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교수가 '명예교수'를 사칭하고 다녔다고?
기사에 '명예교수'라고 쓰거나 토론회 등에서 '명예교수'라고 하면, "나는 명예교수가 아니다"라고 바로잡아 줘.

배진영(월간조선 뉴스룸)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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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중 하나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명예교수'를 사칭하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승만학당 홈페이지나 강연 홍보물 등에서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표기했다는 것이다.
  사칭(詐稱)이란 ‘이름, 직업, 나이, 주소 따위를 거짓으로 속여 이름’이라는 의미다. 남을 속이고 그로 인해 어떤 이익을 보겠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가 아는 한, 이영훈 교수는 서울대 명예교수를 사칭하고 다닌 적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년(停年)퇴임한 노(老)교수는 당연히 ‘명예교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명예교수’라고 호칭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관행에 가깝다. 하지만 이영훈 교수는 남이 자기를 ‘명예교수’라고 호칭하면 적극적으로 “나는 명예교수가 아니다”라고 바로잡아주었다.
  
  기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2017년 기자는 《월간조선》 4월호에 이영훈 교수 인터뷰를 했다. 이 교수는 그해 2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임을 했고, 기자가 그를 인터뷰한 것은 2월 말, 책이 발간된 것은 3월 17일이었다. "원하신다면 초고를 보내드릴 테니 한 번 보시라"고 했지만, 이 교수는 "알아서 잘 쓸 텐데 굳이 볼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책이 나온 후 이영훈 교수와 통화를 했다. 이 교수가 말했다.
  “다 잘 썼는데, 하나가 잘못 됐네요. 큰 잘못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를 믿고 기사도 안 보겠다고 하셨는데, 무슨 실수를 했나'싶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뭐가…잘못됐습니까?”
  “제목에 ‘명예교수’라고 적었던데, 난 명예교수가 아니에요.”
  
  당연히 ‘명예교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로서는 당혹스러운 얘기였다.
  “아니, 명예교수가 아니시라고요....”
  “내가 성균관대에 있다가 서울대로 옮겨갔는데, 서울대에서는 재직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명예교수를 줍니다. 재직 기간이 4개월 모자라서 명예교수가 못 됐어요. 하하하.”
  “그동안 학문적 업적도 있고 한데, 4개월 모자란다고 명예교수를 못 준다니…서운하지 않으세요?”
  “서운한 거 없어요. 어차피 대학에서 강의하는 일에는 이제 크게 관심이 없어요. 여생은 우리 국민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저술이나 대중교육에 바칠 생각이니까요.”
  이후 기자는 이영훈 교수에 대한 작은 기사를 몇 번 쓰면서, 꼭 ‘전(前) 서울대 교수’라고 썼다.
  
  기자는 이영훈 교수와 현대사 관련 토론회 등에서 자주 조우했다. 사회자가 이 교수를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소개하면, 이 교수가 “나는 서울대 명예교수가 아닙니다”라고 바로잡아 주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여생은 우리 국민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저술이나 대중교육에 바칠 생각’이라는 다짐대로 이영훈 교수는 이승만학당을 열었고, 2018년에는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라는 책을 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일종족주의》 출간을 주도했다.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의 저자 소개를 보면 ‘한신대학 경제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2002년 이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7년에 정년을 하였다’고 되어 있다.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소개에서도 ‘한신대, 성균관대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정년퇴직하였다’라고만 되어 있다.
  
  홈페이지나 홍보물 등에 이영훈 교수를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표기한 이승만학당측은 곤혹스러워 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정년퇴임한 노교수를 ‘명예교수’라고 하다 보니 무의식 중에 그렇게 표기했다. 지방강연 홍보물 등의 경우, 이승만학당 관계자들이 살펴보았지만, 그 부분을 놓쳐버렸다”고 해명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변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매달 잡지를 만들면서, 책이 나온 후에야 뒤늦게 오-탈자를 발견하고 ‘왜 이걸 놓쳤지’라며 탄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기자로서는, 그런 실수는 원칙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도 이영훈 교수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명예교수'라고 쓴 적이 있다. 크건 작건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것은 기자로서는 부끄러운 기억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것은, 이영훈 교수가 ‘명예교수’를 사칭하고 다닌 적도 없고, ‘명예교수’를 사칭함으로써 어떤 이득을 얻을 이유가 없는 분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영훈 교수가 명예교수를 사칭하고 다녔다’는 보도는 《반일종족주의》를 비롯해 이 교수의 학문적 주장에 대해 학문적 토론으로 대응할 만한 의지도, 지력(知力)도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2019-08-13, 17: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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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丁     2019-08-13 오후 8:49
동아일보가 물고 늘어지네요. 무슨 底意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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