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래카 해협의 이력서 - 문명과 침략의 십자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말래카 해협은 그 지정학적 위치로 해서 아득한 옛날부터 문명 전파의 길목이었다. 이 해협의 북안(北岸), 말레이시아 반도에서 신석기 문명이 동트기 시작한 것은 6천 년 전이었다. 기원 전 2세기부터 말래카 해협은 인도문명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인도 상인들과 힌두교는 이 해협 주변의 생활에 향후 1천 년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었다.
  
  인도계 인종이 지금도 말레이시아 국민의 1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북으로는 타이와 캄보디아, 남으로는 자바와 수마트라, 서쪽으로 인도, 동쪽으로 중국의 영향과 압력을 끊임없이 받아 온 이 문명의 십자로에 말래카가 등장한 것은 1403년. 지금의 싱가포르에 있던 투마시크 국의 왕이 타이 군대에 쫓겨 말래카라는 어촌으로 망명, 도시 국가를 세운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해협 북안을 따라 약 2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 항구는 해협의 교통, 상업, 종교 중심지로 성장했다. 해협에 이 도시의 이름이 붙은 것도 말래카의 당시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16세기 초 중국 명나라 영락제는 회교도인 정화에게 대함대를 붙여 동남아·중동·아프리카까지 원정을 보냈다. 이 정화의 함대도 두 번 말래카를 방문, 조공을 받는 대가로 중국은 이 꼬마 나라의 후견인이 되었다. 그 때부터 말레이시아로 중국인들이 몰려드는데 지금은 전체 인구의 36퍼센트를 차지, 말레이인들(50퍼센트)과 주도권을 놓고 맞겨루는 실정이다. 말래카 시에 이주한 중국인들만은 동남아의 다른 화교들과는 달리 말레이인들과 동화, 그들과 결혼하고 그들의 언어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말래칸 차이니즈'라 불린다.
  
  말래카는 15세기부터 회교의 동남아 확산에 있어서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파키스탄의 장사꾼들이 몰고 온 회교의 씨는 이 도시를 기점으로 하여 인도네시아, 뻔뮌決첸틔?퍼져 나갔다. 이 두 나라의 국교가 회교로 된 데에는 이 도시의 공이 크다.
  
  1511년 이 도시 국가는 신흥 해양 국가 포르투갈에 점령되어 말래카 해협의 관할권은 그 뒤 4세기 동안 서양의 열강에 넘어가게 된다. 포르투갈은 이 항구에 요새를 건설, 동양 경략의 교두보로 삼았다. 포르투갈의 치하에서 말래카는 전성기를 맞았다. 이 때 인구가 2만. 포르투갈의 탐험가 두아르테 바르보사는 '말래카야말로 세계 최대의 상항이며 가장 부유한 도시다'고 했다. 제수이스트 교단의 성 프란시스 자비엘도 이 도시를 근거로 인도 일본 중국에의 선교를 꾀했다.
  
  1552년에 죽은 그는 이 도시를 잠시 묻혔다가 인도의 고아로 이장됐다. 포르투갈의 요새와 자비엘이 이끈 교회는 지금도 이 도시가 가장 내세우는 유적이 되고 있다. 아직도 이 도시에선 포르투갈 계통의 혼혈인 후손들이 더러 눈에 뜨인다.
  
  1641년 화란은 다섯 달 열흘간의 봉쇄 끝에 말래카를 탈취, 포르투갈 세력을 내쫓았다. 이 전쟁으로 말래카는 황폐, 인구 5천 명의 도시로 쭈그러들고 만다. 1795년엔 영국이 이 도시의 관할권을 인계받고 해협의 북쪽 항구 페낭, 남쪽의 싱가포르도 함께 차지, 이 세계 뱃길의 급소를 단단히 휘어잡게 됐다.
  
  영국의 세계 제패는 지브롤터 해협의 장악에 의한 지중해·대서양의 통제, 수에즈 운하에 의한 페르샤만·인도양의 장악, 말래카 해협의 통제에 따른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지배로 가능했던 것이다. 도시 국가 말래카 자체는 포르투갈과 화란 사이의 쟁탈전으로 거의 폐허가 되고 예전의 영향력을 잃었다. 말래카 해협의 중심지는 페낭, 포트 클랭, 싱가포르로 대체되었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이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를 점령한 것은 이 해협이 가진 전략적인 가치를 새삼 확인시켜 주는 일이었고 영국의 시대에 종막을 고한 사건이기도 했다.
  
  <1982년 5월 마당>
출처 : 마당
[ 2003-07-01, 15: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