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뒷거래는 '超法행위'가 아니라 '不法행위'다.

배진영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지금 우리는 법적으로 反국가단체인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 공개하지 못할 일도 많고, 超法的 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
  
  DJ가 2월5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의 이 말은 대북 뒷거래의 진상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북 뒷거래의 본질과 국민들의 점증하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통치행위는 사법처리 不可’ 라며 진실을 한사코 은폐하고 있는 이유만큼은 더없이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DJ와 현대가 ‘反국가단체와 접촉해서 초법적인 일을 했기 때문’이다.
  아니 '초법적'이라는 말은 법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不法행위' 혹은 '위법행위'가 있을 뿐이다.
  
  DJ는 또 “남한의 기업이 이미 확보한 권리를 위해서나,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상대하는 초법적인 범위의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 우리의 法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사법처리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는 사람의 ‘法治’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 대해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법치국가에서는 행정기관이건 私人이건 간에 그들의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羈束(기속)된다. 헌법에서 벗어난 법률도, 헌법과 법률에서 벗어난 정책도 있을 수 없다. 대북 정책 혹은 통일 정책이라 해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당연히 그 주체가 대통령이건, 재벌기업이건 간에 ‘초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더욱이 우리의 법체제가 남북한 관계에 있어 ‘초법적’ 행위를 해야 할 만큼 不備하지도 않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의하면 ‘南韓과 北韓과의 왕래·교역·협력사업 및 통신役務의 제공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法을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즉 그것이 정상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이기만 하면 국가보안법의 저촉을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대북 교류협력이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법적'운운하는 것은 그들의 행위가 그만큼 비정상적인 것이었음을,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의 저촉을 받을 수도 있는 행위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DJ가 '남한의 기업이 이미 확보한 권리를 위해서..... 초법적인 범위의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 우리의 법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그 어떤 미사려구로 치장한다할 지라도 DJ의 이 말은 '특정 기업의 이권을 위해 대한민국의 법률을 무시했다'는 고백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경유착'인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4일 '재벌개혁 과정에서 흥정은 없다'면서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왜 DJ-현대-김정일의 정경유착에 대해서는 자꾸 '정치적'으로 흥정하고, 덮고 넘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DJ-현대-김정일로 연결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한, 노무현 당선자측이 주장하는 '재벌개혁'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또 우리는 DJ와 그 옹호자들이 내세우는 '남북관계','국익'를 위해서라면 '초법적 행위'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직시해야 한다.
  만일 남북관계 개선이나 민족통일을 위해 '조법적 행위'의 탈을 쓴 '불법행위'가 허용된다면, '재벌개혁'을 위해, '언론개혁'을 위해, '부패척결'을 위해, '사회질서'를 위해서도 '초법적 행위'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은 명백히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하게 된다.
  
  아울러 DJ와 그 옹호세력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곧 초법적 행위, 아니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성역'과 '금기', 그리고 특권계급'의 창출을 의미하게 된다.
  '성역과 금기','특권계급'의 타파를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당선자에게 이보다 더 이율배반적인 일이 있을까?
  
  수사기관이나 언론,시민단체,야당 등이 DJ재직 중 그가 말하는 '초법적' 행위를 밝혀내고, 단죄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만일 DJ나 노무현 정권 인사들이 내세우는 '통치행위론'으로 DJ가 재임 중 저지른 불법행위가 '정치적'으로 덮어진다면, 그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그것은 人治와 독재와 불법에 대한 追認(추인)이며, 역사의 退行(퇴행)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에을 위배한 경우에는 국회의 소추(헌법 제65조)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헌법 제111조)을 거쳐 탄핵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DJ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탄핵소추는 실익이 없겠지만, 그가 재직 중 행한 '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퇴임 즉시 형사소추가 가능하다. 물론 재직 중 내란-외환의 죄를 범했다면 그 또한 형사소추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해도 80노구의 대통령이 퇴임 후 감옥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스스로 진실을 털어놓고 국민들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 계속 자신의 행위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초법적 행위'라는 식으로 강변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능멸하는 한, 이해도, 용서도 어려워 질 것이다.
출처 :
[ 2003-02-06, 01: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