의 비핵화 확약이 실려 있지 않은데도 볼턴은 줄기차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김정은의 약속이라고 밀어붙인다. 합의문의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의 핵폐기‘로 해석하는 것이다.
   2018년 7월1일 볼턴은, CBS 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북한 핵무기 등의 폐기를 신속하게 달성할 프로그램을 고안해왔다”며 “1년 안에 폐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매우 빠른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8월5일 볼턴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내 비핵화 가능성은 김정은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이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 약속을 했고, 1년 이내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털어놓았다.
   2018년 9월10일 볼턴은 워싱턴에서 VOA 기자와 만나 거듭 1년내 비핵화의 근거를 밝혔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2년 내 비핵화할 수 있다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1년 내에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되물었고 김정은은 1년 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볼턴을 과소평가한 김정은, 기습 당하다
  
  2018년 12월4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나도 김 위원장과 관계를 형성했다”며 싱가포르에서 나눈 일화도 소개했다. 오찬에서 김 위원장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며 “북한으로 돌아가 ‘강경파’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당신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2018년 12월6일 볼턴은 미국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김정은에게 주는 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북한으로부터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지가 있다는 말을 수십 년 동안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했다. 언론은 볼턴의 이 말을 무게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결착이 되었다.
   2019년 1월25일 볼턴은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못을 박는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의 의미 있는 신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비핵화를 얻었을 때이다.”
   돌이켜보면 이 발언은 2월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한 제안의 가장 정확한 예언이었다. 당시는 김정은도 이 발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스캔들로 궁지에 빠진 트럼프가 간절히 회담을 바라고 있으므로 1 대 1 담판에서 싱가포르처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1월31일 협상 실무자인 스티픈 비건 대표는 스탠포드 대학 연설에서 묘한 표현을 하였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그러나 우리는 상대편이 모든 것을 다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 애매한 말에 대하여 영변 폐쇄와 제재의 실질적 해제를 교환할 수 있다고 해석했을지 모른다.
   2월27일 하노이 회담 전야(前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빅딜, 즉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와 제재해제 및 경제원조를 제안한다. 여러 번 팔아먹었던 영변 핵시설 폐쇄 카드를 들고 나와 실질적 제재 해제와 맞바꾸려던 김정은은 기습을 당한 셈이 되었다. 모든 핵시설과 핵탄두뿐 아니라 세균무기와 독가스까지 폐기하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김정은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던 트럼프가 볼턴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고 느꼈을 때는 너무 늦었다.
  
  "지렛대는 김정은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다."
  
   2019년 3월3일 볼턴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빅딜 제안을 수용 안해 합의가 결렬됐다면서도 실패로 규정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CBS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과거처럼 쪼개파는 식의 거래는 안하겠다고 선언하였다.
   2019년 3월5일 볼턴 보좌관은 5일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제재 해제도 없다”고 했다.
   2019년 3월10일 그는 ABC 방송에 출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리는 비핵화의 개념으로서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을 포함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폐기는 물론, 생화학무기도 북한의 대랑살상무기 프로그램 제거 개념에 처음부터 포함했다. 이것은 주한미군과 한국, 일본에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를 피하려고 하며, 그중 하나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라는 술책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경제제재는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지렛대는 북한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의 지렛대 발언은 미국이 주도권을 쥐었다는 뜻인데 이로써 김정은 문재인 시진핑이 이끌던 한반도의 핵게임 판이 바뀐 것이다. 볼턴은 상황을 작년의 평창 올림픽 이전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하였다. 김정은은 약점과 패를 보임으로써 훨신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김정은이 다음 수를 생각하는 동안 볼턴도 내심 김정은 정권의 붕괴만이 북핵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평소 생각을 전략과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 2019-03-16, 13:4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白丁     2019-03-16 오후 9:40
문재인에게 속았지. 너나 트럼프나…
   태극당     2019-03-16 오후 2:31
good analysis!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