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선과 유로선과 헤로인을 밥으로 - 남지나해의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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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나해는 '통곡의 바다', '기름의 바다', 그리고 '해적의 바다'이다. 타이 만에서 호스버거 등대, 싱가포르 해협까지를 주름잡는 해적들은 소형 고속선을 몰고 다니며 난민선, 탱커, 어선들을 닥치는 대로 털고 있다.
  
  '남지나해의 새벽이 밝아 왔다. 월남 난민선의 사람들은 그들을 도와 줄 배를 찾아 회색 바다를 두리번거렸다. 월남을 떠난 지 벌써 2주. 이젠 식량도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배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걸 발견한다. 그들의 마음은 기대와 기쁨으로 뛴다. 그러나 곧 공포 분위기가 그들을 휩싸고 만다. 그것은 해적선. 얼마 뒤 칼, 몽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해적들은 난민선으로 쳐들어왔다. 학살, 납치, 강간… 그들은 젊은 여자들만 붙들어 수평선으로 사라져갔다.'
  
  지난 1월15일치 '아시아위크'에 실린 이런 장면은 남지나해에서 수도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유엔의 난민 당국에선 1백20만 명의 보트 피플 가운데 약4분의 1이 해적들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RPM이란 용어도 탄생했다. 수사기관에서 강간(Rape) 해적질(Pillage) 살인(Murder)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써 이런 범행을 분류하고 있다.
  
  당하기만 한 월남 난민들은 최근엔 월남에서 나올 때 아카보 자동 소총을 호신용으로 몰래 가져오기도 한다. 해적들은 난민선을 습격, 남자들은 꽁꽁 묶어 바다 속으로 집어 던져버리고 부녀자를 겁탈하며 10대 소녀들은 타이 등 동남 아시아의 사창가로 팔아 넘기는 잔학무도한 짓을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필립 협수로나 말래카 해협에선 느림보 탱커들을 주로 공격한다. 지나해에는 싱가포르 앞 필립 수로 부근에서만도 스무 척이 넘는 배가 피해를 당했다. 이들은 총을 갖고 뛰어들어 주로 선장실을 습격, 달러화를 빼앗아 간다. 싱가포르 주롱에 있는 모빌 정유 공장에선 두 사람의 총든 경비원을 무장 통선에 태워 유조선 묘박 해역을 순시케 하고 있다.
  
  유엔에선 지난 '80년에 고속 포함을 태국의 해군에 기증했다. 보트 피플을 해적들로부터 막아 달라는 뜻이었다. 이들 해적선은 미얀마, 태국, 라오스 국경 지대의 '골든 트라이앵글'(황금의 삼각 지대)에서 생산된 아편 밀반출에도 관계하고 있다.
  
  동남아의 아편 밀매 조직은 포악무도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79년 태국 하다이 지방에서 경찰이 밝혀낸 사건―아편 운반 조직은 어린이를 유괴하거나 가난한 부모로부터 아이를 '매입'한다. 물론 부모들은 어린이의 진짜 운명을 모른다. 소생이 없는 부잣집으로 가서 호강할 것이란 정도의 얘기만 듣는다.
  
  아편 조직은 어린아이를 죽인다. 그런 뒤 내장을 깡그리 도려내고 헤로인 봉지들을 꽉꽉 집어넣는다. 이 시체는 여자 단원에게 맡겨진다. 이 '자상한' 어머니는 잠자는 아기를 포대기에 감싸 꼭 보듬고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로 건너간다. 관헌들의 눈을 속이고. 이런 용도의 아기는 두 살 미만이어야 한다. 죽인 뒤 12시간 안에 사용되어야 한다. 얼굴색이 너무 많이 변하기 전에.
  
  또 이런 사건도 있었다. 1백30만 달러어치의 헤로인을 공해 상에 떠 있는 운반선에 전달하도록 임무를 받은 태국 트롤 어선에서 단원들끼리 말다툼이 벌어졌다. 선장은 이 말다툼을 수월한 방법으로 해결해버렸다. 멀미약이라면서 선장은 독초를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아홉 명이 그것을 받아먹고 즉사했다. 세 명은 친구들이 쓰러지는 걸 보고는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쳐 살아났다.
  
  남지나해의 해적들은 그물을 갖고 다니며 어선으로 위장했다가 일을 벌이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의 초대 항구 포트 클랭에서 '마당' 취재반이 만난 통선 선장은 '인도네시아 해군들이 해적질을 한다'고 투덜댔다. 해군들이 민간 복장으로 변장,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주로 말레이시아의 어선들을 붙들어 돈과 물건들을 빼앗아 간다고 그는 말했다.
  
  말래카의 항공 촤령 전문가 폭슬리 영감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우리에게 인도네시아 해군 함정이 한국 원양 어선과 붙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가 이 사진을 찍은 곳은 공해상이었습니다. 공해상에선 군함이라도 다른 나라 배를 검문할 수가 없어요. 저의 느낌으로는 인도네시아 해군이 무엇을 달라고 트집을 부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76년 6월에는 호스버거 등대 부근 공해상에서 인도네시아 포함이 싱가포르 어선을 검문, 돈을 요구하여 듣지 않자 끌고 가 재판에 회부했다고 싱가포르 국회 의원이 폭로한 적도 있었다. 싱가포르의 한 신문은 노동부장관의 말을 인용, 인도네시아의 해적이 싱가포르 어선 두 척과 16명의 선원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장관은 그 기사에 대해 '나는 싱가포르 어부들을 억류하고 있는 것은 해적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관청이란 뜻으로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 해군과 해적을 같이 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은 해적을 배출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의 어민들은 거의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1982년 6월 마당>
출처 : 마당
[ 2003-07-01, 15:2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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