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의 육성증언 上(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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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인정하면 그만}
  
  1987년 5월14일, 검찰이 통일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용공적이라 해서 金泳三 총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초라한 그의 무교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金총재는 정부측으로부터 오는 압력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위기에 몰려 있지만 언론의 집중적 보도대상이 돼 있어서인지 그는 신이 나 있었다.
  
  ―오늘 동아일보에 정부측에선 양金씨를 정치권에서 배제한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목표를 정한 지 오래지. 80년도에 정했는데. 지금 목표대로 세상이 되나요}
  
  ―지금 추진하고 있는 건 그 사람들이 4당에 운운하면서 그 다음에 두 분을 제외하고 2·12총선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죠. 민한당 시절로.
  {절대로 안될 겁니다. 아테네의 속담에 [독재자의 말기는 미쳐버린다]는 말이 있어요. 참 맞는 속담이야. 그저께 동아일보에 무솔리나 기사가 났어요. 읽어보니 결국 무솔리니도 죽기 전에 후회했다더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상황이 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무솔리니가 죽기 전에 한 말이어서 의미가 있어요. 나를 감옥에 넣으면 민주화가 급속도로 될 겁니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감옥에 들어가 구속되면 부마사태 같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보십니까. {어떤 의미든지 이 정권이 감당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문제로}
  
  ―저쪽의 목표를 어떻게 보십니까. 두 분을 완전히 제외시켜 놓는 걸로 하려고 하는데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합니까.
  {어떤 정치인을 무대에서 떠나게 하는 일은 국민만이 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에 났는데 누구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여권에서 金총재님을 작년 말부터 정치적 상대자로 생각 안하게 됐다. 이유는 김대중씨와 절대 떨어질 분이 아니다. 그런 내용이더군요.
  {자기?원하는 대로 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불쌍한 것들이지. 내가 왜 즈거 원하는 대로 하냔 말이야}
  
  ―만약 비서진에게 검찰 소환장이 온다면 비서진에게 출두하라고 할 겁니까.
  {가지 말라고 하죠. 내가 한 거지, 비서가 한 건가. 날 소환하든지 해야지. 이 정권이 애꿎은 일을 해. 같잖은 일이지. 내가 한 일을 날 상대해서 해야지. 정치인을 무대에서 사라지게 하는 건 국민이지 정권은 아닌 것처럼 정부가 인정 안한다고 인정 안되는 건가. 국민이 인정하면 인정을 받는 거요. 무슨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죽여버리면 그것도 모르지만 그외 방법으로는… 날 공산주의자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국민 4천만이 다 공산주의자라는 말과 같지요}
  
  {정치가는 대범해야}
  
  ―역대 야당 당수 중에서 金총재님과 제일 비슷한 분이 누구입니까.
  {누구와 비교를 하는 게 좋을까? 나와 비슷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분은 조병옥(趙炳玉)씨죠.
  {좋아합니다}
  
  ―저번에 그분의 온화한 인간관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 외 정치가로서 장점은 없나요. {그 양반이 돈을 잘 못 만들어요. 이 사람 저 사람 포섭한다든가 하는 노력을 못합니다. 별로 그런 개념이 없어요. 그렇게 노력형이 아니에요}
  
  ―집념은 있었나요.
  {李박사께 처음 도전한 분이에요. 상당히 거셌지요}
  
  ―정치가는 지혜라는 면과 대담한 면을 같이 갖춰야 되죠.
  {대담보다 대범해야 합니다. 첫째는 이렇고 둘째는 이렇고 따지는 사람은 대범하지 못해요. 정치인들은 물론 지혜도 중요하지만 용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용기와 능력 지혜를 다 갖추어야 하죠. 용기란 소망을 낳는 일이니까요}
  
  ―용기라는 건 희망이 있을 때 생기는 거죠.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야죠. 정치가 해야 할 일 중에 중요한 것은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통일관
  
  ―통일 문제에 있어서 金총재님의 생각이 바뀐 게 있습니까. 70년대와 비교해서.
  {통일은 숙명적으로 돼야 하고 가장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이것이 하루 아침에 될 거라고 생각 안합니다. 먼 장래에 가능한 일이죠. 통일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죠.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조급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민족통일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이것이 민족분단의 비극이라고 느낀 것이 언제입니까.
  {월남전 일어나서 사이공이 함락되는 순간 느꼈죠. 통일이 된다면 멋있는 민주주의를 할 텐데, 이북을 구실로 삼아서 우리를 탄압하고 있는 걸 보면 통일이 안되어서 허망한 일을 당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화와 통일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남한이 민주화되면 남한이 절대적 우위에 선다고 보십니까.
  {그렇다고 봅니다. 저쪽과 달리 국민들의 지지라는 점이 상당히 큰 힘이 됩니다. 지금 남북 대화문제가 어렵지만 결국 승복하지 않겠습니까. 민간정부가 서면} 이날 金총재는 또 {대화 때 굉장히 피곤하게 求?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비조직적입니다. 첫째는 어떻고 둘째는 어떻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金大中씨는 두려워 못 들어왔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까.
  {있죠. 그러나 지나보면 아닙니다}
  
  ―그런 적이 언제입니까.
  {연금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죠. 너무 캄캄해서}
  
  ―유신 때는 어땠습니까.
  {그때도 그런 생각했지요. 유신 때는 미국에 있다가 돌아왔는데 그때 우리 집에서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요. 다 잡아넣는데 왜 오냐고. 김대중씨는 일본에 있었는데 두려움 때문에 못 들어왔습니다. 잘못한 겁니다. 들어왔어야 하는데. 그때 많은 정치인,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상당수 잡혀갔어요. 최형우, 조윤형, 그때 내가 40대 기수론을 주장하고 대통령 하겠다고 했는데 후보도 못 받았지만 그랬던 사람이 감옥에 갈까 봐 한국에 못 들어온다는 것 말이 됩니까. 나 때문에 내 동료들이 감옥에 갔는데, 그때 붙들린 사람들이 김영삼 조직이 어떻게 됐느냐 돈은 어디서 나왔느냐 하고 당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내가 안 들어오면 그만큼 더 당할 텐데 내가 편안하다고 있을 수 없지요. 단호히 들어왔지요}
  
  승부사 기질
  
  ―김총재님은 시국의 감정을 잘 잡고 승부하는 걸 적기에 선택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79년 10·26사건 전이나 2·12총선 때처럼 큰 승부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金총재님이 정치생활하면서 이 순간에는 후퇴할 수 없고 승부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까.
  {크게 나무면, 박통 말기에, 박정희 말기에 너무 크게 탄압했지요. 내가 총재되는 걸 죽자고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반대 속에서도 내가 이겼습니다. YH 사건 터지고 가처분 내리고. 이대로 죽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때 정권 타도선언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의 제명으로 부마사태가 일어나고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타도했지요. 정권을 없애려고 생각한 대로 됐지요. 죽이려고 한 건 아니지만. 지난 번에 내가 정정법에 묶여 있으면서 신당을 만들어 선거 투쟁을 할 때 재야에서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선거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또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적절하게 국민들에게 맞아 들어가서 한 달도 안되어서 신민당 바람을 일으키고 성공한 거죠}
  
  ―선거참여 반대자가 훨씬 많았나요.
  {재야가 다 반대했죠}
  
  ―찬성자는 누구였나요.
  {그때 찬성은 별로 없었어요}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렸나요.
  {그렇죠. 그 사람들 주장대로 보이코트하자 했으면 보이코트하는 기자회견 한 번 하고 선거 끝나고 한 번 하고 이러면 선거문제로 두 번밖에 기회 없지요. 그게 한국신문에 얼만 보도될지도 모르겠고, 외신이야 좀 나가겠죠. 그런데 나는 선거 투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진짜 한 번 싸우자 했는데 생각이 적중했지요}
  
   金東吉교수의 낚시론
  
  ― 두 金씨는 권력욕이 너무 강하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흔히 정부에서 나와 김대중씨에게 정권욕에 사로잡혔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영원히 자기들이 정권 잡겠다는 말하고 똑같습니다. 남이 잡으면 정권욕이고, 그거 참 부끄러운 말인데 우째 사용하는지 모르겠어. 남이 잡으면 정권욕이고 지가 잡으면 정권욕 아닌가}
  
  ―그 정권욕이라는 게 사실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참 한심한 일이지. 안 잡고 있는 사람은 욕심 있다고 하고 즈거들은 그럼 뭐야, 잡고도 안놓고}
  
  ―金東吉교수가 양金씨는 정계에서 은퇴하고 낚시나 하라는 낚시론을 신문에 쓴 다음에 만난 적 있습니까.
  {안 만났어요}
  
  ―기분이 어땠습니까.
  {김대중씨는 기분 나빠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요. 나나 김대중씨라고 절대 욕 안먹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비판받는 것도 좋지요. 그렇게 생각해서 여러 사람 있는 데서 코멘트 안했어요. 그런 사람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정도 생각했지요}
  
  ―김동길씨와는 친합니까.
  {친하지는 않지만 잘 알지요. 그의 누님 김옥길씨와 잘 압니다. 우리 딸 梨大 다녀 학부형이기도 하고, 우리집 애들과 거기 가서 저녁에 냉면도 먹고 점심도 먹고 했지요. 연금 해제되고 수안보에 서너 번 갔습니다}
  
  ―김동길씨와 합석했나요.
  {가끔 했지요}
  
  ―김동길씨가 쓴 거 기분 좋지는 않죠.
  {좋을 리는 없지만 굳이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노태우 대표 만난 적 있습니까.
  {파티장에서 인사하는 정도이지 잘 모릅니다}
  
  ―항간에서는 작년에 독일 가시기 전에 호텔에서 만났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 당시에 만나면 전두환을 만나야지 왜 노태우를 만납니까. 이민우는 전두환 만나는데 나는 노태우 만나라고 그럽니까. 자기가 어디 강원도 갔을 때 나와 노태우가 만나는 게 좋겠다 이런 기사가 동아일보에 크게 났어요. 인석(이민우)이 왔을 때 아니, 왜 내가 노태우와 만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왜 함부로 하느냐고 나무랐지요}(다음 호에 계속)
  
출처 : 월조
[ 2003-07-02, 15: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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