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독재자 알-바시르 ICC 재판 받을 가능성 열리나?
과도정부 ICC 회부 동의…그럼에도 여전히 팽배한 ICC 무용론

金永男(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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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前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출처: 美 국방부

 

수단의 독재자였던 오마르 알-바시르가 마침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재판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는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등의 혐의로 ICC에 제소된 상황이다. 30년간 수단을 독재해온 그는 지난해 4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됐다. 수단 과도정부는 2월 11일 알-바시르가 ICC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데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알-바시르는 현재 수단의 수도 하르툼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가 수단에서 수감된 혐의는 대량학살과 같은 끔찍한 죄목이 아니라 부패 및 돈세탁 때문이다. 이런 그가 헤이그에 있는 ICC에서 재판을 언제 받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도정부는 현재 反軍 등 세력들과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반군은 알-바시르를 ICC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고 과도정부가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알-바시르는 물러났지만 수단에서는 여전히 폭력 사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최소 54명이 숨졌고 4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됐다. 모두 수단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내전적 사태에 따른 것이다.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는 2003년 시작됐는데 이때부터 약 30만 명이 숨졌다. 대다수는 전쟁에 따른 기아와 질병에 의해서였다. 200만 명 이상은 살던 집을 잃게 됐다. 수단에서 발생한 비극은 종교와 인종에 따른 것이었다. 아랍계가 장악한 수단 군부가 흑인 아프리카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것이다. 수단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우선 짧게 소개한다.

알-바시르는 1989년 여름 군부 쿠데타를 통해 수단의 민선 정부를 무너뜨렸다. 이후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노선을 걷게 됐으며 기독교 세력을 탄압했다. 이 과정에서는 이른바 ‘다르푸르 사태’라고 불리는 인종청소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는 이로 인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람이다.

알-바시르는 2000년 초 발생한 수단-다르푸르 사태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기소됐다. 수단 정부(이슬람 정권)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州에서 흑인들이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종족 및 종교 간의 갈등을 造成(조성)해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이었다.
 
2003년 2월부터 2004년 10월 사이 이 지역에서 흑인 기독교인 30~40만 명이 숨지고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사태는 서방 기자들과 인권 단체에 의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수단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5년 3월, 유엔 안보리는 수단 사태를 ICC에 회부했으며 ICC는 그해 6월부터 자체조사에 나섰다. ICC는 알-바시르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과 잔자위드 민병대 지휘관 등 총 6명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ICC는 2009년 3월과 2010년 7월, 두 번에 걸쳐 알-바시르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親 알-바시르계 민병대 및 시위대가 대통령을 보호했고, 국제사회도 수단 정부를 자극하고 체포를 강행할 시 다른 형태의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섣불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ICC는 알-바시르를 총 10개의 罪目(죄목)으로 기소했다. 그는 살인∙몰살∙강제 이송∙고문∙강간 등 반인도적 범죄 5건과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무고한 시민을 고의적으로 공격하도록 지시’ 및 약탈죄 등 2건의 전쟁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살인을 통한 대량학살, 心身(심신)에 피해를 주는 형태의 대량학살, 특정 집단의 생활 환경을 악화시켜 육체적 괴로움을 가하는 형태의 대량학살 등 3건의 대량학살 혐의도 포함됐다.

위에 소개한 범죄의 중대성을 보면 알-바시르는 바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을 받아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수단 과도정부가 우선은 알-바시르를 헤이그로 보내는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 결속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일부 수단 사람들은 알-바시르를 자국이 아닌 국제사회의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ICC가 위치한 헤이그가 아닌 다른 지역(하이브리드), 혹은 수단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사안은 ICC가 결정할 문제다.

알-바시르가 ICC의 재판을 받을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우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프리카와 ICC의 갈등 때문이다. ICC는 설립된 지 20년이 채 안 되는 기관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 법원에 제소된 모든 사람들은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ICC가 자신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알-바시르는 ICC에 제소된 이후에도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했다. 이들 국가들은 알-바시르를 체포해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으나 이를 따르지 않았다. 참고로 알-바시르는 2015년 9월 3일 열린 중국 ‘전승 70주년 열병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때도 일부 국제인권단체들은 알-바시르를 체포해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했으나 그는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알-바시르의 재판에 따라 아프리카와 ICC간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ICC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한 데 ICC가 알-바시르 재판의 취지를 제대로 설득하고 적법한 심판을 받도록 한다면 시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ICC의 갈등은 2016년에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부룬디, 그리고 감비아가 ICC에서 탈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룬디는 ICC가 자국 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자체조사하는 것에 반발했다. 남아공은 2015년 알-바시르가 남아공에 왔을 때 그를 체포하지 않았다는 ICC의 지적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부룬디만 탈퇴하고 남아공과 감비아는 ICC에 머무는 방안을 택했다. 또한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 역시 ICC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ICC는 기본적으로 결함이 많은 조직이다. 설립 당시부터 매우 소극적으로 만들어져 기소할 수 있는 방법이나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권한이 적다. 또 하나의 문제는 ICC의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대개 특정 국가에서 권력을 잃은 지도자들이다. 권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가 권력을 잃으면 그제서야 재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프리카 전문가인 필 클라크 교수는 “권력을 잃지만 않으면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했다.

참고로 ICC 검찰부는 지난해 12월 ‘2019 예비조사 활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검찰부는 김정은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겪는 노동 착취와 열악한 환경이 반인도범죄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검찰부는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인을 한국 국적자로 보기 때문에 김정은을 ICC 회원국인 한국의 국적자로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북한인들이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실상에서는 법적 절차 등을 밟아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자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북한인이 한국 거주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특정 범죄자의 경우 한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들었다.

해외 노동자의 경우는 인권 유린과 국제노동법 위반 소지는 있지만 ICC가 다루는 반인도범죄의 노예조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릴 수 있고 평생 그곳에서 근무해야 하는 규정 등이 없다는 게 ICC 검찰부의 주장이다.

ICC 검찰부는 지난 2014년 6월에도 허무한 법적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전쟁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안함 폭침의 경우는 북한 소행이 확실하지만 두 나라는 사실상 전쟁중이기 때문에 군인을 공격한 것은 전쟁범죄가 아니라고 했다. 연평도의 경우는 총 230발 중 50발이 해상에 떨어지고 30발이 민간시설에 떨어졌으므로 민간 피해를 주목적으로 공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판단들로 인해 ICC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많다. ICC의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을 다룬 기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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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起訴(기소)할 수 있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조사를 통해 본 ICC의 역할과 한계
金永男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와 미국 국무부는 年初(연초) 방대한 양의 북한 인권보고서를 각각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현재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회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보고서를 인용한 여러 언론보도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한반도 정세에 아주 긍정적인 변화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언론보도 등에만 의존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올해 6월23일 국제형사재판소 검찰부는 천안함 爆沈(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지난 3년6개월간 조사했지만 전쟁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ICC의 기능과 문제점,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ICC 검찰부 북한 조사 보고서 全文을 번역해 소개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두 기관 모두 국가 차원의 범죄와 분쟁을 해결한다는 것은 같지만 다루는 사건에는 차이가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경우는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독도의 영유권 문제 등이 국제사법재판소가 다룰 수 있는 사안이다. 쉽게 설명하면 두 나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개인의 죄를 다루는 기관이다. 개인의 죄라는 게 自國(자국)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사사건건 다룬다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사건들을 말한다. 反인도적 범죄, 집단학살, 전쟁 범죄 등이 현재 ICC가 다룰 수 있는 사안들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02년에 설립돼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起訴(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국가의 數(수)도 8곳뿐이다(우간다, 콩고,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리비아, 코트디부아르, 말리). 數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게 국제형사재판소에 提訴(제소)하는 방법과 관할권 등이 매우 복잡하고 제한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사건을 제소하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첫 번째 방법은 ‘자체적 위탁(Self-Referral)’ 이다. 국제형사재판소 가입국(현재까지 122개국, 북한은 가입하지 않음)이 자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식이다. 콩고,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가 이런 경우이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과거 정권의 지도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CC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다룬 사건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이뤄진 콩고 內戰(내전) 당시 소년병(만 15세 미만의 병사)을 전투에 투입한 콩고 叛軍(반군)무장세력 지도자 토마스 루방가 사건이었다. 콩고 정부가 내전이 잠잠해지고 난 후 반군 지도자를 ICC에 제소했다. 루방가는 2006년 3월 체포돼 2012년 14년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기간 동안 수감된 6년을 제하고 8년의 형기가 남아있지만, 현재 루방가는 항소심을 신청한 상태다.
 
판결문 대부분은 소년병들이 자의적으로 입대했는지 아니면 강제로 징집됐는지를 가리는 데 할애됐다. 많은 소년병이 강제로 징집됐다는 사실이 현지에 파견됐던 서방 특파원들과 인권단체들을 통해 확인됐다. 그중에는 부모들이 세금 납부 대신에 소년들을 반군에 넘겨주는 행위가 있었음이 밝혀져 조사기간이 길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보상을 위해 강제징집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의 신분을 얻기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해 판결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재판소는 ‘미성년자는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사고 능력이 떨어지므로 자의적 지원은 강제징집에 다름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고, 이 소년병들을 실전에 투입했다는 죄목으로 루방가에게 14년 형을 선고했다. 루방가는 2006년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이송돼 ICC 구류소에 구금돼 있다. 헤이그 구류소의 상황은 콩고 평민들이 생활하는 수준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며 항소심을 신청한 루방가는 또 몇 년간을 구류소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후 가령 김정은이 ICC에 기소된다 하여도 김정은이 자국민을 억류한 정치범수용소와는 차원이 다른 헤이그 구류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두 번째는 유엔 안보리에서 직접 ICC에 제소하는 방식이다. 수단과 리비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제소한 두 나라다. 유엔 안보리의 특성상 상임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중 한 곳이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2000년대에 일어난 수단사태가 이 방식으로 ICC에 제소된 경우다. 수단 정부(이슬람 정권)는 다르푸르(Darfur) 지역에서 흑인들이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민병대 잔자위드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진압 기간 중 7만 명이 넘는 인원이 사망해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미국이 주도해 수단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2010년 ICC가 수단의 당시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에게 전쟁범죄 및 대량학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아직까지도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親 알-바시르계 민병대 및 시위대가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수단 정부를 자극하고 체포를 강행할時 다른 형태의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섣불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ICC 검찰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직권 조사(Proprio Motu)’ 방식이다. 최근 ICC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전쟁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발표를 했는데 이 경우가 ‘직권 조사’에 해당한다. 자체조사의 과정은 우선 ICC 검찰부가 예비조사를 끝내고 범죄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찾으면 이를 예비재판소에 제출한다. 예비재판소에서 사건의 기소 및 처벌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검토한 후 이를 정식 재판소로 보낸다. 케냐와 코트디부아르가 이 방식으로 제소된 국가이다. ICC는 지난 2007년 케냐의 대통령 선거 이후 벌어진 종족 분쟁 유혈사태로 약 1000여 명이 숨지자 자체조사를 펼쳤다. 자체조사 후 지금의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부통령을 反인륜범죄로 기소했지만 아직까지 출석에 응하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에겐 ICC만으로는 제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제한적인 제소 방안들 때문인지 여태껏 ICC가 다룬 사건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ICC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ICC가 다룰 수 있는 사안이나 방법이 이렇게 제한적이고 조심스러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대한 범죄를 국제사회 차원으로 다룬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독일을 다룬 뉘렌베르크재판과 도쿄戰犯(전범)재판이 시초라면 시초이다. 전범들을 처벌했다는 점이 국제사회에 커다란 도약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두 재판 모두 법률不遡及(불소급)의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注: “법률 없이는 형벌도 범죄도 없다, Nullum Crimen Sine Lege”). 反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을 다뤘는데 이 법률들이 동맹국이 승리를 확신할 때 즈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그 후 舊(구)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캄보디아 등에서 일어난 범죄를 다룬 재판들 역시 법률불소급의 원칙과 관할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런 비판들이 ICC를 조금 소극적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려 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ICC에 제소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ICC에 곧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앞에 설명한 세 가지 제소 방안을 북한 상황에 대입해 보겠다.
 
자체적 위탁(Self-Referral): 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서 反인도적 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니 ICC에 조사를 의뢰해 당사자의 처벌을 부탁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가능성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됐을 때에나 가능하다.
 
유엔안보리: 이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앞서 말했듯 유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이를 막는 커다란 장벽이다. COI 보고서 이후 유엔 청문회에 탈북자 신동혁 씨 등이 참석하는 등 과거보다 한 걸음은 나아갔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에 있는 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은 COI 보고서 등에 대해 '매우 불합리한 비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ICC검찰부 자체 조사(Proprio Motu): 세 가지 방안 중 가장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다. ICC 검찰부는 지난 3년6개월 동안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조사했다. 이 두 사건이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는데 지난 6월23일 전쟁 범죄가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ICC 검찰부는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북한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북한의 비협조로 충분한 조사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천안함의 경우는 군 시설에 대한 공격이었으므로 전쟁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연평도의 경우는 민간인의 피해가 있던 점은 확실하지만 고의로 민간인을 노렸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는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등도 법적 증거자료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탈북자들의 증언 등 구체적인 증거는 도움이 되지만, ICC 검찰부가 북한 내에서 범법자들을 직접 조사하고 수사하지 않는 이상 ICC 검찰부의 자체 기소 역시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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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13, 18:1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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