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학 거주지 노출한 SBS, 김현희 거주지 노출한 MBC
북한이 노리는 ‘암살 대상자’들의 거주지가 공중파에 의해 노출된 사례

조성호(월간조선 뉴스룸)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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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거주지를 방송에 노출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박상학 대표는 1998년 탈북한 뒤, 줄곧 북한 인권 및 민주화 운동을 해온 인사다. 박 대표는 25일 자신의 집을 찾아온 SBS 취재진을 테러 공모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차례 테러 위협을 받은 박 대표의 집과 사무실은 국정원, 경찰, 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비공개 보안사항’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밤에 찾아 왔느냐"며 "SBS는 ‘김정은, 너희가 죽이려는 박상학이 바로 이곳에 살고 있다’고 알려주려는 의도가 무엇이냐"고 했다.
  
  이처럼 방송사에 의해 거주지가 노출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한항공(KAL) 폭파범 김현희(金賢姬)씨가 대표적이다. 1987년 11월 북한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김현희 등 北 공작원들은 KAL-858기에 폭탄을 설치하고 공중에서 폭파시켰다. 승객과 승무원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건 직후 한국으로 압송된 김현희씨는 1989년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4월 사면복권 되었다.
  
  1997년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후 ‘김현희는 가짜’라는 의혹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 삶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해 10월, 김현희씨는 국정원의 모 직원으로부터 이민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김현희씨 측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전화로 KAL기 사건에 대해 수십 차례 질문을 했다. 담당 경찰 간부도 그에게 타(他) 지역에 거주해 줄 것을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 김씨는 국정원의 한 담당관으로부터 M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까지 받는다. 김현희씨는 출연 거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 담당관은 '상부의 결정사항'이라는 이유로 재차 출연을 압박했다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약 한 달 후인 11월 18일 방영된 MBC-PD수첩 ‘16년간의 기록, KAL폭파범 김현희의 진실’편은 김씨를 사실상 가짜로 단정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PD수첩 취재진은 김현희씨와 인터뷰한다는 명목으로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찾아왔다. 그의 집이 방송을 통해 노출된 것이다. 취재진들이 들이닥친 다음날 새벽, 그는 기자들에게 시달릴 것을 우려해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김씨는 “방송사들은 국정원의 묵인하에 나의 집을 취재했고,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으며, 그 배경에는 음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김정일의 처조카로 대한민국에 귀순했던 이한영은 직·간접적인 언론노출로 인해 1997년 2월, 북한 테러요원에 의해 피살된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 PD수첩 취재진은 김현희씨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아파트 주변 인물들을 만나고 불이 켜진 창문도 보여줬다. 취재진은 김현희씨가 산다는 호실(號室)의 문을 두드리고 문틈으로 나오는 여인의 목소리도 들려줬다. 방송 녹취록 일부다.
  
  <취재기자: 김현희씨 관련 프로그램을 취재 중에 있어요. 여기 사신다 그래서…
  아파트 경비원: 누가 그럽디까?
  취재기자: 저희가 다 알고 왔거든요.
  아파트 경비원: 모릅니다.
  -내레이션: 그런데 주민들 중에는 김 씨를 봤다는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1: 항상 선글라스 쓰고, 모자 눌러 쓰고 다녀서 알아요.
  -취재기자: 아파트 주민들하고 교류는 거의 없네요?
  -아파트 주민2: 없어요. 일체 교류 없다고. 알기야 다 알지. 주민들은 다 알지. 알아도 일체 뭐, 외면한다고.
  -내레이션: 김씨의 집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본인이 아니라며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수차례 요청 끝에 문틈 사이로 얼핏 얼굴을 드러낸 김씨. 그러나 그녀는 김현희 임을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불안해 죽겠어요. 자꾸 오지 마세요. 저 혼자 자고 있는데… (인터폰)더 이상 말씀드릴 게 없네요.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겁니다. 짜증나 죽겠어요. 정말…”>
  
  이 장면에 나온 여인은 김현희씨가 아니었다. 김씨를 지켜주던 여자 경찰관이었다. 김현희씨의 안전은 국정원과 경찰이 책임지고 있었다.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인 김현희씨의 거처가 공중파 방송에 의해 버젓이 노출시킨 MBC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날 방송의 문제는 또 있었다. 김현희씨를 가짜로 몰아갔던 것이다. 방송에서 심재환 변호사(당시 KAL기 유족대책위 소속 변호사,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 남편)는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다. 그렇게 딱 정리를 합니다”라는 발언을 여과없이 방영했다. 이어 “이건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북한 공작원,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우리는 단정을 짓습니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한 반론(反論)은 방송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PD수첩은“사건 직후 金씨가 과연 자살을 기도(企圖)했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라며 당시 金씨가 실려갔던 병원 의사의 말을 빌려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건 직후인 1987년 12월2일, 바레인 법과학연구소장은 김현희의 혈액, 소변, 위 세척액을 검사한 결과 소변에서 청산염(CYANIDE) 반응이 나왔다고 했었다. 이 사실도 방송은 다루지 않았다.
  
  이미 사실로 밝혀진 부분도 ‘의혹’이라는 명목으로 보도되었다. 김현희는 1972년 11월 2일 남북조절위 회담 참석차 방북한 남측 대표에게 꽃다발을 주고자 평양 근교의 헬기 착륙장에 화동(花童)으로 참석했다고 진술했다. 1988년 3월,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는 김현희 화동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PD수첩은 사진 속 화동이 金씨가 아닌 ‘정희선’이라고 주장하는 북한 측 동영상을 공개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11월 2일 발족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는 KAL기 테러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 2007년 10월 말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보고서에서 “이 사건의 배후에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조직이 있었으며, 그 조직의 공작원인 김승일과 김현희에 의해 자행된 사건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과 근거들을 확인하였음(557페이지)”이라고 명시했다. 또 “이 사건의 실체가 북한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며,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안기부의 ‘기획 조작’과 ‘사전 인지’ 의혹 등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전혀없는 점으로 보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上同)”이라고도 했다.
  
  좌파정권이 만든 진실위조차 KAL기 테러가 북한 공작원이 일으킨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 2020-06-29, 04:3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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