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싱가포르 합의문을 다시 읽어보니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싱가포르 회담이 1년 지났다.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하였다고 주장한다. 아래 글을 읽어보면 합의문엔 그런 대목이 없다. 그럼에도 미국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문맥과 상관 없는 국력, 특히 군사력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 합의문은 현실과 어긋날 때 휴지가 되기도 한다.
  //////////////////////////////////////////////////////////////////////
  
  
  
  
  
  작년 싱가포르 회담의 트럼프-김정은 합의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트럼프가 김정은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알 수 있다.
  
  합의문을 읽어보자.
  
  3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북한 발표)
  
  2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했다. 3항은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고, 2항은 노력하는 의무를 명시하였다.
  
  1항도 <조선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하여 노력한다는 게 아니고 의무화하였다.
  
  따라서 3항은 노력할 것을 약속한 것이지 비핵화를 약속한 게 아니고, 더구나 북한만의 비핵화를 약속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영어문장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1.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commit to establish new U.S.-DPRK relations in accordance with the desire of the peoples of the two countries for peace and prosperity.
  
  2.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will join their efforts to build a lasting and stabl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3. 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munjom Declaration, the DPRK commits to work toward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4.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commit to recovering POW/MIA remains including the immediate repatriation of those already identified.>
  
  
  1항은 commit to establish, 2항은 will join their efforts to build, commit to recovering으로 강한 의무적 표현인데, 3항은 commits to work towards이다. 그냥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이다. 즉 비핵화를 약속한 게 아니고 그 방향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비핵화는 북한이 의무적으로 할 일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
  
  3항이 인용한 판문점 선언의 해당 문장도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약속이 아니라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한 정도이다.
  
  
  판문점 선언: <④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South and North Korea confirmed the common goal of realizing, through complete denuclearization, a nuclear-free Korean Peninsula.)>
  
  한반도 비핵화는 의무사안이 아니고 공동의 목표이다. 외교문서에서 '공동의 목표'는 실행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쓰는 선언적으로 '앞으로 잘해보자'는 정도의 표현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독소조항이 붙어 있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의 조치가 무엇이냐인데 이는 4월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지칭한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이 결정서에서 북한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선언하고 핵군축회담에 나서겠다고 했다.
  
  트럼프-김정은 합의는 완전히 북한식 문법으로, 북한식 전략대로 이뤄졌다. 북한은 앞으로 트럼프로부터 핵보유국 자격을 인정 받았으며 자신들의 비핵화를 약속함이 없이 한미동맹 해체를 의미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하여 노력한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한 외교관은 'commits to work towards'가 라틴어의 'pactum de contrahendo'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라틴어는 'commitment negotiate to'로 번역된다. 즉 협의하기로 약속하였다는 의미이다. 이를 트럼프-김정은 합의에 적용하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하여 북한은 협의하기로 약속하였다는 뜻이다.
  
  이런 합의를 만들어놓고도 폼페오와 트럼프는 김정은으로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약속하였다고 주장한다. 억지이다. 무식한 합의를 덮으려는 것이다. 한국의 트럼프 팬들은 이런 문장을 읽지도 않고 트럼프가 이겼다고 한다.
  
[ 2019-06-11, 12: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