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에티오피아 사고 전 조종사들로부터 시정 조치 받았으나 거절”
“FAA, 운항 승인 위한 안전검증 과정 보잉측에 위임”

金永男(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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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89명 전원 사망), 2019년 3월 10일 발생한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57명 전원 사망) 이후 중단됐다. 같은 기종의 비행기가 연달아 사고가 발생했으며 비행기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아메리카 항공 조종사들이 인도네시아 사고 이후 보잉측과 비공개 회의를 갖고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즉시 보완할 것과 운항중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규제 당국에 긴급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잉측은 비행기 수리를 서두르는 것을 원하지 않고 조종사들이 관련 문제를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비공개 회의는 인도네시아 사고 발생 약 한 달 후인 11월 27일 아메리카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본부에 있는 회의실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마이크 시넷 보잉 부사장과 보잉의 시험조종사인 크렉 봄벤, 그리고 보잉의 로비를 담당하는 존 몰로니가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녹음된 음성파일을 입수했으며, 시넷 부사장은 이날 보잉 737 맥스 8 기종부터 새롭게 도입된 자동 실속방지시스템 등 설계 측면의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별다른 조치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이 사건의 유일한 원인이 이 비행기 기종의 특성 때문이라고는 누구도 결론짓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마이클 미카엘리스 아메리칸항공 조종사는 보잉이 미 연방항공청(FAA)과 접촉해 긴급 운항 적합성 조사 지시를 내릴 것을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FAA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항공 사고 이후 자동실속방지시스템과 관련된 조종 매뉴얼을 수정하라는 지시사항을 내렸었다. 미카엘리스는 보잉이 FAA로 하여금 맥스 8 기종의 관련 소프트웨어를 보완할 것을 지시하도록 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시넷 부사장은 현시점에서 사고 원인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비행기에 안전성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런 회의가 있고 얼마 후 에티오피아에서 또 한 차례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FAA가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을 처음 승인하는 과정에서 안전 관련 검증 절차를 직접 실시하지 않고 보잉측에 검증을 맡겼다고 보도했다. 이는 FAA의 초기 수사보고서에 담겨 있으며 관련 내용은 15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소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운항 승인 과정에서 FAA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실속방지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자동실속방지시스템은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라는 기술로도 불린다. 보잉은 2017년부터 판매한 737 맥스 8부터 이를 탑재했다. 이 시스템을 쉽게 설명하면 기수(機首)가 너무 높은 각도로 향할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 장치(stabilizer)가 작동해 꼬리를 위로 올라가게 한다. 꼬리를 올려 기수를 낮추는 방식이다. 비행기는 고도가 너무 높게 향하면 실속하게 돼 이를 방지하는 작업을 자동으로 하도록 한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여객기들은 적정 각도로 비행하고 있는데 실속 방지 시스템이 작동, 즉 기수를 밑으로 떨어지게 해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FAA는 보잉이 운항 승인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고의적으로 제출하거나 승인 절차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FAA가 안전과 직결된 MCAS를 왜 애초에 독자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보잉에 위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보잉은 현재 MCAS 관련 소프트웨어를 보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 여객기 사고 원인은 모두 제대로 비행하고 있는데 자동실속방지시스템이 기수를 강제적으로 낮춰 발생한 것으로 좁혀지고 있다. 비행기 앞부분에는 받음각(Angle-of-attack)이라고 불리는 센서가 두 개 달려 있다. 이 센서는 비행기의 각도를 측정해 기수가 너무 높으면 자동적으로 MCAS를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고의 경우는 센서 두 개 중 하나의 센서가 보내온 잘못된 신호로 인해 MCAS가 오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잉은 두 개의 센서가 보내오는 각도와 신호에 큰 차이가 날 경우 MCAS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는 수정조치를 할 계획이다.

비행기의 경우 센서 두 개 중 하나가 오작동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여러 보완장치를 해 하나의 센서가 오작동해도 보완할 수 있는 조치를 사전에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잉이 설계 초기에는 한 개 센서의 오작동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훈련된 조종사라면 잘못된 신호가 들어와도 센서 오작동으로 알고 잘 조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 2019-05-15, 13:1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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