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왕래 조기 차단과 격리 조치 주효해 코로나 확산 저지
김정은 정권 출범 8년 만에 최대의 위기…對중국 무역 90% 감소로 경제 대혼란

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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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5월 15일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제로'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사실일까? 실정을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1월 후반부터 북한 각지에 사는 취재협력자들과 조사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밝힌다. 우리들의 조사와 국영 미디어의 정보를 종합하면,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저지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북-중 왕래의 조기 차단과 격리 조치가 주효했다고 보인다. 단, 그 그늘에는 외부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비참한 사태와 엄청난 희생도 있었을 터이다.
  
  1월 중순, 중국 우한시에서 신종 폐렴이 유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북한은 춘절 관광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인 22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또한 1월 말에는 중국 국경을 봉쇄하고 무역도 중단했다. 국내는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듯한 상황이었다. 외국인과 접촉한 무역관계자와 세관원들은 30일이나 격리됐다. '마스크 검문'까지 실시했다. 열차는 움직였지만, 자동차를 이용한 물류와 사람의 이동은 거의 멈추었다.
  
  국내의 대처는 강압적이었다. 중국과 가까운 북부 지역에서는, 국경 하천에 접근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고 주민과 직장에 통지했다. 2월에는 중국과 왕래한 밀수꾼과 격리 시설에서 도망친 사람이 사살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공포심을 주기 위해 당국이 가짜 정보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보건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 주재 사무소에 전한 보고에 따르면, 4월 초순까지 약 2만 5천 명을 감시 대상, 즉 격리했다. 이 수치가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감염자 제로'이면서도 격리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다. 협력자에 따르면 간부는 호텔, 일반 노동자는 직장 사무실이나 창고에 격리했다. 온 가족이 한 달 동안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게 한 사례도 있었다. 격리 기간 중 식사는 자기 부담이었다고 한다.
  
  인권이나 개인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강압 정권다운 신속하고 강제적인 대처는 의료 및 보건 체계가 열악하다는 자각이 있다는 방증이다. 재미교포이자 13년간 북한의 일류 병원과 교류한 박기범 교수는 "인공호흡기는 50대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단 강력한 전염병이 만연하면 자력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외부의 지원과 개입이 불가피하며, 만일 군대와 보안기관, 당기관, 평양 중추까지 감염이 확산하면 체제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 합리적인 진찰과 부족한 의료 물자
  의료 현장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북부 양강도, 함경북도 등의 취재협력자에게 병원이나 진료소에 실제로 가서 조사해달라고 했다. 그 결과, 의외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감기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 오지 않도록 하고, 우선 전화로 '원격 진료'부터 시작한다. 환자를 진찰할 때는 2m 이상 거리를 둔다. 감염이 의심되면 방역소에 연락해 거주지나 근무지 및 행동을 기록한 등록 카드를 작성해 추적한다. 무역회사에 근무하거나 중국 국경인 압록강 근처에 살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요시찰 대상으로 지정한다. 시병원을 대책 거점으로 삼고 매일 정보를 집중시킨다, 등이다.
  
  의료 관계자의 감염을 방지하고, 유증상자의 동선을 파악하려는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체제가 정비된 것은 2월 후반 들어서인 듯하다.
  
  한편 협력자의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4월 초순까지 방문한 어떤 의료시설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검사는 하지 않았다. '감염자・사망자 발생' 소문은 널리 퍼졌지만 확실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중앙 정부의 함구령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애초부터 감염 여부를 검사할 키트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서(혹은 지방 도시에는 전혀 없어서), 의료・방역 당국도 판정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중국 외교부는 4월 27일 회견에서 "북한에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 키트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5월 9일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측의 필요에 따라 힘이 닿는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대중국 무역 90% 감소, 경제에 큰 타격
  신속하고 강력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책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중국 상품이 들어오지 않아 물가가 상승했고 이동이 통제돼 유통도 막혔으며, 시장은 불경기에 빠졌다. 하역 등 일당을 버는 일도 없어져서 많은 사람이 현금 수입을 잃었다.
  
  중국산 식품, 일반 의약품, 의류품은 4월 들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하루 두 끼 이하로 사는 사람이 급증했다",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편이 빠르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라는 보고가 협력자에게서 속속 들어온다.
  
  4월 23일 중국 세관 당국의 3월 무역 속보치가 나왔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불과 61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2% 감소했다. 수입은 1803만 달러로 90.8% 줄었다. 그렇지 않아도 2017년에 부과된 UN 안보리 경제 제재 때문에, 지난해 무역액은 2016년에 비해 거의 반으로 준 상태였다. 그 90%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또한 대중국 수입에는 방역 관련 지원품이 포함됐을 테니 3월 '경제활동으로서의 무역'은 단절에 가까운 상황이었던 것은 아닐까.
  
  덧붙여, 국가 주도로 이뤄진 해상의 환적과 압록강 상류의 육로 밀수도 거의 멈추었다. 북한에서 온 어패류를 랴오닝성에서 환적하는 대형밀수선의 통역사로 일한 중국 조선족 지인은, 북한 측의 조치 때문에 환적도 완전히 멈춘 상태라고 한탄했다.
  
  지인인 지린성의 무역 중개업자에 따르면, 중국 측이 북한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하기 때문에 무역의 재개는 5월 말 이후가 될 거라고 세관 당국이 설명했다고 한다. 인민 생활의 어려움은 심각해질 것이고 당과 군대, 경찰 등의 권력기관의 운영자금 및 김정은의 통치자금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방역 강화에 방해되는 '동원 경제'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만 놓고 보면, 북한에는 강권 통치라는 '장점'에다가 애초부터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고 장거리 고속 이동 수단이 적다는 '유리함'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식 강권 통치에는 약점도 여러 가지 있다. 북한 특유의 '밀집'에 대해 알아보자.
  
  좁은 공간에서 밀집 생활하는 대집단의 예시로, 막사에서 생활하는 100만 군대를 들 수 있다. '돌격대'라고 불리는 국가 프로젝트 건설 전문 조직은 1년 내내 텐트에서 집단 생활한다. 인원은 10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일상의 정치적 동원도 '밀집'을 만든다. 북한의 모든 국민은 어떠한 조직에 소속돼야 한다. 그곳에서 '조직 생활'이라는 통제를 받는다. 40세 이하는 청년동맹, 당원은 당조직, 노동자는 직업총동맹, 가정의 전업주부는 여성동맹이라는 식이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생활총화'라는 반성 집회가 의무적으로 열린다. 또한 정치학습, 반미집회, 김일성 및 김정일의 생일 행사 등에 자주 동원된다.
  
  4월 초순부터 초여름에는 도시 주민이 농촌에 가서 파종이나 모내기, 김매기를 돕는 '농촌동원'이 있다. 이 기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이동한다.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위험이 커진다. 국내 각지의 취재협력자가 '4월 25일 즈음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북한식 '동원 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되더라도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군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병사가 민간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부대를 철저히 격리하고 병사의 외출을 금지했다. 북부 지역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5월 중순 현재도 거리에 병사의 모습은 거의 없고, 가끔 장교가 눈에 띄거나 병사를 단속하는 경무병(헌병)만 보인다고 한다. 또한, 외출이 허용되지 않은 병사들의 영양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앞으로 서둘러 경제 복구에 몰두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 무역 및 사람의 왕래를 재개해야 하므로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강권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조직생활'과 '인민 동원'은 감염 확대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의 방역 강화와 서로 부딪힌다. 고민은 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출범 8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 2020-05-23, 06: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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