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싱가포르 3백 항로의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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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작은 거인'이다. 이스라엘이 안보 부문의 '기적'이라면 싱가포르는 경제 성장 부문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기적의 도시 국가다. 섬 나라 싱가포르의 면적은 6백17.8평방 킬로미터로 서울과 비슷하고 인구는 약 2백50만 명으로 서울의 3분의 1. 중국계 인종이 전체 인구의 약 77퍼센트, 말레이 인종이 14.6퍼센트, 인도계 6.4퍼센트.
  
  이 나라의 1인당 국민 소득('80년 말 현재)은 한국의 두 배인 약 3천3백 달러. 수출고는 인구가 싱가포르의 근 16배나 되는 한국과 거의 같아 약 2백억 달러. 지난 10년간의 경제 성장률은 최저 7.7퍼센트('76년) 최고 22.8퍼센트('74년)로 세계의 초고속 성장국이다.
  
  물까지 수입해야 하고 자원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꼬마나라 싱가포르의 경제적 거인화는 바다와 기름에서 비롯되었다. 천혜의 양항 싱가포르는 인도양과 태평양, 동양과 서양, 북의 공업 국가와 남의 자원 부국을 이어 주는 로터리이다. 지난 '80년에 이 항구를 입출항한 선박(75톤 이상의 배)은 모두 5만4천여 척(선박 총 톤수는 4억7천4백만)이었다. 하루에 외항선만도 1백50척이 드나든 셈이다.
  
  선박 입출항수에 있어서 싱가포르는 네델란드의 로테르담에 이어 세계의 두 번째 항구다. 이들 선박이 싣고 부린 물동량은 8천6백30만 톤. 참고로 부산항과 비교해 보자. 입출항 선박수에서 싱가포르는 부산의 5배, 입출항 선박의 총 톤수에선 10배, 물동량에선 3배다. 지난 1월 7일 '마당' 취재반의 두 기자는 싱가포르 항구의 규모를 실감해 보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중심 시가지에 있는 클리포드 부두에서 통선을 타고 주롱 공단 부두까지 네 시간의 항해를 했다. 이 거리는 부산 해운대에서 낙동강 하구 다대포까지 쯤이다. 부산에는 이 사이에 북항과 남항 두 항만이 있을 뿐인데 싱가포르에선 해운대에서 다대포까지 거리의 해안선 전부가 부두 시설이었다.
  
  울긋불긋한 성냥곽을 쌓아 놓은 것 같은 컨테이너 부두, 숲처럼 울창한 기중기들, 선박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각양각색의 선박들, 거대한 로봇처럼 우뚝한 갑판 승강식 시추선들, 유조선과 송유관과 정유 공장들, 이들 쇳덩어리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수백 척의 통선들. 그래도 코발트 빛깔의 바다에선 한 방울의 기름, 한 조각의 휴지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80년 현재 싱가포르 항구에 선적을 둔 배는 약 3천 척. 상선대의 총 톤수는 약 7백42만 톤으로 인구수에서 싱가포르의 4백 배나 되는 중공보다도 앞서 세계 제14위의 해양국이다. 등록이 안 된 소형 선박까지 합치면 실제 선박수는 택시수(약9천 대)에 거의 육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항구는 배, 배, 배들로 꽉 찬 느낌이었다.
  
  싱가포르 항구를 거치는 항로는 3백 노선이나 된다. 이들 뱃길에 의해 싱가포르는 세계 80 나라의 3백여 개 항구들과 이어지고 있다. 이 방대한 항로의 네트웍, 그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중계 무역항이자 동아시아의 정보 센터다. 싱가포르는 원자재를 수입, 가공하여 수출하는 자원빈국의 일반적인 무역 전략 이외에 '전략적인 배급 기지'라는 개념을 도입, 무역상의 십자로 구실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총 1백20만 평방 미터의 창고 건물들이 있다. 세계의 무역 회사들은 동아시아로 수출할 상품을 싱가포르에 일단 집결, 보관시켰다가 이곳에서 재포장하거나 소분(小分)하여 최종 수출국으로 보내곤 한다. 무역 전선의 전방 지휘소 구실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자유 무역 지역도 설정, 창고업·수리업·인력 및 자재 공급 등 여러 가지 용역 제공으로 돈을 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이며, 또 가장 싱가포르다운 산업은 정유 공업이다. 싱가포르는 로테르담과 미국의 휴스턴에 이어 세계의 세 번째 정유센터다. 정유 능력은 한국 전체의 약 두 배인 하루 1백10만 배럴이다. 쉘을 비롯 칼텍스 모빌 BP 에소 등 세계 굴지의 석유 회사들이 주롱 지역의 섬들과 해안선을 차지, 정유 공장들을 돌리고 있다.
  
  비행기에서 이 근방을 내려다보면 수십 개의 오이를 물에 띄워 놓은 것 같이 슈퍼탱커들이 묘박지에 와글와글 모여 있는 게 가장 눈에 잘 뜨인다. 말래카 해협의 탱커 통항량이 많은 한 이유도 싱가포르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정유 시설이 부족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원유를 받아 정유해 주는 임가공 장사도 하고 있다. 이곳 정유 공장에서 나오는 석유류 제품의 거의 전부가 수출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80년의 석유류 가공 수출액은 약 45억 달러,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수출 상품이었다. 싱가포르엔 아시아에서 하나뿐인 석유 현물 시장이 있다. 동아시아 석유 개발 현장의 야전 사령부이자 석유 정보의 집합점이기도 한 것이 싱가포르다.
  
  <1982년 6월 마당>
출처 : 마당
[ 2003-07-01, 15:2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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