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의 다소 우울한 ‘기생충 작품상 수상’ 기사
“非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 전주(前週)보다 늘었지만…”

金永男(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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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기사에서 할리우드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외국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기생충이 상을 받은 이유는 한국에서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가 현시대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영화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이런 영화를 할리우드에 있는 어느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작품상 후보에 오른 대부분의 작품들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기생충만은 요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점이 좋았다는 평도 내놨다. 관련 기사를 전문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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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수는 있다. 하지만 2월 9일 열린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마침내 작품상을 영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에 시상했다. 수상 작품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생충’으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도 수상했다. 이날 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승자였다. 이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 있어 승리의 하루였다. 그는 ‘살인의 추억’과 ‘옥자’ 등의 영화로 유명한 감독이다.

기생충의 대성공은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환호를 받고 있다. 영어로 소통하는 세상에서 국제 영화가 큰 승리를 차지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1월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의 최근 성공 사례는 이런 장벽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5월 열린 칸 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았고 이후부터 계속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잇다. 이번에는 오스카상도 여러 개를 받았다. 아마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 작품상을 받게 되는 많은 영화 중 첫 번째를 기록하게 될 수도 있다.

아마도 말이다. 올해는 (오스카에 있어) 아주 상징적인 해이다. 2017년도 마찬가지였다. 흑인이자 동성애자 출신 주인공이 출연한 저예산 영화 ‘문라이트’는 2017년에 작품상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오스카상 후보들을 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남성 감독의 작품이고 백인 주연 배우들이 출연했다. 할리우드에서 이런 편향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앞으로 타게 될 가능성은 지난주와 비교해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92년 동안 한 번이나 두 번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큰 핵심은 한국의 영화가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라 이 특정한 영화가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요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봉 감독은 각 4인으로 구성된 두 가족을 통해 어두운 풍자 영화를 그려냈다. 한 가정은 화려한 맨션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다른 한 가족은 좁은 반지하집에 갇혀 살다시피 한다. 그러다 부자 가족이 사는 집에 일자리들을 얻어 들어가게 된다.

오스카상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생각되는 장엄한 서사시를 담은 영화가 아니었다. 기생충은 사회계층간의 갈등과 영화 중반부에서 입을 딱 벌어지게 하는 정도의 내용을 담은 평범한 소설 내용이었다. 할리우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영화나 비슷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이나 조던 필스의 ‘어스’가 지난해 상영된 미국 영화 중에서는 현시대의 사회 정치 이슈를 다루는 등 (기생충과) 가장 비슷한 내용을 다룬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 둘 다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드라마나 코미디 장르로 20세기나 그보다 전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포드 대 페라리’는 1966년 모터 레이싱이 한창인 시절의 패션과 동지애를 담은 영화였다. 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1979년 영화계의 패션과 동지애를 담았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조조 래빗’과 샘 멘데스의 ‘1917(이 영화는 오스카상의 유력후보로 꼽혀왔다)’은 세계대전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레타 거위그의 ‘작은 아씨들’은 미국 남북전쟁 때가 배경이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은 1950년대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배트맨의 정적(政敵)인 조커가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는 1981년이 배경이었다.

아카데미가 과거에 발생한 역사적인 일이 아니라 요즘 세상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놀이기구와 같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시상을 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시상을 한 것만큼 극단적인 일이다. 내년 작품상 후보에도 이와 같은 작품들이 더 많이 포함된다면 고무적일 것이다. 영화의 언어가 어떤 것이었든 말이다.

[ 2020-02-11, 15:3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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